폭력이 무조건 나쁜 것일까? 오랫동안 사람들은 예수의 메시지에서 비폭력적 특성을 강조해 왔다. Q복음서에도 그렇게 보이는 구절들이 있다. Q복음서의 원수를 사랑하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에서 선을 행하라.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라 등의 메시지 때문에 예수가 활동적인 젤롯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G. M. Styler, 1984). 나는 소위 말하는 폭력포기 말씀을 새롭게 재해석하였다(김재현, 2018.2.3. 에큐메니안 기사). 이외에도 Q복음서에는 더 명백하고 분명한 폭력적인 말씀들이 남아 있다.

Q복음서를 보면 격렬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치열하고 격렬하다. 이는 Q복음서가 급진성과 과격함을 가지 있기 때문일 것이다. Q복음서의 하나님 나라도 그렇다. Q의 하나님의 나라는 격렬하고 심지어 폭력적이다. 그렇다! Q복음서의 하나님의 나라는 폭력적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가난한 자들에게는 축복이고(Q6:20), 복음이지만(Q7:22), 사단의 나라, 제국에게는 폭력이다.

하나님 나라의 폭력성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는 바알세불 논쟁 이야기(Q11:14-20)다. 예수가 벙어리 귀신을 쫓아내자 “어떤 사람”은 그것을 바알세불의 역사라고 해석했다. 이에 예수는 자신의 축귀 활동이 바알세불의 역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손가락”이며 하나님의 나라의 현존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사단의 나라에 대한 대결과 정복으로서 나타난다.

하나님 나라의 폭력성은 바알세불 이야기의 뒤에 위치한 강한 사람에 관한 비유에서 잘 나타난다.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Q11:21-22는 전체적으로 그 의미를 잘 해독하기 어려운 말씀이다. 대체적인 해석에 따르면 “강한 사람”은 사단이다. 그리고 “더 강한 사람”은 예수다. 사단은 그의 궁에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세력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그런데 “더 강한 사람”, 즉 예수가 등장해 그의 무장을 해제하고 그의 재물을 나눈다. 여기에서 예수는 정복자이자 강도로 나온다.

예수는 사단의 나라를 침입하여 약탈하고 나누는 정복자이자 강도다. Q복음서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뒤에 오시는 “더 강한 사람”이 성령과 불의 세례를 주고, 쭉정이를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울 것이라고 예고했다(Q3:16-17). 예수 자신도 불을 던지고, 칼을 던지러 왔다고 공표한다(Q12:49, 51). 제국에게 예수는 방화범이자 칼을 든 강도나 다름없다. 위의 Q11:21-22는 바알세불 이야기를 해설해 주는 말씀이다. 즉 축귀는 하나님 나라의 침입이며 폭력적 임재다.

사단의 나라란 무엇일까? 사단의 나라는 로마 제국의 황제와 그의 하수인은 헤롯 안티파스, 그리고 그를 돕는 성전 세력 및 로마와 헤롯의 가신인 바리새인과 서기관의 커넥션이다. Q11:21-22에서 자신의 왕궁에 있든 사단은 로마 황제와 헤롯 안티파스와 같은 권력자들을 암시할 것이다. Q복음서에는 왕궁 이야기가 한 번 더 나온다. Q7:24-28의 말씀이다.

타이쎈(G. Theißen)은 본문에 나타난 갈대가 헤롯 안티파스를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헤롯 안티파스의 동전에는 갈대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의 수도였던 티베리아스는 갈대가 많은 호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G. Theißen, 1991, 29f). 세례 요한의 활동반경은 안티파스의 영토와 겹쳤고, 요한을 죽인 이도 안티파스였다. 갈대와 왕궁에 부드러운 옷 입은 사람이라고 할 때의 “사람”(ἄνθρωπον) 단수인데, 안티파스를 가리킬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Q를 비롯한 복음서의 말씀에는 안티파스를 암호적 형태로 가리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

Q복음서에는 또한 로마와 헤롯의 지배 상황에서 가신(retainer) 노릇을 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A. Saldarini, 1988 참조)에 대한 강렬한 비난의 말씀이 수록되어 있다(Q11:42-51). 하나님의 나라는 제국에 포함된 권력자들, 종교인들, 지식인들의 연맹과 강렬하게 투쟁하고 또 정복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는 제국의 골칫거리다. 하나님의 나라는 제국에 보이지 않게 침투하여 자라는 겨자씨 같은 잡초이며, 여인이 빵에 넣은 누룩이다. 두 비유에 관해서는 크로싼(J. D. Crossan)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했다고 여겨진다. 그에 따르면 “겨자씨”는 일종의 잡초처럼 성가신 식물인데, 하나님의 나라는 마치 잡초처럼 제국에 확장되어 골칫거리가 된다. 대 플리니의 『자연사』의 구절에 따르면 겨자는 잡초이다.

“겨자는....그 얼얼한 맛과 매운 효과로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 겨자는 전적으로 야생식물이지만, 이식하는 방법도 생겨났다. 그러나 반면에 그 씨를 한 번 뿌리기만 하면 곧바로 싹이 트기 때문에 그 밭에서 겨자를 없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구절을 오크만(D. E. Oakman)은 “겨자는 태고 적부터 경작지의 잡초”였다고 해석한다. 그는 “예수가 하나님의 통치를 잡초와 같은 것으로 의도적으로 비유했다는 결론을 피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한다(J. D. Crossan, 2000, 450-451).  누룩의 비유도 마찬가지이다. “고대 세계에서 누룩은 도덕적 타락의 상징”이었다. 빵을 굽는 여인도 불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J. D. Crossan, 2000, 454). 하나님 나라는 로마 제국에 마치 누룩처럼 퍼져서 지배자들을 번거롭게 한다. 두 비유는 예수의 비유가 가진 반-제국적 특징을 잘 설명해 주는 비유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제국에 갑작스럽게 침투하는 정복자이자 강도요, 제국의 골칫거리인 잡초이며 누룩이다. 그래서 Q복음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폭력적이라는 말씀을 보존하고 있다. 매우 난해한 말씀으로 알려진 Q16:16의 말씀이 그것이다. 이 구절은 번역이 난해하다. 나는 이 구절을 아래와 같이 번역하고자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제국을 폭력적으로 공격하고 있고, 폭력적인 사람들인 제국의 세력 역시 하나님의 나라를 폭력적으로 공격한다. 폭력을 행사한다(βιαζεται)는 말에서 특히 폭력(βια)은 “사도행전에서는 사람의 손에 의한 파괴적인 폭력”(Chilton)을 가리킨다(김형동, 2001, 213). βιαζεται를 중간태로 보느냐 수동태로 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은 크게 달라진다.

나는 중간태가 옳다고 본다. 김형동은 Q16:16의 앞부분은 마태를 따르지만 뒷부분은 누가를 따라서 복원하여 “하나님의 나라는 강한 힘으로 다가온다. 모두는 힘써 그 나라로 들어간다”로 번역하지만(김형동, 2001, 214), 비슬리-머레이의 재구성과 해석이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국은 세상에 힘을 행사하고 있고, 폭력적인 사람들은 천국을 파괴하고 있다”(G. R. Beasley-Murray, 2009). 하나님의 나라와 제국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폭력적인 침투와 대응의 과정은 필연적이다.

Q16:16은 세례자 요한도 언급하고 있는데, Q복음서의 세례자 요한은 폭력적인 메시지로 하나님의 나라를 힘있게 펼쳤고, 그로 말미암아 폭력적인 박해를 받아 감옥에 갇히고 죽게 되었다. 예수도 제국의 폭력에 살해당했다. Q복음서에서 예수의 죽음에 대해서 제시하는 주요한 입장 중 하나는 살해당한 예언자라는 면모이다(Myung-Soo K., 1990).

Q복음서는 제국과 그 하수인들의 구조적 폭력이 자행되는 한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 운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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