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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저장하라, 만종기도회해군기지-‘고난함께’ 제주 평화기행 3
최근규 | 승인 2018.05.12 21:38

오후 5시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생명평화의 땅 제주를 염원하는 ‘고난함께’ 만종기도회’를 드렸다. 해군기지 앞은 비가 오나 눈이오나 제주 지킴이들이 평화를 바라며 100배와 미사를 드리는 장소다. 지킴이들에게 그곳은 사람을 죽이는 군사기지가 아니라, 평화와 생명을 기도하는 예배 처소인 것이다.

해군기지에 도착했을 때는 분명 조용했는데, 예배를 시작하니 정문 앞 스피커에서 군가가 흘러나온다. 예배를 방해할 속셈인지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꿋꿋하게 예배는 진행되었다. ‘고난함께’ 사무총장 진광수 목사님께서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해 주셨다.

▲ 해군기지 앞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백현빈

설교 내용을 간추려 본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투쟁이 시작되었을 무렵, 자유로이 드나들던 구럼비 바위가 생생이 기억난다. 하지만 점점 구럼비에 다가갈 수 없게 되었고, 지금은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그러나 ‘권력에 투쟁하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다’ (밀란 쿤데라), 염상진의 마지막 연설, ‘이제 우리는 기억투쟁, 역사투쟁으로 들어갑니다.’ (조정래 『태백산맥』) 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기억이 또 다른 투쟁임을 상기시켰다.

“잊혀진다는 것만큼 두려운 게 없다.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철거되면서, 유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잊혀짐이었다. 기억을 저장하라! 우리가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면 강정마을을 다시 평화의 마을로 바꿀 수 있다. 기독교 2천년 역사는 기억투쟁의 역사다. 기억은 그리스도인이 가장 잘하는 것이고 익숙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기억투쟁에 선봉에 서야 한다. 강정마을의 평화를 잊지 말고 그것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들었던 노래가 기억난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수 있다네
-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가사 中

이번 기행을 마치며 던졌던 화두를 기억해본다. 死,삶(4.3) 7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의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생명・평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미워하기보다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노래 가사처럼 서로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줄 때 내별 나라, 생명・평화의 땅으로 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여기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란 공소회장님의 말씀처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끈질긴 투쟁이기도 하다.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 해군기지 앞 기도회 참석자들 중 ⓒ백현빈

최근규  gonanwit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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