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기독교협의회(Christian Conference of Asia, CCA, 매튜 조지 추나카라 총무)는 올해 아시아주일 예배의 주제를 “장애인을 환대하고, 그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로 정하고 지난 주  5월13일에 예배를 드렸다. CCA는 1974년부터 해마다 성령강림절 직전 주일에 아시아주일로 지키고 있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도 CCA가 마련해 배포한 예배안을 토대로 5월2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서문교회(손달익 목사)에서 아시아주일 예배를 진행했다.

아시아주일예배, 번역어 고민 미흡해 보여

특히 이날 아시아주일 예배 주제의 한글 번역인“장애인을 환대하고, 그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는 CCA에서 배포한 영문을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영문에서 표현된 것과 의미는 동일하나 영문 표현의 묘미를 살리는 데는 미흡해 보인다.

“Embracing the Differently Abled; Upholding Their Dignity”에서 CCA는 한글의 ‘장애인’에 해당하는 말을  “the Differently Abled”라고 표현했다. 한글 번역어는 이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영문으로 “the disabled”로 표기하지만, CCA는 이를 ‘the Differently Abled’로 표현해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장애인을 차별이 아니라 차이로 보자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올해 CCA의 아시아주일의 예배안 전반에 걸쳐 주제의식으로 부각되어 있다.

▲ 아시아주일 예배가 진행된 교회 강대상에도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의 접근이 힘들었다. 이날 특별증언을 맡은 이문희 목사는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어 단상에 오르지 못해 실무진 두 명이 휠체어를 들어올렸다. ⓒ윤병희

이날 예배를 인도한 황필규 목사(NCCK 장애인소위원회 위원장)는 예배 중간에 생각난 듯이 이날 예배의 성서본문으로 채택한 공동번역에 표현된 ‘소경’이란 말에 문제를 제기했다. 황 목사는 ‘소경’을 ‘시각장애인’이나 ‘맹인’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소경’과 ‘벙어리’는 사람의 장애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며 ‘맹인’과 ‘농인’은 사람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성서의 장애인을 표현하는 용어, 재번역 시급

“장애가 아니라 사람을 보자는 의미입니다.”라고 황 목사는 덧붙이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오래전부터 성서번역 상의 이런 문제를 수정하자고 제안해 왔지만 아직도 반영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예배의 성경 본문은 요한복음 9장 1절~7절이며 CCA의 예배안에 제시된 성서본문 세 부분 중 하나이다.

황필규 목사는 예배로의 부름으로 “오늘 이곳에 서로 다른 능력과 재능, 서로 다른 부족함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며 올해 아시아주일의 주제를 드러냈다. 김기리 사제의 여는 기도 속에도 주제가 녹아 있다. “당신의 몸 된 교회에 거하는 사람들은 나이도 다르고 모습도 다르고 능력 또한 모두 다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강용규 목사(NCCK 국제위원회 부위원장)는 “이 본문은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묻는 것은 인과응보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예수는 인과응보에서 벗어나는 대답을 한다.”는 내용의 말씀을 전했다.

이어 특별 증언 시간에 이문희 목사는 한국교회가 장애인을 환대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예수님이 구름타고 재림하길 바란다. 만일 예수님이 휠체어타고 재림하시면 한국교회에 대혼란이 올 것이다.”고 언급해 예배당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이날 NCCK의 아시아주일 예배는 인도 출신의 애브니 에중(Abeni Ezung)이 아시아인의 노래를 맡았다. 애브니는 수유 한신신대원에서 국제신학석사과정인 SEST(Studies in Ecumenism and Social Transformation)에 재학중이다. 그리고 조성훈 청년(NCCK 전 부회장), 남궁희수 목사(기독여민회 총무), 리제트 타피아파퀴엘 박사(Dr. Lizette Tapia-Paquel, CCA 프로그램위원)이 중보기도를 인도하고 이문희 목사(한국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의 특별 증언으로 이어졌다.

연속성 있는 실무진이 필요

예배는 손달익 목사(NCCK 국제위원회 위원장)의 축도로 마치고 이어 이홍정 총무의 제안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다. 예배 내내 함혜원 목사(서울농아감리교회 부담임목사)가 수화 통역을 담당했다. 

예배 후 황필규 목사는 기자에게 “NCCK에서 성서의 차별용어 번역을 제기한 게 20여 년 전”이라고 말하며 “적어도 NCCK 주관 예배에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실무진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황필규 목사는 “지난번 장애인주일 예배를 반복하는 것 같다.”고 지적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NCCK가 계속되는 행사로 행사를 치루는데 바쁘다는 지적으로 보였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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