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6월1일 오후 철도공사 오영식 사장과 면담을 성사시켰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의 부당재판거래가 죽음으로 내몰았다

사법부가 지난 정부와의 ‘재판 거래’ 파문이 불거지자 승무원들은 희망의 실마리를 잡는듯 했다. 2015년의 대법판결의 부당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억울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심 선고로 인한 승무원들의 기쁨과 희망에 2심도 손을 들어주었으나 2015년 대법원의 납득할 수 없는 번복 판결로 기쁨과 희망은 산산히 부서졌다. 이 판결로 승무원들은 1심 승소 이후 코레일에서 지급받은 4년치 임금에 이자까지 더해 1억원 씩 물어내야 하는 처치에 내몰렸고 심지어 어느 승무원은 빚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6월1일,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과 철도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부당한 재판거래를 뒤집고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윤병희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문제의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이들은 5월24일 서울역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펼치게 되었고, 나흘이 지난 5월2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임시절 ‘재판 거래’ 보도가 쏟아졌다. 대법 판결 3년 만에 당시 판결이 권력의 입맛에 맞춘 것이었다고 대법원 스스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이들은 곧바로 대법원을 찾아가 시위하고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만났으며 이어 오영식 사장과 대면하여 '복직을 미룰 명분이 없음'을 직접 말한 것이다.

오영식 사장과의 면담에 앞서 이들은 철도공사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이 더이상 복직을 미룰 명분이 없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은 “대법원의 뒷거래 판결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먼저 간 친구가 그리워서 어쩌지를 못했습니다”며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해고 승무원을 즉각 복직시키는 주체가 “정부와 철도공사”라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철도공사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오영식 사장과의 면담은 비공개라며 기자의 출입을 막았다.

부당재판거래로 판결이다?

1시간 반 동안의 긴 면담 후 밖으로 나온 승무원들과 대책위는 면담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전한 바에 의하면 오영식 사장은 문제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공사의 입장을 구체적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오영식 사장은 ‘빠른 시일 안에 해결 방안을 찾겠다,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등 같은 말을 한시간 반 동안 앵무새 같이 반복해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오영식 사장에게 ‘사법 농단이 밝혀진 시점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복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그동안 철도공사가 말해왔던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근거한 방식의 고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 철도공사 오영식 사장을 면담하고 나온 KTX 해고승무원들이 면담결과를 알리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해고승무원들의 요구와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병희

김승하 지부장은 “대법원 사태 이후에 철도공사의 입장이 분명히 바뀌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다”며 “모든 문제의 시작인 철도공사가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들이 철도공사 사장과 면담한 6월1일은 대법원의 농단 판결로 인해 한 승무원이 목숨을 끊은 지 1171일, KTX 승무원 208명이 해고된 지 4473일째이다.

KTX 승무원들은 다음 주 월요일엔 청와대 앞으로 찾아가 다시 한번 더 해고자 복직과 직접 고용을 촉구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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