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합격했어요!” 
“고아들이 합격했다고요!”

내 마음의 외침에 천사들이 화답하고 하나님께서 웃으신다.

어제 샨띠홈 아이들의 수능고사 합격 소식을 들었다. 카톡을 통해서 합격을 확인한 순간 마음이 격한 감동으로 벅차올랐고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공부할 공간도 마뜩하지 않고 공부하라고 격려하거나 야단을 치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고아인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여 시험을 치를 의욕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웠다.

인도에도 해마다 10월에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시험이 있어서 전인도가 들끓는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좋은 점수로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부모와 학생들이 힌두템플, 모스크나 교회를 찾아가서 기도하는 것을 종종 보곤 하였다. 특별히 힌두템플에서 사제들의 축복을 받으려고 학생들이 줄 지어 서있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우리 고아들은 시험을 봐도 보지 않아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을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기에 그런 북새통을 떨 일이 없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이 시험을 보러 가기 전에 혼자 기도하거나 자기들끼리 모여서 기도하며 서로 격려한다. 그날도 외롭게 시험장으로 향했을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이 절로 흐른다.

우리 샨띠홈의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를 수직으로 받은 보균자이거나 감염자들이다. 보균자나 감염자라는 것은 인생의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10세 미만일 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해맑고 밝다. 비록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거나 자신들을 버렸다할지라도 샨띠홈에서 편안히 먹고 입고 자는 것으로 만족하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자신들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말 귀를 알아듣게 되면서부터 우리 아이들의 고통과 공포, 좌절과 분노가 시작된다.

자신들의 체력이 약하고, 또한 약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힘든 일이나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에서 언제나 이방인이다. 무엇보다 에이즈환자라는 사실, 보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곧 바로 차별과 소외, 멸시와 천대를 받기 때문에 누구의 친구도 될 수도 없고 누구를 친구를 만들 수도 없어서 인생의 고독을 일찍부터 맛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현실적으로 취업에서 소외되고 결혼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살았어도 죽은 자나 다름이 없다. 진학, 취업, 연애, 결혼, 가정, 성공 등등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소박한 꿈과 희망조차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허용이 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낼 에너지를 추동해낼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들은 금기되어 있고 단절되어 있다.

공부하라고 야단치거나 격려하는 부모님도 곁에 없고, 공부한다고 해도 취업에서 제외될 것이 분명한데 굳이 애써서 공부할 일이 없다. 우리 또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려고 굳이 공부하라고 야단치지 않으므로 우리 아이들은 공부로부터 해방되어 있었다.

그 어떤 시도도하기 전에 태아에서부터 좌절당해버린 아이들, 그 어떤 꿈도 가지기 전에 제외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처음 샨띠홈 건축을 시작할 때, 건물을 지어주고 운영비만 대주면 될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굶주리는 아이들과 밥을 나누어야 한다는 단순한 마음에 서둘러서 건물을 지었다. 그러나 살아있는 아이들의 생각이나 마음의 상태가 끊임없이 변화하였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그들의 필요대로 교육을 시켜야 했고 자신의 가혹한 운명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방황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울지 않으면 안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세상에 나가서 자립하여 살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준비를 시켜야 하는데 그런 일들을 혼자 기획하고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것은 기도뿐이었고 아이들이 고아의 아버지인 하나님을 만나서 믿음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풀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게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매일 매일, 길 잃고 방황하는 어린 양 같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 문둥병자들을 자비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치유하시는 주님의 임재가 우리 아이들 안에 있기를 빌며 방문할 때 마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먹고 마시며 재미있게 놀았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갖게 하려고 첸나이로 불러서 관광도 하고 전자오락실에 가서 게임도 하고 인도아이들의 선망인 피자도, 햄버거도 먹고 놀이동산에 가서 하루 종일 놀기도 하였다. 특별히 명절 때마다 용돈과 선물을 마련해주었다. 아이들의 성적표를 보면서 무조건 칭찬하고 함부로 다루어진 책과 노트를 보면서 격려하였다. 공부할 목적과 이유를 제시하고 꿈과 용기를 주고 싶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나를 머뭇거리게 만든 것은 이이들이 공부하며 쉴 공간이 없는 것이었다. 급하게 건물을 짓느라고 큰 방들과 부엌 그리고 밥 먹을 거실 만 있는 수용소 같은 건물을 지은 것이었다. 다 함께 자야 되고 다 함께 일어나야 되고 다함께 밥을 먹어야 되는 작은 공간이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구원의 장소요, 감사의 보금자리로 충분하였지만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부터는 부족한 것투성이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건물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여서 다만 기도할 따름이었다.

어느 날 아이들의 문제로 고민하며 기도하는 중에 아이들을 모두를 내 자녀로 삼고 모두에게 대학 진학을 권하고 합격하는 자에게는 장학금을 주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공부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기능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대학교에 진학을 해서 공부를 더하기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진학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대주자는 것이었다.

나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입에 발린 약속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엄숙하게 아이들 모두에게 “너희들은 하나님의 아들딸이다. 나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아들딸인 너희들의 대학교육까지 책임을 질 것이다. 앞으로 대학교에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대학교에 간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우리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였다.

아이들은 대학 진학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 나에게 성적표를 보여주려고 잘 간직하였고 책과 노트를 자진해서 보여주었다. 나는 틈틈이 아이들의 공부를 점검하였고 공부를 하도록 격려하며 촉구하였다.

드디어 2015년에 3명의 아이들이 수능고사에 합격을 하여 전문대학교에 진학을 하였다. 나는 아이들의 합격을 마음껏 축하하고 축복하고 싶었지만 그 때 한국에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여서 아이들에게 약속한 장학금과 선물을 보냈다.

온 동네 사람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벌여서 떠들썩하게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는 세상을 행해서 

“우리 아이들이 합격했어요!”
“우리 아이들도 공부를 해요!”

우리 아이들도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어요!” 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들풀처럼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 작은 꽃봉오리가 맺히고 피었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싶었다.

그 후로 2년이 흘렀고 어제 권 선생님으로 기쁜 소식이 왔다. 수바 라우두, 나가 라주, 쉐산크가 합격을 하였고 키란과 툴라씨가 과학에 낙제를 하였다는 것이다.

10점 만점에 8점을 맞은 ‘수바 라우두’는 군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열악한 샨띠홈의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키란은 트럭 운전사가 꿈이었고 도무지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그런 그가 목회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늦게나마 공부를 시작해서 수능시험을 보았다는 것 자체가 내 눈에는 놀라운 기적이었다.

툴라씨는 양재 교사가 꿈이었다. 학습의욕은 있으나 학습능력이 부족하여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 툴라씨가 10학년 수능고사에 도전하였다는 것이 나를 감격하게 만들었다. 비록 과락 하였지만 툴라씨의 변화를 보며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나가 라주와 쉐산크는 내가 인도를 떠나온 뒤로 우리 샨띠홈에 들어온 아이들이어서 꿈이 무엇인지? 어떤 성격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먹는지?  잘 모른다. 학생 카드를 보면서 얼굴을 익혔지만, 전에 있었던 아이들처럼 뜨거운 마음, 간절함은 덜하지만, ‘대학 공부를 책임져 주겠다“는 나의 약속은 그들에게도 유효하다. 그들의 합격을 기뻐하며 온 세상과 더불어서 축하의 잔을 높이 들고 싶다.

합격했든 떨어졌든 간에 우리 고아들이 10학년 수능고사를 치루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이 난다. 비바람과 눈보라 들이치는 들녘에서 자란 풀이 화단에서, 공원에서, 정원에서, 온실에서 곱게 자란 꽃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기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이 얼마나 가상한가!

“우리 아이들이 합격했어요!” 라는 나의 소리가 눈물로 범벅이 된다. 나의 외침이 우주에 공명되며 천사들이 함께 환호하고 하나님께서 웃으신다. 고아들의 아버지로서 그들과 동행하는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절망과 분노의 사면초가에서 날마다 분투노력하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 아이들을 돌보며 뒤치다꺼리를 잘 감당해 오신 닥터 헬렌, 까른 암마, 사무엘, 마노아르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남자 아이들의 숙소를 지어주고 여자 아이들의 숙소 건축을 지원해주신 동원교회, 금목사님과 교우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내 마음은 데칸고원 한 모퉁이 작은 마을에 가서 아이들과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잔치를 벌이고 아이들을 얼싸안고 기뻐하며 춤출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오늘도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말을 건넨다.

“애들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구나. 메마르고 척박한 광야에서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 너희가 일구어낸 작은 꽃봉오리가 너무 예쁘고 앙증스럽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지금 너희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기도와 장학금을 보내는 것밖에 없구나. 그러나 기도 중에 마음껏 축복한다. 너희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리움을 눈물로 지운다. 애들아, 보고 싶다. 부디 서로 돕고 사랑하며 건강해라. 애들아 하나님께서 너희를 세상에서 최고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하나님! 우리 아이들이 합격했어요!”라고 외칠 때, 하나님의 위로가 아침 햇살처럼 내 영혼을 감싸고 우리 아이들의 내면의 어둠이 햇살에 부서져 사라지고 있다. 작은 아이들의 작은 일을 통해서 새 일을 하시며 새 날을 열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이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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