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10년 전 유니폼을 꺼내 입고 청와대로 행진한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땡볕으로 이글거리는 6월18일 서울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출발해 시청,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 앞까지 ‘해고승무원 전원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행진했다. 이들의 어깨에 “부당판결로 잃어버린 내 친구, 취업사기로 잃어버린 내 청춘” 리본이 매어있다.

▲ KTX해고승무원들이 10년 전 승무복을 다시 꺼내 입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철도공사 오영식 사장의 말바꾸기식 행동에 분노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서 길을 나선 것이다. ⓒ윤병희

오영식 사장은 열흘 전, 이들이 세종청사로 찾아가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을 만나자고 요구했던 날(6월8일), 4대 종단 종교인들과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영식 사장은 며칠 후 철도노조를 만난 자리에서 먼저 농성을 해산하라는 조건을 달며 말을 바꾼다.

이런 정황에 대해 KTX 승무원대책위 양한웅 집행위원장이 경과를 설명했다. “오영식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기독교 정의평화위원회,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등 네 곳의 책임자와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오영식 사장이 4대 종단 종교인들을 만나 약속한 내용을 전했다. “오영식 사장은 아무 조건 없이 빠른 시일 안에 해고승무원을 특별경력직으로 채용하고 이후 직접고용이 인정되면 승무업무를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영식 사장이 종교인들 앞에서 제안한 것은 ▲ 여승무원들을 특별 경력직으로 채용, ▲ 이후 철도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승무원 안전업무의 직접고용을 인정하면 비복직된 여승무원들을 본인이 원할 시 승무업무로 가도록 하겠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이틀 후 오영식 사장은 말을 바꾸었다고 한다. 양 위원장은 계속해서 “오 사장은 철도노조를 만나서 서울역 2층 농성을 풀면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전하며 “말 같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역 2층에는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명안전업무라고 주장하며 5천여 명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앞에 도착한 KTX해고승무원들이 문재인 대톨영 면담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윤병희

오영식 사장이 철도노조 측과 만나 내건 두 가지 조건은 ▲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회사측의 제안을 수용할 것, ▲ 2층 농성장을 먼저 해산할 것 등이다. 작년에 출범한 노사전문가협의회는 KTX 승무원의 생명안전업무 여부의 판단을 위임받아 지금까지 노사간 팽팽한 대립의 답보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노조측에게 회사측의 제안을 수용하라는 것은 승무원이 생명안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KTX 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지 않고 있는 구실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오영식 사장의 말 바꾸기에 여승무원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승하 승무지부 지부장은 “종교계 어른들이 오 사장을 만난다고 할 때 무언가 해결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며 하지만 “그것은 사측의 농단이었다.”고 실망감을 크게 드러냈다. 이들의 실망감의 연한은 코레일의 역사와 동일하다.

현재 KTX를 타면 만나게 되는 여승무원의 역할은 승객들의 상식적인 기대치와는 완전히 다르다. 여승무원들은 안전업무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않는다’라기 보다는 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들은 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라 철도공사의 하청업체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다.

해고여승무원들은 KTX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해고된 지 12년이 넘게 싸우고 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오영식 사장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고 알리며 “아무리 종교가 매가리 없고 힘이 없다 할지라도 오 사장은 4대 종단 종교인들에게 약속을 한 것이었다. 불교·기독교·천주교·성공회 등, 오영식 사장은 이들을 만나 손을 꼭 잡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고 전하며 이후 말바꾸기 행태를 꾸짖었다.

청와대에서 서울역으로 다시 돌아와 철도공사 정문 앞에 모인 승무원들은 오영식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영식 사장은 미리 자리를 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오영식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이틀 후인 6월20일 러시아로 가서 코레일과 유라시아 철도와의 연결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KTX 해고승무원들은 “KTX의 안전문제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남북을 철도를 잇고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철로를 연결하려 하느냐”고 성토했다. 이들은 오영식 사장에게 “만일 이 문제에 대한 대답 없이 러시아로 철도회담을 위해 출국한다면 우리는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 청와대까지 행진 해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제출한 KTX해고승무원들이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철도공사 오영식 사장을 만나려 했으나 오 사장은 이미 자리를 뜬 상텨였다. ⓒ윤병희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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