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출신 난민들이 제주 입국한지 두 달째를 맞으면서 이들에 대한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참여한 사람이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난 13일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은 7일만인 20일 오후 9시15분 현재 30만7천8백6명이 참여해, 청와대의 공식답변 요건인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참여’를 충족시킨 상태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공식적인 답변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각종 SNS를 통해 난민에 대한 혐오 발언들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태라 우려스럽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종교인이라는 것을 문제 삼으며 난민 추방 여론이 거세다. 이러한 이슬람 혐오 이야기를 전파하는 쪽이 보수 기독교측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종교 간의 갈등까지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에큐메니안은 난민과 관련된 국제협약과 한국 내 상황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최근 신설된 재정착난민제도와 성서의 이해를 게재할 것이다.

국제 난민제도 현황

한국은 2013년 7월 난민법 시행 및 2014년 말까지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을 역임했다. 경제적, 국제적 위상에 맞는 난민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책임 국가이다.

난민과 비호신청자는 경제적 이익이나 다른 이익을 위해 이동한 자발적 이주가(voluntary migrants)가 아니라 박해나 분쟁을 피해 살던 곳에서 탈출한 강제이주자(forced migrants)를 뜻한다. 난민협약 제1장 일반규정 제1조에서 다음과 같이 난민을 정의하고 있다.

1951년 난민협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난민의 보호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1967 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 이하, 난민의정서)는 1951년 난민협약 상 명시된 ‘1951년 1월 1일 이전’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유럽이라는 지리적 제한을 삭제하고 난민의 개념을 일반화시킴으로써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는 난민을 정의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국제규범이 되었다.

난민협약 제33조는 “체약국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난민을 인종, 종교, 민족,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혹은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여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강제송환금지의 원칙’(prohibition of expulsion or return)은 난민의 국제보호에 있어 체약국이 지니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난민의 중요한 권리이다. 이는 난민인정자 뿐 아니라 난민 인정여부가 심사 중인 당사자에게도 적용된다. 강제송환금지의 원칙 은 국제 관습법의 일부로 인정되고 있고 난민협약 비체약국도 반드시 준수해야하는 강행규범(jus cogens)이며, 난민협약의 본질적인 조항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유보가 금지된다.

한국의 난민 처우 현황과 문제점

한국에서 난민신청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난민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시기는 한국이 난민협약과 의정서에 가입한 1992년도부터이다. 그 후 1994년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제8장의 2 “난민의 인정 등” 조항 신설하면서 한국의 난민인정에 관한 법 규정이 마련되었다.

난민협약 가입 초기에는 소극적인 난민인정 업무로 인해 2000년도까지 한국에서 난민을 인정한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으나,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2001년 2월에 최초로 이디오피아인 1명을 난민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이후 2002년에 1명, 2003년 12명, 2004년 18명, 2005년 9명, 2006년 9명 등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이 후 해마다 난민신청이 폭주하 여 2010년 430건, 2011년 1,010건, 2012년 1,140건, 2013년 1,600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한국에 대한 신규 난민지위 신청은 2,900건으로 전년도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한국의 경우 201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난민신청자의 수는 0.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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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난민 인정 비율은 5%대로 세계 난민협약국 평균치인 3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의 난민정책은 외국인의 불법, 탈법적인 출입을 예방하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전담하고 있어 인도주의적 접근이 어렵다.

또한, 출입국관리사무소 내에 ‘국적난민과’를 신설하였지만 여전히 난민업 무 처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난민인정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실정이다.

한국의 난민인정절차는 난민지위를 가진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한 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 신청서를 접수시키면서 시작된다. 난민 신청 시 신청서와 진술서 등을 제출하게 되는데, 이때 제출하는 진술서 등은 추후의 심사 등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난민신청을 접수한 사람에게는 ‘G-1 비자’(미주 1)가 발급되어 체류가 허용되며, 1년이 지나도록 결과가 결정되지 않을 시에는 체류자격외활동허가를 통해 취업이 허용되고 있다. 체류자격이 없거나 미등록상태의 외국 인이더라도 난민신청 이후 부과된 벌금을 납부하면 정상적으로 체류자격(G-1)이 변경된다.

그런데 난민신청 접수 단계에서 몇 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공항의 출입국심사대 바깥에서의 난민신청 의사를 밝히거나 요구할 경우, 완전히 입국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관계로 난민인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당 난민은 대한민국의 정상적 출입국절차를 통해 영내에 완전히 입국한 후에야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난민협약은 제31조에서 난민은 입국 과정이나 체류 과정에서 법적 지위의 합법성에 대해 문제를 삼지 못 하도록 되어 있다.(미주 2)

또한 일부 난민신청의 경우 접수 단계에서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접수가 보류(추가 증거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며 보류시킴)되거나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난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난민인정절차 중 가장 중요한 절차는 담당 공무원 면담이다. 이 면담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담당공무원이 지정하는 일시 및 장소에서 이뤄지는데, 일반적으로 난민신청 접수 3∼6개월 이후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적난민과 내에서 이루어진다. 면담 내용은 본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이유 등 박해에 관한 것으로 난민으로서의 자격요건을 갖추었는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현행 면담 절차에 있어서 통역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면담 과정에서 원활한 통역의 제공은 가장 필수적인 문제이다. 그동안 관련 예산 부족과 인식 미비로 인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한 통역의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통역 제공이 한층 강화되고 있지만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주요 언어를 제외하면 원활한 통역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난민신청자들의 출신 국가가 다양화되고 있는 최근의 추세로 미루어볼 때, 중동, 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의 소수언어에 대한 통역제공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제도를 살펴볼 때, 이번 예멘 난민 사태를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제적 인지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을 역임한 국가로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일부 여론에 등떠밀려 인권을 저버릴 것인지 곧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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