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에 주목하는 미투운동에 이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위드유운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기독교위드유센터’ 출범식에서 최정원 한의사가 전한 인사말이다. 기독교위드유센터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실명을 내걸고 미투 폭로에 나선 피해자가 설립한 것이다. 기독교위드유센터 대표 이진혜 집사는 지난 3월 JTBC에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해 보도된 바 있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이진혜 집사는 20년 동안 다닌 교회의 목사가 다수의 신도들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자 성폭력을 당했다고 제기한 신도들이 오히려 교회로부터 ‘꽃뱀’으로 치부되며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JTBC는 이진혜 집사가 지난해 12월 해당 목사를 고소했으며 해당 목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덧붙여 보도한 바 있다. 

‘기독교위드유센터’가 설립되는 취지로 이보다 더 통렬한 것은 없을 것이다. 미투운동이 전부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위드유운동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왼쪽부터 기독교위드유센터 대표 이진혜 집사, 대한여한의사회 회장 최정원 한의사, 한국교회법학회 사무국장 정재곤 박사, 한국정신분석협회 부회장 김순종 정신분석전문가, 그리고 맨 오른쪽에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채수지 목사 ⓒ윤병희

6월19일 저녁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는 별다른 사전 설명 없이 기독교위드유센터 설립예배와 이어 곧바로 센터 주도로 구축된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 출범식이 진행되었다. 이진혜 대표는 출범식에서 “우리가 고통 가운데 있을 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는 음성”이라며 “미투는 단순히 가해자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외침”이라고 나직히 말했을 뿐이다. 이진혜 대표는 “위드유는 2차 피해로 아파하는 이들을 치유하고 살려내는 생명살림 운동”이라면서 “기관 및 개인들과 함께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통합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에는 대한여한의사회, 한국교회법학회, 한국정신분석협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등의 단체가 참여하여 피해자에게 목회적 지원 뿐 아니라 의료ㆍ법률ㆍ심리 등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채수지 목사는 주의를 환기시키며 “20년간 해온 상담소의 활동에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면서 “한국사회에 불어온 혁명적인 미투의 영향으로 상담소의 역량을 넘어서는 보다 폭넓은 지원체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통합적 지원을 위한 기독교위드유센터의 설립을 높이 평가했다. 

채수지 목사는 이어 교회 성폭행 문제에 대해 “교회 성폭력이라는 공동체적 문제를 지극히 개인화된 고통으로 환원시키는 교회 환경 속에서 피해자를 위한 보호막이 전혀 없었던 척박했던” 지난 시기의 상담소를 회고하면서 새로이 구축되는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가 생명문화를 일구는 작은 소용돌이가 되고자 한다는 다짐과 기대감을 표했다. 

이날 행사는 기독교위드유센터가 발간한 34쪽 소책자 <교회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알림으로 마무리되었다. 
 
앞선 설립예배에서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 이은주 목사는 “하느님 당신의 이름은 위드유이십니다. 끝까지 변함없는 사랑으로 우리와 동행하시는 위드유이십니다”고 기도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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