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열차승무지부’와 ‘KTX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가 다시 대법원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철도노조도 함께 했다. 대법원이 사법농단 수사의 변호사 역할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6월21일 오전11시 대법원 정문앞에서 이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법원을 규탄하는 입장을 밝힌 후 정문 오른쪽에 놓인 대법원 표지석에 하얀 국화꽃을 던졌다. 산 사람에게는 흰 국화꽃을 주지 않는다. 대법원에 조의를 표한 것이다.

아직도 은폐하기에 급급한 대법원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PC 제출을 요청했으나 20일 대법원은 뜬금없이 KTX 해고 승무원 판결에는 문제가 없다는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대법원은 해명자료에서 2015년 KTX 승무원 해고를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KTX해고승무원들과 철도노조가 대법원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양승태 대법원장의 부당재판거래를 비판하고 나섰다. ⓒ윤병희

해명자료에 따르면 KTX 여승무원 사건은 판례공보를 통해 공개된 사건으로 “관여 대법관 전원이 심혈을 기울인 사건”이라고 밝히고 “재판연구관실의 집단지성”과 “대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해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문제는 이 재판이 재판거래 의혹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법원이 셀프 변호를 하고 있다.

KTX 해고승무원들과 대책위는 이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이 KTX 승무원 사건은 재판거래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기는 커녕 오히려 사법농단 의혹을 은폐하고 범죄혐의자들을 비호하는 ‘변호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대법원의 이같은 행태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달 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이 터지면서 KTX 해고승무원들의 하루하루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12년간 견디며 복직과 직접고용을 외치다 사법 농단이 드러나 이제는 되겠지 기대했으나 도리어 정당한 판결이라고 하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대법원은 (양승태 의혹이 터진 다음 날) ‘당신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충분히 전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그 따듯했던 위로의 말은 다 어디갔는지 (어제) 대법원의 입장 표명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입장 표명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양승태 대법관은 헌법을 유린한 것

김승하 지부장은 기자회견 발언에서 유감을 드러내고 “사법부가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리고 (양승태 의혹이 터진 다음 날) 대법원의 위로를 따듯하게 받아들인 것이 오히려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김 지부장은 “지금 대법원에는 KTX 해고승무원 사건의 주심이었던 판사가 아직도 있다.”면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수사대상이, 범인들이, 자신이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수사 받은 생각은 안 하고 자신의 정당성만 주장하고 있다”고 사태의 핵심을 짚었다.

▲ KTX해고승무원들이 대법원 표지석 위에 조화를 놓으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비롯된 부당재판거래로 대법원의 사망을 알리고 있다. ⓒ윤병희

이어 공공운수노조 우지현 변호사는 대법원의 해명자료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했다. “이것은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표 이후 대법관들이 재판거래는 없었다는 입장발표와 같은 맥락이다.”고 지적하며 대법원의 발표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 대법관들은 자신들이 최종심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KTX 승무원 판결은 자신들이 시인한 바 BH와의 연관성으로 이미 사법 재량을 일탈했다는 것과 ▲2015년 당시 새로운 법리를 적용해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KTX 승무원 판결은 그 새로운 법리에 비추어보더라도 명백히 불법파견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양승태 의혹이 터트린 문건 중에 2015년 11월 19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서 “사법부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권한과 재량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해온 사례”이자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판결이 바로 KTX 승무원 판결이다. 1심과 2심이 대법원에서 뒤집힌 이유들이 이렇게 밝혀진 것이다.

발언을 마치고 이들은 대법원 정문 오른쪽에 놓인 대법원 표지석에 대법관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한 송이씩 흰 국화꽃을 헌화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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