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얼마 전 정성스레 마음을 담아 보내주신 전자우편 잘 받았습니다. 담임 목회를 나간 후 직접 보지 못한 시간은 오래이지만 때마다 철마다 연락하셔서 저와 가족의 안부를 물어봐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 기도와 관심이 마치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선물 같아 저에게 늘 큰 힘이 됩니다. 그런데 집사님은 보내신 편지 말미에 요즘 제주도를 찾아 온 예멘 난민들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스럽다고 하셨지요? “그들을 통해 이슬람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것 아닌가? 이슬람권 난민을 받은 후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늘었다는 동영상을 봤다. 이 땅에도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세금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물음들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제 생각을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기독교는 어떤 목사님의 표현대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난민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쫓겨났습니다. 가인은 다른 부족들에게 쫓겨다닐까봐 걱정했습니다. 아브라함은 고향을 떠나 타지에 가서 더부살이 했습니다. 야곱은 형과 아버지에게 죄짓고 도망쳤습니다. 야곱의 열 두 아들은 흉년으로 이집트로 가서 이주민이 되었습니다. 모세는 사람을 죽이고 미디안으로 가서 살았습니다. 이스라엘 열 두 지파는 이집트 탈출 후 40년 동안 유랑했습니다. 다윗은 사울 왕을 피해서 블레셋으로 망명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은 어땠습니까? 영아들에 대한 살해를 명령한 헤롯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이집트로 피난가야 했습니다. 만약 누구라도 성경에 나오는 난민들을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기독교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난민을 받으면 혼란스러워지고 문제가 생긴다고 할 자격이 있을까요?

마태복음 25장을 읽다보면 부활하신 주님은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나그네,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옥에 갇힌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신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예멘 난민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한 강력한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의 기독교인 됨은, 교회의 교회됨은 이런 이들을 잘 맞이하고 영접하는 데 있습니다. 주님은 이 시대에 나그네로 찾아오는 이들의 모습으로 오시는데 예멘에서 머나먼 이국으로 찾아온 이들이 바로 우리가 두 팔 벌려 맞이해야 할 예수님의 모습 아닐까요?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극진히 대접하라’는 것은 성서의 말씀이며 주님의 명령입니다.

그 옛날, 다윗의 동네 베들레헴에 오셨던 예수님도 외면당하셨습니다. 하지만 해산을 앞두고 진통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한 가족을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은 당시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곁에 오시는 주님도 외롭습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는 눈만 돌리면 찾을 수 있지만 주님은 지금도 바깥의 한기 가운데서 떨고 계십니다. 제가 존경하는 김기석 목사님이 이런 글을 남기셨습니다.

“냉대와 적대가 넘치는 세상에서 기독교인들은 환대의 공간을 만들라고 부름 받은 사람들입니다. ‘손님’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딴 곳에서 찾아온 사람’입니다.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정의입니다. 하지만 그 글자는 ‘주인을 찾아온 사람’ 즉 ‘객客’을 뜻하는 ‘손’에 존칭인 ‘님’이 결합된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손님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사람들을 대할 때 취해야 할 지향과 태도가 어떤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손님으로 영접하라는 말은 그들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대하라는 말입니다. 우리 눈에는 하찮아 보여도 그는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집사님, 고작 500명이 무서워서 호들갑을 떠는 한국 교회의 나약한 모습으로 어떻게 수십억의 무슬림이 살고 있는 중동에 선교를 나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을 떨치고 이 땅에 찾아온 예멘 손님들을 어떻게 잘 맞을까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좋으신 우리 주님의 사랑과 평안이 집사님과 가정에 함께하시길 기도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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