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유물론자들인 북측의 주체주의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신학이어야 할 것이다. 교회를 박멸하던 그들, 도저히 한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피차 생각하던 그들과 한 형제가 되는 화해의 신학이어야 한다. 적당히 덮어서 얼버무리는 화해가 아니라 살을 베어내는 ‘회개’와 자기혁신이 요청되는 신앙적 실천이 전제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에 근거를 둔 ‘화해의 신학’이 절실한 것이다. 이런 신학적 모색을 민중신학이 앞장서서 북측의 ‘인민신학’과 대화하며 시도해야 한다.”

죽재의 민중신학이 나가야 할 방향

한기양 목사가 7월16일 광주 YMCA에서 개최된 <죽재 서남동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심포지움 주제발표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한기양 목사는 “민중신학과 민중교회의 전망”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가칭 ‘널문리 신앙고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널문리는 판문점에 자리를 내준 우리말이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같이 교회의 ‘판문점 신앙고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스위스 제네바 에큐메니컬 센터에서는 남북의 교회가 만나 ‘판문점 프로세스’를 선언한 바 있다.

▲ <죽재 서남동 목사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죽재 신학의 현재성과 계승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윤병희

이어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죽재 민중신학의 가르침과 성격 및 계승”이라는 주제로 논평을 이어갔다. 김 목사는 먼저 “한국교회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널문리 신앙고백’이 필요하다는 (한기양 목사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사회는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숨가쁜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평화의 물결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이요 세계의 정치지형까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 평화의 시대가 반북주의에 깊이 물든 한국교회에게 도전이 된다는 점은 슬픈 일이다. 한국교회는 새로운 상상력으로 자신을 변혁하며 하나님의 사건에 참여하려는 꿈을 다시 꾸고 선교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민중신학이 힘써야 할 때이다.”

민중신학에 대한 통일시대의 요청사항으로 받아 들인 것이다. 

계속해서 김종수 목사는 지나온 민중선교 활동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제시했다. 김종수 목사(생명선교연대 회장, 기독교사회선교연대 상임대표)는 죽재가 언급한 ‘open end (열려진 끝)’를 인용하며 민중교회 조직의 역사를 일괄한 후 지금은 선교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평가하고, 구심점을 잃지 말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수 목사의 시각은 시종일관 밝고 활기찼다. 그는 “재미있고 신나는 민중교회 이야기에 끝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open end로서의 민중신학과 민중선교는 더욱 재미있고 신나게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살아있는 죽재의 신학을 계승하는 일

심포지움에 앞서 드린 추모예배에서 연세대 명예교수 노정선 박사는 자신의 신학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된 서남동과의 연분과 서남동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참석자들과 나누었다. 이어 북쪽의 ‘인민신학’을 간략히 소개하고 남쪽의 민중신학과 북쪽의 인민신학이 ‘통일신학’이 형성될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어 낸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정선 박사는 “오늘 서남동이 살아 있다면 어떤 신학과 무슨 일을 하실까?” 자문하고 “먼저 담배를 끊으셔야 할 것이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아마 북한과 교류ㆍ지원ㆍ협력하는 신학과 행동을 하실 것이다.”고 자답했다. 서남동의 과거만 얘기하는 것은 서남동을 올바로 기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정선 박사의 안목은 구체적이다. “서남동 목사가 지금 살아있다면 아마 북에 대한 식량 지원과 경제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종전 선언을 위해 일하실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모예배와 심포지움에 광주NCC(회장 김광훈 목사[예장 통합, 담양주산교회]), 5.18기념재단(이사장 이철우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광주노회(노회장 박상규 목사[광주성광교회]), 생명선교연대(회장 김종수 목사) 등이 참여했으며 이어 다음날 5.18 민주묘역 서남동 목사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다.

죽재 서남동 목사는 1918년 7월 5일 전남 신안에서 출생하여 1984년 7월 19일 서울 세브란스 병상에서 소천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며 소천 34주기이다. 죽재를 기리며 <죽재 서남동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7월16일 광주 YMCA에서 추모예배와 심포지움을 열었다.

심포지움은 연초에 기념사업회 출범 당시 계획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었지만 이날 심포지움의 주제는 출범식 직후 급변한 한반도 화해정국을 반영하고 있다. 죽재의 신학은 민중신학의 관점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신학이 속히 모색되어야 한다는 요청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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