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들에게 처음으로 이 인사를 드리며 시작하고자 합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이 인사는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도 자주 쓰여서 제가 왜 이런 인사를 드렸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적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우리 주변에서 자주 쓰이는 이 인사말이 왜 갑자기 제가 화두로 잡았을까요?

여러분들은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학교에서 시작해 이후 전국으로 확산된 대학가의 대자보운동을 기억하십니까? 철도민영화 등 박근혜 정부, 아니 사실 그 이전의 이명박 정부부터 여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새누리당 정권에 저항의 목소리를 대학생들이 발산하기 시작했던 그 날을 여러분들은 기억하십니까? 민중의 삶이 점차 피폐해져가고 소망이 점차 하나둘씩 사그라지는 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시민들의 일상을 침해하고 무고한 학생들과 시민들이 사고로 죽어가는 것을 보고서도 그 누구라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어쩌면 요즘 젊은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꿈도 희망도 없는’ 이 시대에 청년들이 사회에 기존과는 다른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 사건!

저는 이 때 공주대학교에서 3학년을 마감하고 이제 4학년으로써, 학부생으로써 마지막 1년을 보내기 전에 이 이슈가 대학가를 강타하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우리 공주대학교에서도 뭔가 목소리를 내야 하겠다 싶어서 이 운동에 동참하였습니다. 물론 이 대자보를 쓸 적에 주변에서 그러다가 제가 정권에 찍힐까봐 걱정해주시던 분들도 계셨고 이런 작은 실천에 고마워하고 뜻을 함께 모아주셨던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한국사를 전공하고 있던 전 이 운동을 다만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곧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2015년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로 인해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었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체포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답답해 숨이 멎을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시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민중이 피를 흘려가며 이뤄냈던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져가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국에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정의가 죽어가고 불의가 호가호위(狐假虎威)하여 제 세상이 온 것 마냥 의기양양하는데 우리 기독교인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몰려가 박근혜 탄핵을 목 놓아 외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지구촌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 우리 곁에 존재하는 소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인권조례를 보수정당과 손잡고 근시안적 혐오를 교회가 앞장서서 쏟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억압과 탄압의 시절에 우리는 도대체 누구의 편에 섰습니까?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들이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라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아직도 듣고 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아모스서에 나오는 시대를 살펴봅시다. 남왕국 유다에서 무화과를 제배하고 양을 치던 아모스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들고 북왕국 이스라엘로 향합니다. 아모스가 목격했던 이스라엘의 모습은 여러분들께서 이 아모스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시면 정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던 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을 통치하는 왕부터 시작해서 귀족과 성직자, 부자들이 타락하여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 민중들이 희망을 강탈당하고 고통과 눈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 어떻습니까? 오늘 우리나라와 이 이스라엘의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지 않습니까? 참 무서운 일입니다. 기득권층들이 온갖 사치와 향락을 하루하루 이어가고 전심으로 하나님을 섬겨야 할 직분자들은 허례허식에 묶여있으며 민중들의 신음과 눈물이 멎을 날이 없었던 이 참혹한 모습을 여러분들께선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 Gustave Doré, “Prophet Amos”, 1866. ⓒWiki

아모스는 과수업과 목축업을 하던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불의가 창궐한 이스라엘을 향해 아모스를 부르시고 그를 통해 이스라엘을 신랄히 꾸짖으십니다. 유다와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택함을 받은 민족입니다. 그런 민족이 타락하여 잘못된 길로 향하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결코 외면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아모스를 부르셔서 그의 언행을 통해 적나라하게 비판함으로써 개입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결단코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당신의 자녀들을 나 몰라라 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구약의 이사야와 예레미야, 에스겔, 미가 등 선지자들이 있었지만 자기 이름으로 글을 쓴 예언자들 중에서 가장 연대가 빨랐던 아모스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해 민중이 핍박받고 착취되는 모순된 현실에 곧 임할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과 사랑의 회복을 통해 미래의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세상을 촉구했던 것입니다.

이제 신약으로 살펴봅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예수께서도 구약의 선지자들과 같이 허례허식과 부패로 가득한 사회를 향해 크게 꾸짖고 계십니다. 형식적인 종교생활을 하는 성직자들을 꾸짖으시고 시장으로 변질된 성전을 크게 엎으시며 불의한 창녀를 처형해야 한다는 군중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반박하십니다. 우리는 흔히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사랑’이란 단어를 써가며 표현합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맞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란 말 자체는 당장 제가 죽는다고 하여도 변하지 않을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치명적인 오류에 빠집니다. 하나님께서 죄인들도 사랑하시니 내가 적당하게 규례를 지키며 살아간다면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허나 열왕기상에 나온 엘리야가 기손 시냇가에서 바알 및 아세라 선지자들을 참수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결코 하나님께서는 적당히 타협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피의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에굽(이집트)의 바로(파라오)가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을 요구하는 모세의 요구를 거부할 때 하나님께서는 7가지의 대재앙으로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내리십니다. 이 장면에선 하나님의 사랑보다 하나님의 뜻을 거부한 자들이 신벌(神罰)들을 받는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공의, 즉 엄격함과 분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무조건 자식의 잘못 앞에서 매부터 드는 건 잘못된 일이나 무조건 자식의 편만 드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이듯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으로 만지실 뿐만 아니라 공의로써 냉혹한 심판을 내리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우리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 우리가 전심으로 자신이 그 무엇을 치장하여도 타락하고 추한 죄인임을 인정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서 흘리신 보혈을 감히 우리가 의지하고 나아갈 때, 성령께서 우리를 돌보시고 우리가 참혹한 이 세상에서 살아갈 때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는 칭의를 받는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장 여러분의 주머니에서 동전이나 지폐를 꺼내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화폐를 보면 앞면과 뒷면이 있습니다. 어느 한 면이 손상되면 그 화폐는 시장에 통용될 수 없는 것을 여러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시소나 양팔저울의 한쪽에만 사물을 올리면 결코 평형을 이룰 수 없으며 양쪽에 같은 무게의 사물을 올려야 평형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여러분들께서는 상식으로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사랑과 공의가 공존한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써 이 세상을 살아감과 동시에 지구촌의 세계시민으로써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법에만 따른다하여 세상의 법을 거스른다면 우리는 사회에 크나큰 지탄을 받게 됩니다. 당장 세월호 참사의 주범인 구원파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들은 자신들의 진리에만 따른다면 결코 세상의 이치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반윤리적인 이단입니다. 이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유가족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걸 우리는 직접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이처럼 어느 단면만 고집하게 되면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우리는 갈등을 겪게 되고 서로 간에 불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자 지구촌 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 하겠습니까? 바로 우리는 이 두 곳에 소속되어 있음을 먼저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하는 우리들은 동시에 국가의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선 먼저 주지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는 민중이며 민중의 의사와 합치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를 동등하게 인식하며 공존하는 것이 바른 민주주의요 법치주의인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광복되기 전까지 일본의 식민지로 수모를 겪어왔습니다. 대한독립만세를 목 놓아 울부짖던 3 · 1 운동에는 우리 믿음의 선배들께서 앞장서왔고 동시에 수모를 겪었습니다. 4 · 19 혁명과 5 · 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에도 깨어있던 기독교인들이 앞장을 서서 민중을 계몽하였고 그들과 함께 행진했습니다.

종교개혁 핵심인물이었던 마르틴 루터는 천주교회의 부패와 탐욕에 맞서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하여 교황청에 저항하였고 그 밖의 많은 인물들이 천주교회의 타락에 맞서 교회는 항상 개혁(개신[改新])해야 함을 주장했고 우리는 이분들의 헌신으로 인하여 우리는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의 선진들이 이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들은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시대적 장벽이 너무 높다고 우리가 눈을 돌리고 귀를 막을 때가 아닙니다. 믿음의 선지자들처럼 불의에 유린당하는 이 시대에서 이것은 아니라고 외쳐야 할 때가 왔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세례(침례)요한의 광야에서 외치던 소리를 우리들은 벌써 잊은 것이 아닌지, 예수 그리스도와 선지자들의 꾸짖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 건지 치열하게 고뇌하고 회개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거짓된 유혹과 비방의 편에 설 것이 아니라 굴종의 삶을 떨쳐내고 기만의 산을 옮기는,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정한 저항자(Protestant)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의 공의와 사회의 정의실현은 결코 양분된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우리는 이 사회가 정의가 실종되고 공의가 말라가는 사회임을 결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오늘날에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방관하였고 거짓에 미혹돼어 도리어 민중을 억누르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참된 사랑과 공의를 깨닫고 시대의 모순에 적극적으로 저항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았음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요 이 땅의 민중이기에 우리의 시야를 축소하는 ‘게토’에서 벗어나 민중이 억압받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광야와 같은 이 사회로 나아가서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뿐만 아니라 이들을 탄압하는 불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여 정의를 실천해야 할 프로테스탄트(Protestant)임을 깨달으시기를 전심으로 호소합니다.

임석규  rase21c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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