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설립예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기독교위드유센터(이진혜 대표, 센터장 김성환 목사)는 7월19일 서대문 이제홀에서 기도회를 열고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증언들을 경청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세 건의 미투 증언이 있었다.

교회 성폭력 이해 확대의 필요성

이날 증언된 미투 사례의 특징은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에 따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떤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심지어는 이러한 사례들이 왜 교회 성폭이냐고 의문시될 수도 있다며 교회 성폭력 이해에 대해 확장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회 성폭력을 “목회자가 권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돌봄 하에 있는 성도에게 가한 성폭력”이라고 협소하게 개념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교회 성폭력은 “여성혐오 문화를 공유하는 교회 공동체의 젠더폭력”입니다.”

채수지 목사는 이날 기도회에서 교회 성폭력 사례 미투 증언자들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사례 1

이날 기도회의 첫 번째 미투 증언은 목사의 언어성추행 발언과 인격 모독 발언으로 받은 충격으로 자살충동과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심리치료와 병원 진료에 들어가는 과도한 진료비로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증언자는 이날 기도회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정균란 목사가 진술서를 대독했다. 진술된 증언 중 목사의 언행 한 대목이다.

“(목사가 나에게) 피부 뽀얀게 먹을만하다는 발언과 함께 입맛을 다시는 제스처와 눈알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고 듣고 충격에 빠졌다.”

사례 2

두 번째 미투 증언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자신이 만난 남자가 목사라는 신분을 숨긴채 만남을 계속하던 중 임신을 하고 낙태를 강요 당했으며 이후 그가 목사라는 것을 알게 되어 교회와 노회에 목사의 비행을 알렸으나 오히려 자신이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고 목사는 버젓이 목회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증언자는 이를 가증스럽다고 표현하며 자신은 심신이 피폐해져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도회에서 이 증언자의 진술은 김성환 목사가 대독했다.

사례 3

세 번째 미투 증언자는 실명을 밝히고 모습을 드러내 직접 자신의 진술서를 읽었다. 증언자는 지난 3월 JTBC에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바 있다. 기독교위드유센터의 이진혜 대표 본인이다.

▲ 기독교위드유센터 이진혜 대표가 미투 증언자로 나섰다. ⓒ윤병희

“K 목사로부터 안수기도를 받다가 배를 만지는 등 하여 그것이 기도를 빙자한 성추행임을 뒤늦게 알고 수사기관에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증언자는 좌절과 분노로 심적 고통이 매우 크다고 심정을 밝혔다.

피해자 중심의 성폭력 인식이 시급

미투 증언에 이어 채수지 목사의 미투 지지발언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회 성폭력에 대해서 어떤 정형화된 형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교회 성폭력 사례들을 접할 때면 “이게 왜 교회 성폭력이냐”고 묻습니다. 교회에서는 피해자가 진짜 피해자인지를 의심하고 “왜 그때 문제제기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그 의도를 의심합니다. “교회를 망치려는 속셈”이라고 피해자를 ‘집단을 위협하는 개인’으로 바라보거나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할 수 없다”며 성폭력 사건을 개인 간의 문제인 것처럼 취급합니다. 법정에서는 종교의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피해자는 매우 불리하며 패소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채수지 목사는 “진짜 미투는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집중하는 성폭력 고발 운동을 넘어 구조와 문화, 공동체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라고 지적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정상’으로 허용되는 공동체와 그 행위를 한 가해자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서로 동조하고 있다”고 사회와 교회에 일침을 가했다.

교회 성폭력 사건 교회 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말 것

특히 이날 기도회는 법무법인 이강 소속 문진성 변호사의 법률 조언으로 이어졌다. 문진성 변호사는 이날 증언된 사례들이 법정에서 불리한 처분을 받는 특징을 설명하며 자신이 다룬 케이스를 통해 보면 사회에서의 미투와 교회의 미투가 다른 모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 변호사는 먼저 피해자들이 목회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을때 피해자가 생각하는 모습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신체접촉의 경우 사회에서는 판단이 쉬운데 목회자가 신체접촉을 하게 되면 성적인 추행인지 신앙적인 것인지 혼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고 문 변호사는 지적했다. 즉 목회자로부터 받은 피해를 말하면 오히려 피해자가 무얼 잘못했길래 그러겠냐고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1대 1의 관계이지만 교회에서는 피해자에 대해 교회 공동체 다수의 집단적인 가해가 이루어지는 1대 다수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교회에서 미투 폭로가 일반 사회보다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사회 법정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문 변호사는 오늘 증언된 사례들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증거 등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만 특히 목회자들의 경우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거의 백프로 숨기고 부정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1대 1의 자리에서 스스로 고백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독교위드유센터는 설립 이후 활발하게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미투 폭로를 한 이후에 발생하는 피해들이 다양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기독교여성상담소와 같은 교회 기관과 더불어 의료기관ㆍ법률가ㆍ정신분석가 등이 참여하는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이렇게 기독교위드유센터는 미투 피해자들에 대해 “위드유 운동으로 응답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통합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에큐메니안은 이날 기도회에서 증언된 세 명의 진술서와 기독교여성상담소장 채수지 목사의 미투 지지 발언을 순차적으로 게재할 계획이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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