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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고 덜고 덜어서” - 去甚去奢去泰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29
이병일 | 승인 2018.07.23 20:45
“장차 천하를 취하고 그것을 행하는데, 그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보았다. 천하는 신령한 그릇이니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다. 무엇이 되려는 자는 실패하고, 무엇을 잡으려는 자는 그것을 잃는다. 그러므로 만물은 나아가거나 혹은 뒤따르고, (숨을) 내쉬거나 혹은 (입김을) 불고, 굳세거나 혹은 파리하고, 꺾이거나 혹은 떨어진다. 이럼으로써 성인은 지나친 것을 덜고, 과분한 것을 덜고, 심한 것을 덜어낸다.”
- 노자, 『도덕경』, 29장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故物 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載或隳.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大).

강함과 명분과 영화를 추구하는 것은 천하를 얻으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가 무력과 바른 명분과 사직의 번영을 추구하면 약하거나 뒤쳐진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정치는 오히려 천하의 혼란을 초래할 뿐 천하를 얻을 수 없습니다.

천하를 지배하려는 욕망은 인위적인 질서를 요구하게 됩니다. 예는 덕으로 다스린다고 하지만 예 또한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 폭력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전쟁 또한 인위적인 질서를 추구하는 극단적인 수단입니다. 무력을 쓰는 것은 상대방이 복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물은 스스로 고유한 자연적 질서를 갖추고 있어서 인위적인 명령을 거부합니다. 그러므로 전쟁은 곧 자연의 도와 싸우는 길입니다.

ⓒGetty Image

무슨 일이든 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에 내맡기는 것이 가장 잘 하는 것입니다. 사물의 다양한 모습과 기능의 다양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 생긴 대로 잘 피어나게 하는 것이 좋은 정치입니다. 가장 잘 다스리는 것은 다스리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 그러면서 각자의 기능을 잘 발휘하도록 하는 큰 중심을 쥐고 있는 것이 가장 잘 다스리는 노자의 정치사상입니다.

천하는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하늘 아래 기생해서 살아가는 존재일 뿐입니다. 천하를 끝까지 취하려는 자는 세상의 법칙에 따라서 끝내 천하를 취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극심하고, 사치하고, 과분한 것을 취하지 않습니다.

‘심층생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연의 주인도 아니고, 청지기도 아닌 자연의 친구이다. 우리가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다른 사람들과 우리 스스로를 동일시할 수 있을 때, 친구 사이가 되는 것이다. 친구사이의 우정은 가장 순수하면서도 고귀한 관계다. 우리는 결코 우리의 친구를 해코지하거나 착취하거나 다치게 하거나 모욕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게서 받은 모든 것은 선물이다. 그 선물이 음식이건, 물이건, 햇빛이건 혹은 다른 무엇이건. 모든 것은 선물이다.
모든 생명체는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생명체에 대한 심오한 공경의 느낌을 경험하기 시작하고, 아름다움과 고결함, 풍요로움과 너그러움, 그리고 전체 생명의 그물을 지배하는 경제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통제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대신에, 우리는 정교하게 짜여진 생명의 그물의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더 이상 지구의 주인이나 청지기가 아니라 참가자이자 지구의 공동 창조자이다.
- 사티쉬 쿠마르(Satish Kumar)의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중에서

교회의 예식에서 성만찬은 예수님을 기억함으로써 예수님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걸었던 길을 따르는 의지에 동참하게 합니다. 모든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하늘의 밥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삶을 더듬어 찾으며 닮으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몸을 바쳐 모든 담을 헐어버리고, 갈라져 있던 사이를 화해시킨 그 사건을 기억하는 성만찬이 오히려 분리와 담을 쌓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비극일 것입니다.

또한 성만찬은 하느님과 자연과 사람에 대한 감사를 되새기게 하는 예식입니다. 성만찬을 통하여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먹는 행위를 예식으로 행함으로써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과, 사람들의 생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선물로 주는 자연과, 다른 사람을 위해 땀 흘려 수고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특히 자연은 소유나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살리는 바탕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연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넘치는 것을 덜어내면서 자연을 닮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지나친 것을 덜고, 과분한 것을 덜고, 심한 것을 덜어서 나눔의 원리를 따를 때에 우리의 공동체는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듯이 나는 누군가에 의해 먹임을 입고, 함께 먹을 수 있고, 누군가를 먹일 수 있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깨닫는 것이 “살림의 잔치”를 펼치는 시작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주라”고 하십니다. 없는 것을 줄 수는 없습니다. 갖지 못한 것을 베풀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이미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깨닫고 보면,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가 받은 것입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하늘로부터 받은 것임을 깨닫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유관념과 다릅니다. 하느님이 주셔서 받았고 또 받아서 감사하다면, 주신 마음을 헤아리고 그 뜻을 깨달아 알게 될 것입니다.
목자 없는 어린 양 같은 무리와 함께 아파하는 마음은 빵을 쪼개고 소유를 부수게 합니다. 빵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라면, 가르침을 깨닫고 행함은 우리의 마음씨입니다. 감사의 마음, 축복의 마음은 나눔의 마음씨로 확장됩니다. 무엇이든지 내가 가진 것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씨는 생명의 밥상, 살림의 잔치를 마련하는 시작입니다. 빵을 쪼개어 소유를 나누고, 깨달은 말씀을 몸과 마음으로 선포하는 일은 무턱대고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이나 다른 생명과 사이좋게 지내는 일입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살림의 잔치, 생명의 밥상 1,2” 중에서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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