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총회 성명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이하, 기교협)가 창립한 시기는 1966년이었으니 올해로 52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기교협은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을 중심으로 하는 기독학생운동을 삶으로 이끌고, 학문으로 지도하면서, 학원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증거하기 위해 몸부림쳐 왔습니다. 기교협에는 처음부터 다양한 대학의 유능한 교수들과 학자들이 참여했고, 이들은 교단을 넘어서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향했고, 한국 사회의 개혁을 위해 모색하고 행동했습니다. 세계 교회와 대화하였고, 국내외 에큐메니칼 운동의 프런티어로 참여한 교수들은 한국의 기독학생운동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첨단의 학문, 이론, 관점들을 소개하고 이와 함께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신학적, 이론적 배경과 산실이 되어주었습니다. 기교협의 교수들은 특히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또 산업선교 등 노동 농민운동에 참여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의 개선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선배 교수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기교협은 한국 교회와 사회의 발전에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매우 쇠락해진 현재의 기교협에 비해서 이전의 기교협은 고난 속에서도 영광의 길을 걸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의 현실을 보면 교회와 사회개혁을 위한 기교협 운동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갇혀 있음을 쉽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은 돈의 지배 하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승자 독식의 경쟁구조를 잉태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제가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사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학교수들과 학자들은 규격화된 연구업적을 쌓지 않으면 대학 사회에서 도태되고, 일부 교수들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안락함에 즐기면서, 대학 사회의 시장 논리에 적응하면서 바깥세상과 담을 쌓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도 더욱 시장 논리에 종속되면서 이기적 입신 영달을 위한 취직과 고시공부에 몰두하면서 이웃과 세상을 위한 봉사나 사회의 변혁을 위한 창조적인 몸부림과 운동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장 경쟁구조만의 탓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구조가 이미 이기적이고 비역사적인 지식인 집단들을 더욱 입신출세에 눈을 돌리게 만든 것입니다. 이제 대학은 더 이상 이 사회의 변혁을 위한 창조적이고 열린 교실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교협은 이대로 주저앉아야 하는가 되묻고 싶습니다. 최근 한반도의 기류는 평화와 통일로 분명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이제 크리스천적인 양심을 가진 지성인들이 한반도의 앞날을 위해서 모여서 기도하며 연구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승자독식의 이기적 문화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과 피조세계가 공히 살아갈 수 있도록 확실한 비전을 당당히 밝혀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것이 50여년간의 기교협이 기다리고 원했던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한 사회 안에 있는, 이제까지의 비이성적인, 적대적인 좌우 대립을 청산하면서, 남북한 간의 화합의 길을 우리가 앞장서서 보여주고 살아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막 1:15)는 예수의 말씀이 우리 기독자 교수들에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추수할 때가 되었는데 일꾼이 없는(눅 10:2) 상황입니다. 교수들이 너무 자기 일들에 매어 있어서 바깥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 밖의 사회에서는 선한 능력의 일꾼들을 부르고 있는데, 응답의 소리가 작습니다. 이제 아주 소수만이 남아 있습니다. 마치 마른 뼈들이 널려져 있는 에스겔 골짜기의 모습이 현재의 기교협의 모습입니다.

오늘의 중요한 시점에 기교협은 초라한 총회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초라하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화운동 시기에도 그랬지만 소수의 교수들이 결국 학원과 교회와 사회를 이끌었습니다. 민주화운동 시기가 그렇게 어려웠지만, 오늘의 신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시기에도 그만큼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때는 독재권력의 탄압이 무서웠지만,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의 꾐이 무섭습니다. 그러나 이 속에서도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다행히 기교협이 13년 전에 창립한 열린평화포럼(2005년 창립)이 아직까지도 매달 한번씩 우리 사회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미나로 모이고 있어 여기에 기대어 총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포럼의 참가자들도 은퇴한 분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교협 교수들도 주로 나이가 많은 교수들입니다. 젊은 학자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기교협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 생태환경의 파괴, 청년 실업, 재벌 중심의 잘못된 경제체제, 비정규 노동문제 등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입장에서 참여하여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해야 합니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기독자 교수운동을 전개할 것을 다짐하려고 합니다. 이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형식을 가진 운동을 펼쳐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오늘의 우리 기교협의 초라한 모습을 슬퍼하면서 그러나 아직도 남은 자들이 있음으로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다시 확인하려고 합니다. 창조의 영께서 우리에게 불어와 마른 뼈들에 살이 입혀지고 피가 돌아서 우리들이 하나님의 성실한 일꾼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맞이 하여 우리 기교협은 곧 (되도록 8월 중에) 정책협의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하여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대비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행사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7월 26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직전회장  권진관
신임회장  김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