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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성하면 곧 쇠한다” - 物壯則老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30
이병일 | 승인 2018.07.30 20:31
“도로써 임금을 돕는 사람은 병사로(전쟁으로) 천하를 강압하게 하지 않는다. 그 일은 곧잘 회전한다(뒤바뀐다). 군사가 머물렀다가 간 자리에는 가시나무가 자라나는구나! 큰 군대가 간 후에는 반드시 흉년이 온다. 잘하는 자는 이미 열매를 얻지만 감히 무력(강함)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열매를 얻지만 자랑하지 않고, 열매를 얻지만 징벌하지 않고, 열매를 얻지만 오만하지 않고, 열매를 얻지만 이미 그것을 얻었다 하지 않는다. 이를 일컬어 열매를 얻지만 강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만물은 성하면 곧 쇠한다. 이를 일러 도가 아니라고 하고, 도가 아니면 빨리 그친다.”
- 노자, 『도덕경』, 30장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於)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善有(者)果而已. (不敢以取强) 果而勿矜 果而勿伐. 果而勿驕. 果而不得已. (是謂)果而勿(不)强. <善者果而已矣>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已

천하에 사적인 질서를 추구하는 한, 전쟁과 같은 강압적인 수단을 쓰게 됩니다. 그러나 천하를 얻기 위해 무력을 강화할수록 현실은 흉년이 닥치게 됩니다. 농부를 모두 전쟁의 보병으로 동원하기 때문입니다.

춘추시대에는 소수의 전사계급이 전쟁을 담당했으나, 전국시대에는 농민이 동원될 정도로 전쟁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전쟁에는 성을 쌓고 길을 닦는 등 장기간 대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하니, 전쟁은 최소한 1-2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 병력을 일으키고 군대를 주둔시키지만, 그 결과는 반대로 흉년이 오고 세상은 황폐해질 뿐이었습니다.

ⓒGetty Image

노자는 병력을 강하게 하는 일은 뒤바뀌기가 쉽다고 말합니다. 병력을 강하게 할수록 백성의 노동력과 재력이 소진되고, 상대방에게는 더 강한 준비를 부르게 됩니다. 자신의 힘이 강하다고 생각하거나 남을 얕볼 때 남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도는 그 반대의 결과를 줍니다.

노자는 현실에서 활동하는 도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힘을 쓰면 일찍 늙듯이, 나라가 병력을 강하게 하면 나라가 일찍 쇠퇴해집니다. 이렇게 천하를 얻는 것은 도가 아닙니다. 강압적인 수단을 쓰지 않을 때 천하가 저절로 얻어집니다. 자연에는 도가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맹자의 왕도사상이 공자를 이어받는 유교적 전통에서 仁의 실현이라는 인위적 맥락이 강한 것이라면, 노자의 도는 그의 전통을 이어받는 장자에게서 잘 드러나듯이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否定的 혹은 자연적 요소가 강한 측면이 있습니다. 맹자가 수련을 통한 도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면 노자는 비움을 통한 도의 정치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품에서 걷고 쉴 때는 거기에 온몸과 온 마음을 두어야 자연에 경의를 표할 수 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바라보라. 귀 기울여 들어보라.
자연에 존재하는 풀 한 포기, 뛰어노는 동물 한 마리가 다 온전히 제 자신으로 존재함을 보라.
인간과는 달리 그들은 제 자신을 둘로 분열시킬 줄 모른다.
그들은 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 줄도 모르고, 그 이미지를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법도 모른다.
그러니 이미지를 더 멋지게 꾸미거나 보호하려고 애쓰지도 걱정하지도 않는다.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다. 수선화도 그저 수선화일 뿐이다.
- 에크하르트 톨레, 『고요함의 지혜』 中에서

인간이 사회에서 살 때에 정치를 떠나서 살 수 없습니다. 인간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도 정치라는 맥락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정치는 두 사람 이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관계를 최소화하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입니다. 무력보다도 더 높고 오래가는 문화, 그 문화를 다시 꽃피우고 번성하게 하는 바탕에는 종교적 신념이 있습니다. 전쟁보다는 평화를 증오보다는 사랑을 강조하는 종교가 역사와 문화의 생명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자연이 아닌 인간세상은 이제 자연의 법도를 너무 멀리 벗어났습니다.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끝없는 경쟁과 승리와 성공으로 유혹하는 인간세상의 흐름을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 위기를 느낀 사람들은 배 위에서 풍랑을 만난 제자들처럼 난파를 막아보려고 오늘도 애를 씁니다. 때로는 노무현 노회찬처럼 더 큰 가치를 위해 밑거름이 되기 위하여 스스로 인간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거대한 세상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은 “나다. 두려워 말고 용기를 가져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처럼 그 길을 먼저가신 분들의 길을 살아남아서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때에 그 흐름을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밤중에 바다 가운데 있는 제자들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 노를 젓느라고 너무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바람이 그들을 “반대하여” 불어왔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제자들이 노 젓는 것을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바람은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을 적대하며, 그들의 일을 방해하는 세력입니다. 제자들이 한 밤중에 바다에서 바람에 시달려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예수님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없는 항해, 예수님을 배제한 항해는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제자들 안에 예수님이 없거나 무시되었을 때에 그들은 자기 목숨마저도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측은하게 여겨서 그들에게 가서 용기를 줍니다. “나다. 두려워 말고 용기를 가져라.” 예수님이 그들을 향해서 배에 오르자 바다와 바람이 즉시 잠잠해졌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일과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해와 깨달음의 조건은 함께 걸어가고 함께 행동하는 것입니다.
바다, 밤 그리고 바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입니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 세계는 죽음으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바람을 거슬러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잘못된 세상을 거슬러 인류를 해방하기 위해, 모든 생명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용감한 젊은 예언자 예수님을, 이 세계 속에서 살면서 따라가기엔 너무 어렵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성난 파도, 술수와 모략으로 유혹하는 어두움, 적극적으로 대적하며 길을 막는 바람이 있는 한 작은 예수가 되어 예수님이 가신 길을 헐떡이며 좇아가기에도 벅찹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도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이기에 살아 있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새로운 목적지를 향한 과정이며, 그 곳에 바로 우리가 헤치고 걸어갈 길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들러야 하는 곳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합시다. 그 일을 하면서 낙심하지 말고, 부지런히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서로를 위로합시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바다를 건너려 했으나” 中에서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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