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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를 부르자, 불태워진 기독교를 위해”히틀러는 인간을 태웠고, 통합측 총회재판국은 기독교를 불태웠다
이정훈 | 승인 2018.08.08 03:20
▲ 독일 문학의 꽃을 피웠던 하인리히 하이네 ⓒWikipedia

유대계 독일 문학가였던 Heinrich Heine(하인리히 하이네)는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쉴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와 함께 독일 낭만주의 작가이자 그 당시 문학을 이끌어가는 삼두마차라 일컬어졌다. 그러나 하이네의 행보는 낭만주의와 결별하는 수순을 밟았고 급기야 낭만주의를 조롱하는 시와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이네가 낭만주의 문학가로 여전히 알려진 것은 그 당시 독일 가곡의 왕이라 칭해졌던 프란츠 슈베르트나 로베르트 슈만 등의 낭만주의 음악가들이 하이네의 시들을 인용해 가곡으로 작곡해 초대박 히트를 치면서였다. 하이네 자신이 쌓았던 명성보다 낭만주의 음악가들 때문에 오히려 더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이러한 하이네가 1821년에 집필한 『Almansor』(알만조르)라는 비극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스페인에서의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갈등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이 비극에 등장하는 주인공 여성인 줄라이마가 기독교로 개종한 후 갖게 된 이름이 돈나 클라라다. 하이네는 스페인의 유대인들이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지배를 차례로 겪으면서 처하게 된 된 운명을 지속적으로 자신의 작품 주제로 다루었다.

히틀러가 불태운 건 인간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 비극 작품이 유명하게 된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현대판 분서갱유로 회자되는 베를린 분서 사건 때문이다. 나치 총통 히틀러가 1933년 5월10일 나치에 반대되는 책들을 베를린 훔볼트 대학 광장에서 불태운 사건이 바로 이 베를린 분서 사건이다. 역사를 잊지 않기로 유명한 독일인들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1994~1995년 동안 책이 불태워진 그 자리에 이 분서 사건을 기념하는 기념물을 제작했다.

▲ 나치가 자신들의 사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광장에서 책들을 불태운 분서 사건을 기념해 만든 동판 기념물 ⓒGetty Image

동판으로 제작된 이 기념물은 마치 책을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한 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In der Mitte dieses Platzes verbrannten am 10. Mai 1933 nationalsozialistische Studenten die Werke hunderter freier Schriftsteller Publizisten, Philosophen und Wissenschaftler.”
“1933년 5월10일 이 광장 한가운데에서 나치 사상에 물든 대학생들이 수백명의 작가, 저널리스트, 철학자 그리고 학자들의 저술들을 불태웠다.”

그리고 이 동판에 옆으로 이어져 있는 다른 동판에는 이 대학의 선배였기도 했던 하이네의 바로 저 『알만조르』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Das war ein Vorspiel nur, dort wo man Bücher Verbrennt, verbrennt man auch am Ende Menschen.”
“그것은 단지 서막이었다. 책을 불태우는 그곳에서, 결국 사람도 불태우게 될 것이다.”
- Heinrich Heine, 『Almansor』

하이네가 히틀러보다 앞선 시대의 사람이었으니 이 베를린 분서 사건을 알았을리야, 그리고 예언했을리야 없었겠지만, 이 구절은 마치 사건을 앞질러 본 예언자의 예언이 되어 버렸다. 책으로 대변되는 인간 문화와 문명의 질그릇을 불태우는 행위야 말로 인간 그 자체를 불태우는 것과 등가관계로 하이네는 표현한 것이다. 그의 예언처럼 책을 불태운 나치에 의해 유럽은 그야말로 인간을 불태운 전쟁으로 멸망의 직전까지 이르렀다.

통합측 총회재판국은 기독교를 불태운 것

시간 상으로 어제 한 사건이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해준 판결이었다. 이걸 사건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마치 히틀러가 훔볼트 대학 광장에서 분서를 단행함으로 2차 대전이 몰고 올 인간 역사를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학살되는 인간의 생명과 문명 파괴의 현장을 축소판으로 보여준 사건 말이다.

▲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4층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4층 회의실에서 명성교회 세습 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었다. 올바른 재판을 촉구하는 기독교인들이 시위를 벌였다. ⓒ윤병희

아니 이 재판은 하나의 징후로 읽어야 할 것으로 본다. 나락으로 떨어진, 더 이상 회생 불가능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의 운명, 아니 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보여주는 징후 말이다. 기독교가 더 이상 종교가 아닌 하나의 이익집단임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건이자 징후로 말이다.

우리는 이제 비판과 비난이 아니라 애가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 슬프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그렇게 붐비더니, 이제는 이 도성이 어찌 이리 적막한가! 예전에는 뭇 나라 가운데 으뜸이더니 이제는 과부의 신세가 되고, 예전에는 모든 나라 가운데 여왕이더니 이제는 종의 신세가 되었구나. 이 도성이 여인처럼 밤새도록 서러워 통곡하니, 뺨에 눈물 마를 날 없고, 예전에 이 여인을 사랑하던 남자 가운데 그를 위로하여 주는 남자 하나도 없으니, 친구는 모두 그를 배반하여 원수가 되었는가!”(예레미야 애가 1:1-2)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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