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교회운동을 통해 지역현장에서 ‘지금 여기’에 절실한 문제를 안고 씨름하다 새로운 선교영역을 일궈낸 사례도 기억해야 한다.
‘공해1번지’에서의 환경선교
| “초대교회의 전통과 열심을 본받아 사명감에 불타는 열정으로 인해 비록 초라한 예배실이었지만, 울산새생명교회는 지역사회 전체를 목회 대상으로 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것은 물론이고 감히 지역사회에 대한 세계사적 관점에서의 의미부여와 함께 스스로 엄청난 과제를 설정해 버리고 말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었다. … 창립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보다 근원적인 문제인 환경문제를 선교과제로 삼았던 것이다. 1989년2월 첫째주 금요일부터 12명의 인원이 모여 공해현실을 학습하는 모임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매우 미약했다(실제로 노동문제가 울산지역의 최대 현안이었다). 심지어 방해하는 세력(권력과 개발주의자들)과 비방하는 집단마저 있을 정도로 당시는 환경문제가 요즘과는 달리 이른바 ‘잘 팔리는 것’이 아니었다. … 점점 조직적인 환경운동을 지향하는 목적의식성이 뚜렷해져 갔다. 교회로서는 모임이 과도한 원심력에 휩쓸리지 않고 정체성을 찾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창조질서보전운동’, ‘생명운동’, ‘환경선교’(미주 39), ‘환경목회’ 등등의 용어를 굳이 만들어(혹은 찾아서) 사용해야만 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 조직적인 환경운동단체가 없었던 까닭에 그 ‘모임’을 교회는 울타리 밖으로 ‘헌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개척 초기부터 울산새생명교회 10여명의 교인은 울산공해추방운동연합의 기간 요원이 되어 ‘섬길’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개척교회를 이끌어 가야 하는 짐을 짊어진 셈이었다. … 무엇보다도 환경오염의 총체적인 현황조차 거의 없다는 위기감과 그것의 필요성을 절감하기까지 ｢환경감시단｣에게는 환경을 지키고 찾아가는 ‘보물지도’(?)가 손에 잡혀져야 했던 것이다. 1994년판『울산 수질환경지도』라는 책은 우리나라에서 ‘환경지도’라는 용어가 쓰여지게 된 동기가 되었고, 그것이 작성되는 과정 자체가 소개되어 “샛강을 살리자”는 캠페인이 여러 지역에서 전개되기도 했다. 이후 1994년11월에는 범시민적인 ‘바다살리기’ 캠페인을 통하여 저술된 『울산 해양환경지도』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전국적인 “바다살리기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같이 계속된『환경지도』시리즈 발간은 울산의 환경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한 선진적인 시도로서 높이 평가받았다. … 따라서 ｢울산환경운동연합｣의 주요 활동이 곧 울산새생명교회 환경선교 활동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특히 유엔에서 권고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Local Agenda 21｣을 울산지역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 1995년7월에 “울산 아젠다 21”(안)을 작성하여 울산시에 제출하여 이후 [푸른울산21위원회]의 바탕이 되게 했다. 이것은 마침내 2003년에 이르러서는 이를 바탕으로 울산광역시에서 “생태도시 울산(에코폴리스 울산)”이란 슬로건으로 ‘태화강대숲공원’으로 대표되는 모범적인 미래도시로 방향을 잡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울산새생명교회의 경우는 매우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공해 1번지’ 울산이란 지역사회의 객관적 상황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미주 40) |
민중교회운동으로 시작한 [울산새생명교회(이전에는 ‘효성교회’)]는 초대교회가 그러했고, 종교개혁자들 역시 그러했으며, 한국의 초대교회가 그러했던 것처럼 ‘시대의 과제와 세상의 문제’를 교회가 떠맡아 감당하기를 자임한다. 이미 노동운동의 메카로 여겨졌던 당시 울산지역에는 운동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야심만만한 노동운동 모든 정파의 활동가들이 곳곳에서 활동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한편 수많은 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공해물질로 인해 ‘공해백화점’이라는 불리는 울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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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새생명교회 사명선언문과 공동고백문 ⓒ울산새생명교회 홈페이지(http://www.unl.or.kr/about/about01.asp) 캡쳐 |
하지만 대다수가 노동운동에만 관심을 가지고 매달리면서도 환경문제에는 무신경하게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게 된다. 울산새생명교회는 공동체가 함께 학습하고 모두 하나가 되는 신앙고백과 믿음으로 실천에 옮겼던 것이었다. 마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주님께 바친 어린 소년의 헌신으로 오천 명을 먹게 하신 기적(미주 41)과도 같이 지역사회전체를 바꿔놓는 일이 사회를 향한 작은 교회의 신앙운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울산지역을 공해백화점에서 생태도시로 변화하게 하는 데 교회의 환경선교활동이 그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넘어가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올바른 역할과 신앙운동을 통해 선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공동체
세월호 참사로 참담한 피해를 입은 단원고등학교 인근에 소재한 [희망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던 중, 갑자가 닥친 참사 소식과 함께 밀어닥친 슬픔의 소용돌이 속으로 모든 활동이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우는 자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는 말씀에 순복하며 모든 계획들을 중단한 희망교회 김은호 목사는 2014년4월16일 참사 당일부터 단원고에서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기도회’를 학부모들,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게 된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416활동의 중심에 서서 ‘416 안산시민연대 공동체회복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함께 “애통해 하며”(마5:4) 위로자이신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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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왼쪽이 안산 희망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오은호 목사 ⓒ에큐메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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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기억하는 일은 고통이다. 그렇지만 결코 잊을 수 없다. 화인(火印). 그 아픔이 사라질 날 있을까. … 시찬 엄마(오순이 씨) : 우리 가족은 아침마다 네 사람이 함께 집을 나섰어요. 넷이서 차를 타고 가다가 시찬이가 1번으로 단원고에서 내리고 그 다음에 연년생인 시찬이 누나가 제 학교 앞에서 내리고 나면, … 그날도 다름없이 직장에 출근했는데, 조금 있다가 8시58분쯤 인터넷으로 단원고의 사고 소식을 보게 되었지요. 놀라기는 했지만 전원 구조라 해서 그런 줄로 알았어요. … 학교에서 문자도 왔고요. 제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하나님, 감사합니다’였어요.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았고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어요. 창현 엄마(최순화 씨) : 내가 겪은 진도는 미친 세상이었어요. 단원고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가서 내린 곳은 팽목항과 좀 떨어진 진도체육관이었어요.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아이들을 찾으러 온 부모들에게 누구도 상황이 어떤지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저는 체육관에 잠시 있다가 직접 팽목항으로 갔어요. 팽목항에서 간신히 해경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가서야 알았어요. 정부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때 바다에 뛰어들지 못한 것이 한이에요. 그렇게라도 했어야 했는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아이 이름을 부르며 울기만 했어요. … 창현 엄마 : 세월호 시행령 때문에 삭발했어요. 그런데 교회에서 삭발하고서 어떻게 주일학교 교사를 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을 통해 노골적인 눈치를 주고 점차 압박이 왔어요. 우리 가족을 거슬려 했던 교회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어요. 15년간을 다니던 교회를 나오게 되었지요. 그런데 교회 밖에 나오니 교회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교회 안에만 하나님이 있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교회에서 말하는 복음이 거짓이라는 것도요. 배신감을 느꼈어요. … 시찬 엄마 : 교회는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축복해요. 다니던 교회를 떠나면 금방 나쁜 사람이 되고 험한 말을 듣게 되죠. 전에는 이런 것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 목사님이 말하는 대로 믿어야 하고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아야 하고. 어떻게 그렇게 바보같이 그 말들을 믿고 살았나 모르겠어요. 창현 엄마 : 전에는 다니던 교회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어요. 교회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잖아요. 그에 순종하고 살았죠. … 그런데 분향소 기독교 예배실을 찾아오는 교회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어요. 모두 기독교인들인데 말씀이 다르더라고요. 말하는 예수도 다르고요. 그래서 진짜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정말로 하나님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 시찬 엄마 : 솔직히 처음에는 가자고 해서 갔어요. 별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 나 말고도 억울하고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창현 엄마 : 또 다른 아픔의 현장에 가서는 ‘세상이 왜 이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의 아픔이 전과 다르게, 더 느껴지더라고요. 그뿐이랴.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에서도 그들은 늘 맨 앞에 섰다. 우리 시대 정의를 위해 선봉에 선 사람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이 누구보다 용감하게 진실을 위해 싸웠다. 창현 엄마 : 세월호 가족이 이렇게 억세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부가 우리를 너무 무시하고 짓밟아서였어요.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은 너무나 차가웠고… 그랬다. 그동안 세월호 부모들은 죽은 자식 앞세워 시체 장사한다는 말을 들었고, 목숨 걸고 단식하는 사람 앞에서의 폭식 퍼포먼스를 보았고, 1주기 때만 해도 광화문 앞에서 경찰에 포위당했다가 연행되었고, 최루액 섞인 물대포를 맞고도 폭도라는 누명을 썼다. 넘치는 보상을 받고도 떼를 쓴다는 오해도 있었다. … 우리는 이들 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찬 엄마 : 옆에 와서 함께 있는 거요. 지금처럼 곁에 있어 주세요. 창현 엄마 : 리본을 달아주세요.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인데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것을 보면,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구나’, ‘우리와 같이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정말 고마워요. 더 많은 사람이 노란 리본을 달았으면 좋겠어요. … 세월호 참사는 고난주간에 일어났어요. 이제 세월호 참사는 고난주간, 부활절과 따로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건 정말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교회가 달라져야 하는 기회 아닌가요? 많은 교회가 부활절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깨달았으면 좋겠어요.”(미주 42) “지난 주일에 ‘416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절예배’ 준비 때문에 가족분들과 몇 목사님들이 만났습니다. 참 묘하게도 감리교, 예장통합, 기장 이렇게 3개 교단의 목회자 4명이 가족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서로들 다 자신의 교단들이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을 접하면서 다들 씁쓸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번 416참사 3주기에 [생명선교연대]에서 함께 모여 연합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서로 조를 나누어서 416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교회 사모님께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건강한(?) 교회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정한 교회를 소개시켜 줄 수 없고 교회에 가서 416참사에 대한 기도제목이 있으면 건강한 교회이니 그 교회 다니시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다들 감탄했습니다. 416참사는 여전히 한국교회에서 진행 중입니다. 우는 자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울기 위해서 416참사가 진행형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희망교회는 416참사를 통해 두 가지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피상적 ‘마을만들기 사업’으로서의 ‘마을’이 아니라, 416참사 이후 변화된 세상을 꿈꾸고 만들기 위한, 하나님나라를 확장시켜가는 선교사업으로서의 ‘마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스스로가 더불어 돌보고 성장하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입니다. 한 생명 한 생명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귀한 존재이자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이라는, 존귀하고 존엄한 존재로서 주민들 스스로가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그러한 장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미주 43) |
희망교회는 1994년11월에 지역사회의 가난한 이웃들을 비롯한 노동자들과 함께하며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 땅이 좀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가르쳤던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는 길임을 고백하며 세워진 민중교회에서 막내교회라고 말한다. 희망교회에서는 416참사 이후 와동에서 리본만들기, 동네촛불, 주민 치유를 위한 이웃대화모임, 416을 기억하는 주민한마당, 416기억 마을신문 등 다양한 416활동들을 진행해왔다. 한편 416안산시민연대 활동 및 416합동분향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416가족과 함께하는 주일예배를 진행했고, 416참사 이후 416참사 피해밀집지역인 인근 마을이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같은 ‘마을만들기’에 교회의 역할을 설정해놓고 있다(미주 44)는 것이다.
미주 |
| (미주 39) 환경선교: 용어의 문제는 1996년 6월 울산에서 개최되었던 “환경선교정책협의회”(NCCK)에서 일단락되었다. 이 분야에서 일해오던 전국의 목회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모든 선교활동을 ‘환경선교’라는 용어를 공식화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주 40) 한기양, “환경선교 영역을 개척한 울산새생명교회의 지역사회 섬김”(「울산지역 교회사」. 2012). (미주 41) 마태 14:13~21. 마가 6:30~44. 누가 9:10~17. 요한 6:1~14. (미주 42) 장은정. [웹진-새길이야기]. 2017.4.14. (미주 43) 김은호. “희망교회와 416참사”(한신대 신대원 특강, 2017.10.) (미주 44) 위의 글. |
한기양 목사(울산새생명교회) eco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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