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기 마을에서 네팔전통음악에 맞추어 흥겹게 춤판 벌려

아침 7시 약속한 대로 건다르바가 모여 살고 있는 사랑기 마을로 향하였다. 두산백과사전에 의하면, 건다르바(Gandharva)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반신(半神)의 무리로서, 천상(天上)의 음악을 맡아보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인데 이들이 실제로 모여 사는 마을이라니….

▲ 포커라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서. 저 멀리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 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최정의팔

건다르바는 중국으로 넘어가 건덜바(乾達婆)가 되었다. 향을 먹고 사는 신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만 즐기기 때문에,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말에 ‘건달’이라는 용어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네팔에서 건다르바는 음악을 하는 집단으로 광대와 비슷한 천민 집단이다. 이들은 과거에는 한국 광대처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랑기 등을 연주하고 음식을 얻어먹었는데, 최근에는 전통식당에서 음악을 연주하거나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구걸하며 살고 있다.

▲ 사랑기 마을 입구에 사랑기를 악보화한 분의 동상이 서 있다. ⓒ최정의팔

건다르바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건다르바 청소년 중에서 음악을 배우는 이도 줄어들고 있다. 사랑기마을에는 전체 건다르바 7천여 명 중에 1천 2백여 명이 집단으로 사는 곳이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동상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네팔말로 쓰여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건다르바 음악을 체계화하신 분의 동상이라고 한다. 건다르바들이 연주해온 음악을 악보화해서 책으로 발간했다니 대단한 분이시다.

동상을 옆에 두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70년대 서울 창신동 판자촌 동네와 비슷하다. 흙으로 지어놓은 집과 집 사이에 좁은 골목길이 이어진다. 전에 왔을 때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얼빈이 이곳이 위험하다고 하면서 출입을 막은 것으로 비추어보면 이들이 네팔에서 얼마나 차별받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골목길 안에서 창문으로 집안이 다 들여다보인다. 그 마을 한 가운데 비교적 큰 건물이 보인다. 지난번에는 못 보았는데,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 회관이다.

▲ 70년대 서울 창신동 판자촌을 연상하게 만드는 골목길 ⓒ최정의팔

마을회관에 들어가자 곧 30여 명의 주민들이 들어와서 앉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우리가 이곳에 온 취지를 말씀드렸다. 앞으로 이 마을 청소년들과 함께 마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이곳에 한국 사람이 다녀갔다고 한다. 엄홍길 재단에서 건축한 비레타니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미술지도를 하고 있는 김규현 선생이다. 이곳을 다녀간 김 선생이 이들의 음악에 매료되어 청소년을 초청해서, 청소년들이 비레타니에서 음악을 지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모임을 주선한 미놋 대표 친구 소개로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사랑기연주를 듣게 되었다. 연주자는 이곳에서 어린이들에게 사랑기연주를 가르치고 있는 노신사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래 가락과 노신사의 초청으로 춤판이 벌어졌다. 젊은이들의 연주도 듣고 흥이 나서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미놋이 이들과 함께 인연을 맺고 한국 관광객이나 등산객에게 네팔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 사랑기 마을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필자(위)와 사랑기를 연주하는 청년들(아래) ⓒ최정의팔

마을 주민들이 출근해야 해서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얼빈 집에 와서 수박과 망고를 마음껏 먹고 9시 30분경 포커라로 출발했다. 차는 거의 막히지 않고 달려서 4시가 넘으니 카트만두 분지 고개를 넘어선다. 최근 포커라에서 카트만두까지 몇 번을 다녀왔지만, 이렇게 교통이 원활한 것은 처음이었다.

카트만두 시내에 들어오니 공사관계로 차가 엄청나게 막혔다. 교차로 지하도 공사를 하고 또 도로를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으니 이 공사만 끝나면 카트만두 교통상황은 정말로 좋아질 것 같다. 짐을 베다니하우스에 풀고 모처럼 한국식당 ‘온더그릴’에 들려 한국식 돼지불고기로 마음껏 배를 채웠다.

식사 후 타멜에 가서 트레킹에 지친 몸을 마사지로 풀어주었다. 마사지를 그런대로 잘해 주어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 한국식당에서 돼지불고기로 피로를 회복하고. ⓒ최정의팔

다음 날(29일) 일찍 일어나 과일을 사러 산책을 다녀왔다. 과일 철이라 맛있게 익은 과일들이 저렴하다. 모처럼 느긋하게 베다니집 정원에서 아침을 해먹으며 와풀 사업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존에 하던 사업은 그대로 계속 진행하되 앞으로 사업은 성과위주가 아니라 해외사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수르여는 사업기조를 네 가지 키포인트에서 토의할 것을 제시했다. 사업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지구마을’, ‘청소년 중심’, ‘함께’, ‘이야기’ 네 마디에 담긴 기준과 방향이 단순명료하게 드러내도록 하자. 그렇게 할 때 혼돈에 처한 해외사업을 지양하고 풍성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낼 것이다.

법인은 (사)들꽃청소년세상과 (주) 사회적 기업 트립티가 연대해서 출범했으니 앞으로도 우리의 뜻과 취지에 동감하는 모든 분들과 협력하고 연대하자. 주객을 전도하는 과도한 운영비 지출을 지양하기 위해 실무자는 1인만 두고 모든 사업수행을 자원 활동가 중심으로 하자. 3년 동안 사업방향을 만들고 이를 10년 동안 실천한 후 조직을 해소하자. 이런 제안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최종적으로 문장을 정리해서 법인 이사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 네팔 직원들과 함께 화이팅!!! ⓒ최정의팔

네팔 트립티에서 만두로 점심식사를 한 후 네팔트립티 운영위원들이 모여 카트만두 사업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놋 대표가 현재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위해 교육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수공예품 제조 등 원래 추진하려던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트립티 본부에는 현재 6명이 일하고 있지만, 흑자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하반기에 흑자를 내기 위해 마케팅, 수공예품 디자인 등 인력배치와 제품개발을 더 할 계획이란다.

미놋 대표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안심이 된다. 트립티 한국 본사에서도 홈페이지 제작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적당한 사람을 찾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도 시작한다고 하니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이어 처음으로 쇼핑, 관광, 이용 등 자유시간을 가졌다.

이어 6시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KFC란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하며 연구원 8명과 대화를 시작했다. 함께 만들어 공연한 “The History”출연하여 연기를 한 소감을 물으니 청소년연구원들이 자신만만하게 자기 이야기를 폈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청소년 연구원들은 대부분 화더 홈, 아브라함 홈 등 보육시설에 살고 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어 이들은 자신이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해 소개를 했다. 마더 테레사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청소년, 사회사업가, 군인, 선생, 복음찬송가수 등 다양한 직업 이름이 나왔지만, 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 청소년들이 자기 꿈을 잘 키우도록 멘토를 잘 하기로 약속했다. 페이스북에 있는 그룹에 연구원들이 영어로 글을 올리면 열심히 코멘트를 하자.

다음 날(30일) 아침은 미놋 대표가 트립티 카페에서 대접했다. 미놋 대표가 직접 담은 깍두기가 일품이다. 이곳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음식을 팔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밥이 맛있고 반찬도 정갈했다.

카트만두 공항에서 12시 10분 비행기를 타고 라싸에 오후 3시 반에 도착했다. 라싸공항에 내리니 ABC에서도 하지 않은 고산증 증세가 나타났다. 급히 청심환을 먹으니 좀 나아지는 것 같다. 다시 오후 5시에 비행기에 탑승, 7시 반에 쳉두(成都) 제일국제공항에 도착하여 공항에 짐을 맡기고 셔틀버스로 제이 공항터미날로 이동하니 호텔에서 제공하는 봉고가 마중을 나왔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밖에 나아가서 저녁식사로 국수를 맛있게 먹은 후 취침했다.

다음 날 새벽 5시 반 호텔 봉고로 제1 공항에 가서 짐을 찾고 티케팅을 한 후 9시에 이륙, 오후 1시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ABC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최정의팔 대표(사회적 기업 트립티) smc@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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