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회 성폭력에 대해서 어떤 정형화된 형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교회 성폭력 사례들을 접할 때면 “이게 왜 교회 성폭력이냐”고 묻습니다. 교회에서는 피해자가 진짜 피해자인지를 의심하고 “왜 그때 문제제기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그 의도를 의심합니다. “교회를 망치려는 속셈”이라고 피해자를 ‘집단을 위협하는 개인’으로 바라보거나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할 수 없다”며 성폭력 사건을 개인 간의 문제인 것처럼 취급합니다. 법정에서는 종교의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피해자는 매우 불리하며 패소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K목사 저서의 싸인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임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고 떡두꺼비를 달라고 배를 주무른 사람은 K목사입니다. K목사가 기도를 빙자하여 성추행을 했기 때문에 피해자는 그것이 성추행인줄도 모르고 당했다가 나중에 알았을 때, 마치 사기당한 것처럼 배신감과 분노로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폭력 사건이라면 검찰이 가해자의 성폭력 행위를 입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해야 할텐데, 검찰은 가해 행위가 있다 해도 목사가 성도의 몸에 손을 대고 기도하는 것은 괜찮다고 합니다. 목사가 여성의 배와 가슴에 손을 댄 성추행이 기도로 둔갑할 수 있다면, 목사가 여성의 몸에 손을 댈 자격은 누가 주었나요? 여성인권이 화두가 되는 이 시대에, 기도를 위해서라면 성폭력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검찰에서 목사에게 ‘허가증’이라도 주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러한 상식 밖의 이야기가 교회가 아니라 교회 밖에서, 심지어는 검찰에서 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불기소 처분이라니요. 사법적 정의는 찾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검찰이 ‘가해자가 피해자의 몸에 손을 댄 행위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는 한,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우리는 검찰의 편파수사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채수지 목사가 제1차 미투 위드유 기도회에서 미투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윤병희

다른 두 사례도 법적으로 매우 불리한 사례입니다. 한 사건은 가해자를 모욕죄로 고소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서 불기소 처분이 났고, 또 다른 사건은 가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피해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사이버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던 사건입니다. 가해 목사의 성욕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한 피해자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억울한데, 오히려 자신들이 가해자로 지목되었기에 더 억울해합니다. 성적인 대상으로 피해자를 대했으면서도 치유를 운운하는 가해자들의 행태가 역겹습니다. 인권을 유린하는 그런 사람들이 강단에 서서 영적 지도자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은 교회가 검증되지 않은 사기꾼 목사들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미투는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집중하는 성폭력 고발 운동을 넘어 구조와 문화, 공동체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정상’으로 허용되는 공동체와 그 행위를 한 가해자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서로 동조하고 있습니다.

A목사가 자신이 목사라는 것을 속였고 피해자는 목사라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만난 관계이니, 교회 성폭력이 성립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 지도자가 저지른 성범죄는 교회 공동체 모두의 책임입니다. 피해자는 A목사가 자신을 성노리개로 사용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A목사의 성범죄 배후에는, 자신의 정욕을 위해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후, 아무 스스럼없이 낙태를 시킨 A를 목사로서 인정한 교단과 노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 처리를 요구했을 때 “치정 사건이다. 둘 문제다”라고 하여 그 교단과 노회에 의해 피해자가 더 심한 상처를 입었으므로, 이것은 명백히 교회 공동체가 가한 성폭력 사건인 것입니다.

성행위의 순간에만 집중함으로써 피해자의 순수성이나 자격을 따져보려고 하면 안됩니다. 교회 공동체의 믿음과 신뢰를 담보하는 목회자가 저지른 성범죄에 교회 공동체의 엄중한 처벌과 쇄신이 없으면 교회 성폭력은 이런 저런 모양으로 계속해서 나타날 것입니다.

이러한 목회자 성범죄의 해결책으로 “성윤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어떻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목사가 그럴 수 있어?”라고 각성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엄연한 폭력이요 범죄를 개인적 권고사항이나 윤리·도덕의 문제로만 본다면 성폭력을 일으키는 기본적인 구조와 문화는 그대로 용인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모든 교회 성폭력을 ‘생명을 죽이는 범죄’로 보고 생명경시사상에 입각한 차별과 혐오의 교회 문화를 바꾸는, 법과 제도 마련에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교회 성폭력은 여성혐오 문화의 문제입니다. 교회가 여성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출산의 도구이고 또 하나는 성적 대상입니다. 여성의 몸에 쉽게 손을 대는 이유는 여성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이 될수 없는 교회라면 그 교회는 이미 성희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성폭력을 “목회자가 권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돌봄 하에 있는 성도에게 가한 성폭력”이라고 협소하게 개념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교회 성폭력은 “여성혐오 문화를 공유하는 교회 공동체의 젠더폭력”입니다. 교회 지도자가 여성혐오에 입각하여 저지르는 성폭력은 뉴스에 보도된 성폭력 사건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양태를 띠고 나타납니다. 교회의 안과 밖에서, 성도 뿐만 아니라 교회를 안 다니는 이들에게도 그 해악이 이르고 있습니다.

“네가 한 목회자의 인생을 망쳤다”, “너 때문에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라고 피해자에게 돌을 던지는 교회 공동체의 2차 가해 기저에도 여성혐오문화가 있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혐오를 정당화하는 가해자와 교회의 태도를 보면서 “하나님이 없다”, “하나님은 죽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처럼 교회의 여성혐오적인 집단 문화 때문에 미투가 어렵습니다. 드러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도 안됩니다. 이제 우리들은 누구나 “나도 피해자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의 미투를 적극 지원하는 위드유로 함께 해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혐오 없는 성평등한 교회를 원합니다. 혐오와 차별, 폭력이 없는 교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미투, 위드유로 일어나서 교회를 바꿔야 하고 이 기도회가 그 시작점이 되기를 원합니다.

채수지 목사(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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