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신앙인’, ‘행동하는 신앙인’이라 불렸던 고 박형규 목사 소천 2주기 전날인 8월17일, 그를 추모하는 추모문집이 발행되었다. 이를 기념하는 출판기념회가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추모문집 제목은 “박형규와 함께 그 길을 걷다”. 박형규목사기념사업회(상임공동대표 김상근 목사)가 작년 11월에 착수해 국내외 필자 60여 명의 글을 모아 엮어낸 것이다.

박형규 목사님이 삶으로 쓴 사도행전 속편

출판기념회는 박형규 목사가 시무했던, 서울제일교회 담임 정원진 목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상근 목사의 인사말에 이어 책이 만들어진 경과보고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축사 및 축하공연 시연과 추모영상 상영, 그리고 추모문집 필진 일부가 출연해 대담 형식의 토크 콘서트를 했다.

김상근 목사는 수주 박형규 목사 소천 2주기를 상기시키며 이날 출간된 추모문집 헌사를 인사말로 전했다.

“수주 목사님의 제사상에 우리가 준비한 제물은 수주 목사님으로 인해 바뀐 우리들의 삶입니다. 수주로 인해 예수를 만난 우리들 경험입니다. 그 어른의 삶을 기억하는 우리들의 집단 기억입니다. (이 책은) 후대에 남겨주고 싶은 수주 목사님의 사도행전적 삶입니다. 저는 이 추모문집을 ‘속 사도행전 수주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오늘과 다음 세대에 주고자 합니다. 행복하게도 그분과 함께 살았던 우리들의 선물입니다. 우리들의 감사의 마음입니다.”  

정원진 목사는 이번 추모문집의 1995년 박형규 목사 고희기념 문집 “행동하는 신학, 실천하는 신앙인”에 구성된 필진과 중복되지 않게 새로운 필진으로 구성하자는 취지였음을 밝혔다.

박형규 목사님에 대한 기억, 기억, 기억

이어 권혁률 전 CBS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는 이번 추모문집 필진 중 권호경(사단법인 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야마다 사다오(서울제일교회와 1975년부터 자매결연을 맺어온 일본 니시카타마치교회 교인), 한승호(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공동대표), 유홍준(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전 문화재청장), 이주열(서울제일교회 야학이었던 ‘형제의집’ 2기모임 회장) 등 5명이 출연해 박형규 목사와 함께했던 추억을 나누었다.

▲ 추모문집 필진들이 등장해 토크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사진 오른쪽부터 권혁률, 권호경, 야마다 사다오, 한승호, 유홍준, 이주열. ⓒ윤병희

먼저 권호경 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은 70년대 정권의 살벌한 반공공작 일화를 빼놓지 않았다. 당시 수사당국이 박형규 목사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공작을 벌이며 자신에게 “박형규가 공산주의자라고 말하면 (감옥에서) 나갈 수 있다”고 회유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권호경 이사장은 특히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박형규 목사의 가르침으로 ‘한국교회의 자리는 삼팔선이다’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며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정국에서 “목사님이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감회에 젖었다.

또한 일본 니시카타마치 교회 교인 야마다 사다오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박형규 목사와의 인연을 회상하며 “1975년에 서울제일교회와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그때 박 목사를 만나서 저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고 고백했다. 그는 노상예배에 참여한 후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이후 한국미술사를 전공하면서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고 동시에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키나와와 북해도를 언급하며 일본의 침략적 제국주의 속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진 유홍준 석좌교수의 증언은 박형규 목사의 성품과 해학적 요소를 맘껏 드러냈다. “이 분의 미소는 백제 금동보살의 미소다. 언제나 고난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연구대상이다. 친절하고 가깝게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박 목사가 자신과 제일 친한 줄 안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추모문집에 쓸 수 없었던 일화 하나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나보고 한번도 교회 나오라고 한 적이 없다. 그것은 ‘너대로 살아라’는 의미일 것이다.”고 덧붙이며 “나머지 이야기는 책에서 보라.”고 권독했다. 

계속해서 서울제일교회의 야학 ‘형제의 집’ 2기 모임 회장 이주열 씨는 자신을 형제의집 출신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처음 야학에 갔을 때의 기억을 꺼내 놓으며 회상했다.

“1977년 혹은 78년 무렵 처음 교회 야학에 갔는데 학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탁구대며 기타, 장기판 등이 있었습니다. 와서 즐기고 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노동야학이라고 하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강학’이라고 하더군요.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박형규 목사님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박형규 목사님은 1기 야학 졸업식에 오셨는데, 학생의 질문이 감옥이 무섭지 않냐고 묻자, 목사님은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두렵고 외롭다.’ 그래서 학생이 ‘어떻게 극복하느냐’고 묻자, ‘묵상과 독서를 한다. 성경도 도움이 되지만 고전을 읽는다.’고 대답하며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꼭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마지막으로 한승호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공동대표는 박형규 목사의 서울제일교회에서 대학생 대표를 지낸 경험을 좌중과 공유하고 서울제일교회는 당시 학생운동 세력을 받아준 몇 안되는 교회였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박형규 목사로부터 세례와 결혼 주례는 물론이고 아들 유아세례도  받았다며 “박형규 목사님을 투사로서 수감생활 등 바쁜 가운데 정상적인 목회를 하셨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보통 목사님이 하시는 목회 활동에 충실했다.”는 인상을 말했다. 또한 자신이 대학 1학년 때 서울제일교회에서 김지하의 ’진오귀굿‘ 초연을 회상하며 “교회가 크리스마스에 성극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탈춤을 추고 그러드라.”며 인식의 전환 경험을 토로했다.

18일, 박형규 목사님 묘소 참배

토크콘서트는 박형규 목사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성품에 대한 술회로 이어진 후 마무리로 패널 각자에게 박형규 목사에 대한 한문장 표현하기가 진행되었다. 이때 여성 어르신 한 분이 고성과 함께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빼앗아 발언하는 등 소란이 일어 토크콘서트와 이날 행사를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앞서 열린 기념사업회 총회에서 이를 사단법인화 하기로 결의하고 상임공동대표인 김상근 목사를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참여자들은 고 박형규 목사 기일인 18일, 파주 기독교상조회 공원묘지에서 성묘예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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