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칼럼
우리가 사는 세계, 얼마나 불평등 하고 가난한가『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출간,
에큐메니안 | 승인 2018.08.24 21:41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저술한 『21세기 자본』 이후 불평등이 가장 중대한 이슈임을 인식한 전 세계 경제학자 100여 명이 거의 모든 나라의 소득, 자산 불평등 데이터를 수집해 작성한 보고서이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소득 성장이 노동소득 성장보다 커 고도로 집중화되는 자본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100여 명이 일궈낸 보고서

이 보고서 역시 1980년 이후 세계 하위 50퍼센트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고, 상위 1퍼센트와 하위 50퍼센트의 소득 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오늘날 81배로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즉 불평등은 거침없이 심화되어왔다.

파리경제대학 세계불평등연구소와 UC버클리는 전 세계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축적 및 분배에서 나타나는 최근 추이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세계자산·소득데이터베이스). 전 대륙의 7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삼으며, 2000년대 초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그 첫 결과가 이 보고서로, 불평등에 관한 한 세계적 경제학자 100여 명이 자료를 수집·분석·해석하며 완성한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브라질처럼 이전에는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주요 국가들의 데이터까지 망라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가별 소득 불평등, 전 세계적 자산 불평등, 공공자본의 축소와 민간자본의 확대, 누진세 등에 대해 논한다. 세부 통계로 제시되는 자료에 근거해 보면, 지금의 불평등 추세로 나갈 경우 전 세계 부富에서 최상위 1퍼센트의 몫은 현재 20퍼센트에서 2050년 24퍼센트로 늘어난다. 반면 하위 50퍼센트의 몫은 10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줄어든다.

그러나 만약 모든 나라가 미국식 경로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상위 1퍼센트가 챙기는 몫은 훨씬 늘어난다(미국은 계층 간 소득 격차가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다수 사람이 속한 하위 90퍼센트는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가? 꼭 그렇진 않다. 1980년 이후 세후소득 불평등이 세전소득 불평등보다 더 완만한 곡선을 그린 걸 보면, 각국의 정부가 공공자본으로 불평등을 누그러뜨릴 방안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자산 관련 자료를 가능한 한 모두 끌어모았고, 특히 조세 자료와 자산 서베이, 해외자산을 일관된 방식으로 결합했지만 그 정보는 여전히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자산 불평등에 관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최초의 체계적인 시도다. 또한 2018년판을 시작으로 자료 업데이트와 확장에 심혈을 기울여 지속적인 개정판을 출간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난한 절반에 속하는 이들의 소득은 34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전 세계 부의 격차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 중 하나는 가장 부유한 10퍼센트와 가장 가난한 50퍼센트 사람들 사이의 격차다. 상위 10퍼센트의 소득 변화는 하위 50퍼센트의 추이를 거울처럼 비추는데, 즉 하위 50퍼센트의 소득이 줄어든다면 그 몫은 고스란히 상위 계층으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이다(중산층으로는 가지 않았다).

이것은 국가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2016년 상위 10퍼센트 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보면 유럽 국가들은 37퍼센트였고, 중국은 41퍼센트, 러시아는 46퍼센트, 미국과 캐나다는 47퍼센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와 브라질·인도는 55퍼센트였다. 그리고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중동에서는 상위 10퍼센트가 소득의 61퍼센트를 차지한다.

불평등 수준의 격차에서 주목할 두 집단은 서유럽과 미국이다. 1980년에는 두 지역의 불평등 수준이 비슷했지만 오늘날에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즉 1980년에 상위 1퍼센트의 몫은 전체 소득의 10퍼센트로 같았지만 2016년 서유럽은 그 몫이 12퍼센트로 조금 늘어난 데 비해 미국에서는 20퍼센트로 치솟았다. 한편 미국에서 하위 50퍼센트의 몫은 1980년에는 20퍼센트를 넘었지만 2016년에는 13퍼센트로 감소했다.

한편 상위 10퍼센트의 총소득 중 자본소득을 눈여겨봐야 한다. 2014년 이 계층은 총소득의 40퍼센트 이상을 자본에서 얻었다. 더욱이 상위 1퍼센트는 60퍼센트, 상위 0.1퍼센트는 70퍼센트의 소득을 자본으로부터 취득했다. 그러므로 범위를 좁혀 상위 1퍼센트와 가난한 50퍼센트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데, 소득 상위 1퍼센트와 하위 50퍼센트의 소득 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오늘날 81배로 벌어졌음을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사실상 전체 소득 중 8퍼센트포인트가 하위 50퍼센트 계층에서 상위 1퍼센트로 이전된 것이다.

노동소득 불평등 vs 자산소득 불평등

부를 분석할 때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자산)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이 책이 하위 90퍼센트 집단의 노동소득 불평등 증가 추세를 주요하게 분석하면서도 그와 동등하게 자본소득에 비중을 두는 이유다.

전 세계의 자산 집중도는 노동소득 집중도보다 훨씬 더 심하다. 2017년 상위 10퍼센트 계층은 전체 자산의 70퍼센트 이상을 소유하며, 상위 1퍼센트는 33퍼센트를 소유한다. 이는 1980년의 28퍼센트보다 높아진 것이다. 반면 전체 인구 중 하위 50퍼센트는 보유 자산이 2퍼센트 미만으로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성장의 비율을 살펴보면 불평등의 구조에서 왜 자본소득이 더 중요한 지표가 되는지 알 수 있다. 가령 2000~2014년 미국에서는 성인 1인당 연평균 소득 증가율 0.6퍼센트는 거의 자본소득에서 비롯됐다. 이 기간 1인당 노동소득이 연 0.1퍼센트씩 증가한 데 비해 자본소득은 연 2.2퍼센트씩 증가했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상위 10퍼센트 계층에게만 돌아갔다.

절대다수의 미국인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자본소득이 거의 없었는데, 하위 90퍼센트(중산층과 저소득층)는 1970년대 이전에 전체 소득 중 자본소득이 10퍼센트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연금펀드의 부상에 힘입어 2014년에는 하위 90퍼센트의 총 소득 중 자본소득의 비중이 16퍼센트로 높아졌다.

자산 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을 한군데 더 집중시킬 수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즉 상위 계층은 자본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하는데, 이것이 또다시 재투자됨으로써 자산 불평등은 당연히 더 커진다. 그에 따라 20세기 말에 일을 해서 부자가 된 이들은 21세기에 접어들어 늘어나는 자본소득으로 살아갈 것이며, 세대가 바뀌어 그들의 자녀가 축적된 자산을 상속받아서 그 자본소득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시나리오: 미국의 경로를 따를 것인가, 유럽의 경로를 따를 것인가

이 책은 미래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불평등의 모습을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예측하고 있다. 이는 불과 30여 년 뒤 맞게 될 미래상으로서 각 나라의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기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불평등은 완화되며 격차를 좁히거나 아니면 반대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1980년 이후 거쳐온 소득 불평등의 경로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소득 불평등 역시 증가할 텐데, 앞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서 높은 소득 성장을 이룬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1980~2016년 미국의 경로를 뒤쫓는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불평등은 극심하게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유럽연합이 걸어온 성장과 분배 추세를 따르는 것으로, 이때는 글로벌 불평등이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자면, 미국식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하위 50퍼센트는 2050년 성인 1인당 4500유로를 벌지만, 유럽연합식의 세 번째 시나리오를 따르면 9100유로를 벌게 된다.

말하자면, 글로벌 소득과 자산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와 글로벌 차원에서 조세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여러 나라의 교육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임금 책정 관련 정책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통계의 투명성도 필수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누진적인 조세가 불평등과 맞서 싸우는 데 효과적인 수단임을 보여준다. 조세의 누진성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에서 급속히 약화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진도의 감소 추세는 멈췄고 어떤 나라에서는 반전되기도 했지만, 미래의 변화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민주적인 토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불평등이 심한 신흥국들에서는 상속세가 아예 없거나 거의 0에 가까운 세율이 적용되고 있어 이들 나라에서 중요한 세제 개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큐메니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