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8월22일(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ㅅ’ 교회 ‘ㅂ’ 목사의 성폭력 혐의에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교계에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이례적인 발빠른 대응

판결 직후 바로 그날 오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무 이재천 목사)는 발빠르게 보도자료를 내고 ‘충격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이어 이틀 후인 24일(금)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여성위원회(위원장 인금란 목사)는 회원 교단 여성 대표들과 함께 ‘교회 성폭력 근절과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각 교단별 상황과 대처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곧바로 주말 직후인 8월27일(월) 오후2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장 여성연대(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전국여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와 성정의 실현을 위한 기장교역자 모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학생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다.

기장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이와 같은 긴박한 대응에 기장 총회와 기장 여성연대가 앞서고 있는 이유는 그 목회자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이기 때문이다. 기장 소속 ‘ㅅ’ 교회 담임 ‘ㅂ’ 목사는 작년 4월 같은 교회 여성교우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ㅂ’ 목사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그 여성을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이와 같은 사건의 전말은 1년이 넘도록 은폐된 것으로 보이며 8월22일 법원이 피해자 여성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자 비로소 교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27일(월) 기자회견에 참여한 기장 여성 목회자들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기장 너마저”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회장 김성희 목사의 외마디에 감정이 실려 있다. 김성희 목사는 “기장이 상대적으로 정의롭고 깨끗하다고 생각했다.”며 실망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또한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교회는 이 사건을 은폐해 왔고, 심지어 노회원들에게 (ㅂ목사를 변호하는) 탄원서 서명을 받으러 돌아다녔다고 한다.”고 전하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 기장 여성연대(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전국여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와 성정의 실현을 위한 기장교역자 모임 등이 지난 22일 기장 소속 ‘ㅅ’ 교회 ‘ㅂ’ 목사에 대해 법원이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이 알려지면서 총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윤병희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며 친족간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원계순 권사(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 부회장)의 지적에서 여성들의 충격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ㅂ’ 목사의 피해자 여성은 그의 조카라고 전해진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원계순 권사는 이어 그동안 은폐된 정황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교단의 목회자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2년 전 ‘ㄱ’ 목사의 또 다른 사건을 거론하며 당시 대처방안을 모색했으나 교단 차원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지연되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혜진 목사는 “침묵과 방관은 범죄를 더욱 부추긴다.”며 “성폭력에 대한 의무교육과 인권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을 위한 교회도 없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최소영 목사(양성평등위원회 총무)도 동참해 힘을 보탰다. 최소영 목사는 “사회법보다 교회법이 더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며 현 상황을 은유적으로 지적했다. “교회 성폭력은 너무 많이 일어나지만 드러나지 않는 사건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기장 소속 목사이자 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 이문숙 목사는 성폭력은 제도적 장치 보완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구조적인 문제라고 일갈하며 “국가에 여성은 없다. 교회에도 여성은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기장 여성연대는 준비한 성명서를 통해 ▲ 가해자의 죄 인정 및 피해자에게 사죄, ▲ 가해자 탄원서 서명 규탄, ▲ ‘ㅂ’ 목사 출교 조치, ▲ 제도와 법 마련, ▲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화, ▲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했다.

법원은 22일 1심 판결에서 ‘ㅂ’ 목사에게 징역 3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했다. 그러나 피의자 ‘ㅂ’ 목사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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