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물폭탄이 터진 8월28일 저녁,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 모여든 기장 여성들의 성폭력 없는 기장 교회를 위한 기도회를 저지하지 못했다. ‘성정의 실현을 위한 기장 교역자 모임’이 주관하고 기장여성연대, 한신대 신학대학 학생회,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회 비대위 등이 연대하여 매주 기도회를 계획하고 첫번째 모인 자리다.

노회와 총회는 처벌하라

이들은 지난 8월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기장 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한국교회와 사회의 성정의를 위하여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의 ‘ㅂ’ 목사가 속한 노회가 ‘ㅂ’ 목사에 대한 치리의 수위를 놓고 사임 수리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ㅂ’ 목사에 대해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 물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 총회의 의지를 재촉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무 이재천 목사) 총회 사무국이 자리잡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정문앞에 모여 기도회에 참여한 이들은 거세게 몰아치는 빗줄기 속에서도 기장 교회 내부를 향해 짧고 분명한 메세지를 드러냈다. “더 이상 기장 교회 내에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과와 진상규명과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향린교회 조은화 목사가 기도회의 시작을 알렸다.

폭력과 억압이 이중삼중으로

기도회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여성위원회 황보현 목사의 기도와 NCCK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의 설교로 이어졌다.

▲ 가을장마로 인한 강한 빗방울도 성정의와 성평등을 향힌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윤병희

황보현 목사는 기도에서 교회의 성적 범죄 및 성폭력 피해자를 다시 억압하는 이중적 양상을 고백하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가 되기를 간구했다.

“교회 지도자와 목사가 신자를 성적으로 유린해 왔던 수많은 범죄 사실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힘이나 교회의 권위로 성폭력 피해자를 다시 억압하고 회유했던 일도 드러났습니다. 당신의 자녀에게 고통의 멍에를 지운 자들에게 당신의 공의와 정의로 다스려 주옵소서. 세상의 법이 아닌 하나님 법으로 이 모든 죄를 도말하여 주옵소서.”

이어 “너희는 거룩하여라”는 제목으로 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레위기 19장 2절의 본문을 풀어 설명했다. 박 소장은 “거룩이란 이웃과 하나님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교회는 이웃을 소중한 존재로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의 이웃은 경쟁과 지배의 대상이 되었으며 심지어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부끄럽고 염치가 없다. 함께 부끄러워할 수 있을 때 새 길이 열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우리의 정의가 기장 총회 변화의 견인차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9월 총회에 주목해야 할 것들

이번 사건을 계기로 9월 제주에서 열리는 제103차 총회에서 성정의 관련 제안들에 대해 총대들이 이전과 같은 반응을 보일지 주목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러한 참석자들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듯 박승렬 소장은 설교 중에, 예년에 총회 회무 중에 일어난 사례를 들었다. 성정의 관련 사안을 놓고 한 총대가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지 말라고 했던 대목이다. 박승렬 목사는 그러나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도회 참여자들은 성폭력 없는 기장 교회가 될 때까지 매주 화요일 기도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을 중심으로 이날 낮에 시작된 릴레이 피켓시위는 계속해서 매일 낮12시~1시에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꾸준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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