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광장에 누가 있는가

광장에 누가 있는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광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장삼이사, 갑남을녀에게 영향을 주면서 그 집단, 그 나라, 그 민족의 정체성과 미래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광장에 누가 있느냐는 심각하게 숙고해야 하는 문제다.

친일파가 광장의 주인이 되면 그 나라는 친일파 집단이 된다. 불법을 좋아하는 폭력주의자가 광장의 주인이 되면 그 나라는 폭력 지향의 무법천지가 된다. 언제나 한 탕을 노리는 한탕주의자는 한탕주의 세상을, 배금주의자는 배금주의 세상을 조장하며 낳기 마련이다. 광장에서 자주 보게 되는 얼굴, 자주 듣게 되는 말, 자주 하게 되는 말, 자주 하게 되는 행동이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에 우리는 광장에 있는 자들의 말과 행동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기독교와 교회에도 광장이 있다

교회의 광장에는 두말 할 것도 없이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셔야 한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 용서와 해방의 십자가를 지신 그 분이 계셔야 한다. 십자가를 지시고 몸소 수난을 당하신 그분, 그러면서고 한량없는 사랑으로 세상을 용서하시는 분, 그리고 끝내는 부활하시는 그분이 계셔야 한다.

예수님의 자리에 베드로나 바울이 있어서도 안 된다. 프랜시스 교황이 있어서도 안 된다. 수도사가 있어서도 안 된다. 테레사 수녀가 있어서도 안 된다. 제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교단의 창립자가 있어서도 안 된다. 대 부흥강사나 유명 신학자가 있어서도 안 된다. 9가지 은사를 다 받았다고 주장하는 은사 받은 자들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가 세상 거울에 비추어지는 것을 보면 예수님께서 교회 광장 밖으로 쫓겨나신 것 같다.

오늘날 개 교회 광장에는 대형교회의 슈퍼스타인 대형교회 목회자가 떠억 버티고 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예수님보다는 소위 출세한 목회자인 그들을 흉내 내며 따라가고자 한다. 그들은 교회의 모델이 되었고 세상에서도 성공한 목회자로서 대접을 받으며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을 합법화시켜 주었다. ⓒ윤병희

이제는 중소 도시의 제법 큰 교회조차도 영향력이 있는 목사나 평신도 지도자가 예수님 자리에 서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형교회에서 ‘부자 승계’의 문제, ‘불투명한 재정’의 문제, ‘정치권력과 유착’의 문제, ‘목회자 사례금’ 문제, ‘은퇴 목회자들의 퇴직금’ 문제, ‘교단의 교권 다툼’의 문제, ‘교파간의 대립’의 문제, ‘정치집회에 교우 동원’의 문제, ‘교인들의 수평 이동’의 문제, ‘교회 분열‘의 문제가 일반 세상에까지 알려져 세상의 입방아에 오를 까닭이 없다.

순박한 우리 교우들이 교회 예배당 중심에 십자가가 있는데 무슨 망발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교회마다 십자가가 지붕에도 있고 교회 간판에도 있고 제단 한 가운데에도 있고 설교대에도 있고 성찬대에도 있고 헌금함에도 있으니 교우들이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십자가를 바라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 모든 교회 광장에는 십자가가 있고 있어야 하며 교회는 십자가로서 자신의 존재 증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십자가라고 다 십자가가 아니다.

모든 교회 광장에 있는 십자가는 갈보리 언덕의 십자가다

수난주간에 감상하고 묵상하고 울고 가슴 아파하며 부활절 예배가 끝나자마자 잊어도 되는 낭만적인 십자가가 아니다. 피 묻은 십자가다. 찢긴 살점이 묻어 있는 십자가다. 죄 없는 자가 죄인을 위해서 친히 달리신 대속의 십자가다. 의인이 불의한 인간을 위해서 진 십자가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하신 그 분이 원수를 위해서 진 십자가다. 죄악으로 삶을 상실한 인간에게 생명과 삶의 회복을 위한 길을 주신 십자가다. 그 십자가는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한다. 고난을 묵상하며 주님과 하나 되는 고난의 신비를 체험하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우리의 십자가를 지라고 한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광야에서 받았던 사탄의 시험을 상기시킨다. 물질로 구세주가 되라는 유혹! 권력으로 세상을 구원하라는 유혹! 이사와 기적으로 세상을 구원하라는 유혹!

십자가를 지신 주님은 우리에게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한다.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한다. 권리 주장으로 자유로워지라고 한다. 속도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한다. 대가 없는 봉사를 하라고 한다. 대가 없는 나눔을 하라고 한다. 낮은 자리로 내려가라고 한다.

화평하게 하라고 한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으라고 한다. 마음 깨끗하라고 한다. 온유하라고 한다. 일곱 번씩 일흔 번 용서하라고 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다 맡기라고 한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한다. 서로 발을 씻어 주라고 한다. 한 알의 밀알로 땅에 떨어져 죽으라고 한다.

교회 광장에 있는 십자가에서 이 소리를 들었다면 그 교회 광장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음성을 한 번도 듣지 못하고 받고, 받고 또 받는 축복의 이야기만 계속 듣고 있다면, 건축하고 또 건축하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벌고 또 돈 버는 이야기만 계속 듣고 있다면, 먹고 마시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출세, 출세 또 출세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목사님 따라 다니며 보필하라는 요구만 듣고 있다면, 죽어서 가는 천국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은사, 치유, 회복, 환상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의무와 책임도 없이 행복하게 살고 축복받아 잘사는 개인과 가정 이야기만 듣는 다면, 나라와 민족이 어떤 위기에 빠지든 간에 구원 방주인 교회에서 살면 문제없다고 하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세상이야 어찌하든 간에 교회에 충성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헌금 이야기만 듣고 있다면, 희생과 헌신도 없이 영광을 누리라는 이야기만 듣는다면, 그 교회 광장에 예수님이 계신다고 보기 어렵다.

예수님이 계시지 않은 교회는 십자가가 수 천 개가 걸려 있어도 교회라고 볼 수 없다. 물론 우리의 분별력이 완전한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십자가를 지지 않는 십자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십자가, 진리를 외면하는 십자가는 예수님과 무관한 십자가다.

십자가가 없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들

개 교회 광장에 주님이 계시지 않기에 세속의 잘못된 가치관이 고스란히 들어와서 교회를 세상보다 더 추악하고 부패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사업의 수단과 이해타산을 위한 사교 집단으로 전락한 교회는 세상에서 더 이상 소금도 아니고 빛도 아니다.

슬프다! 교회가 지난 20년 동안 우리의 정치와 경제에 바르고 선한 영향을 주지 못하였음에 대하여 하나님과 역사와 국민들 앞에 엎드리며 용서를 빈다.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 뜻대로 산 자라야만 된다고 말씀하신 주님의 음성이 모든 교회 광장에 기상나팔 소리처럼 울려 퍼지길 빈다.

광장에 자신의 얼굴, 자신의 음성, 자신의 업적으로 가득 채우고 예수님 자리에 서서 교회와 교우들을 세속의 가치관으로 몰아가는 유명 목회자들이 자기가 잘 나서가 아니고 주님의 은혜로 쓰임 받는 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하나님과 역사와 국민 앞에서 “개독교”라는 비난의 말이 들리지 않도록 각성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개 교회의 모든 광장에서 주님의 음성이 들려오고 누구나 그 주님의 음성을 듣고 따라가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부터 살아가길 빈다.

이이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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