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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없는 편지에 마음만 아픕니다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넷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06 21:24

제게 씻는 것이라곤 세수와 머리감기, 손씻기 말고 양치를 합니다. 물론 혹여 누가 보면, 밥 먹는다고 할까봐 대놓고는 하지 못하고 숨어서 양치를 합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입냄새가 더욱 심하게 난다 하여, 찾아오는 친구들이 불쾌할 것 같아 그럽니다. 밥도 먹지 않은 채로 양치를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양치를 할 때면 점심밥이라도 먹은 것 같아서 주린 배가 그나마 괜찮아집니다.

주린 배를 대신하여 농성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래서야 고공농성인가 싶지만, 그 덕에 시간이 빨리 가고 좋습니다. 벌써 4일차가 되었으니 사람들의 안부 인사도 몇 번 연속으로 듣곤 합니다. “춥진 않냐”, “건강은 어떠냐”, “심심하진 않냐”…. 이젠 조금 식상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말을 받지 않고 마음을 받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전 덕분에 잘 지내고 있으니까 자주 와서 안부를 물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공농성장 앞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어제는 기자회견, 오늘은 집회, 저녁에는 옥상까지 찾아와 문화제를 했습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면는 거짓말이지만, 벌써 숙연해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직은 4일차,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앞으로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랍니다.

총장이 담화문에 이어 제게 마음편지란 것을 써주었습니다. 물론 직접 보내진 않았고 모두가 보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학교에는 총장의 성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였습니다. 총학생회에서 저는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리는데, 저것은 제가 만들어도 더욱 잘 만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장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밥도 먹지 않고 양치를 하는 저처럼, 제대로 된 성과도 없이 자화자찬의 현수막을 붙이는 총장은 서로 닮은 듯합니다. 제가 먹지도 않고 배부르게 느끼는 것처럼, 총장은 한 것도 없이 뿌듯해하는 것입니다. 양치를 하는 제 모습은 퍽이나 우스운 꼴인데, 총장의 꼴을 얼마나 더 할까요. 그러한 의미에서 다시금 총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역사는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 희극을 어찌해야 할까요.

▲ 원래 두 장의 사진이었는데, 편집장께서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윗 사진은 노력도 없이 거저 먹은 총장의 성과를 선전하기 바쁜 사진이고, 아래는 그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어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니다. ⓒ김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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