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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도 끝이 있다면 저 노을과 같았으면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여섯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08 21:27

격앙된 감정이 조금은 수그러 들었습니다. 덕분에 결의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주말인지라 몸과 마음이 쉬고 있는가 합니다. 옥상의 높이만큼은 일상과 떨어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말이 오니 어쩔 수 없는 나른함이 밀려 옵니다. 살아왔던 테를 그저 두고 올 수는 없었나 봅니다.

단식 6일차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지고, 이때까지 내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쉽게 되돌아보기가 힘듭니다. 허공에 뜬 각오와 결의는 아니었는지 반성했습니다. 앞만 보던 지난 시간과 달리 뒤를 돌아보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옥상과 저 밑의 거리가 더욱 아득하고, 아직은 내려갈 때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6일차가 되기 전까지 노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음을 알고 새삼 놀랐습니다. 어둠이 오기 전 마지막의 노을은 역시나 아름다웠고, 제게도 끝이 있다면 저 노을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바람이 이뤄질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 만우관 옥상에 올라온지 엿새만에 처음으로 노을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나 싶습니다. 노을만큼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으면 합니다. ⓒ김건수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입니다. 요구한 대로 총장의 신임평가를 10월 내 진행하기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해볼 만한 싸움을 했구나, 지난 좌절과 설움을 떠올려도 속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기대할진 정하지 못했습니다. 연규홍의 퇴진일지, 어중간한 합의일지, 아니면 다시 패배와 좌절일지. 일단은 앞만 바라보고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몸이 괜찮습니다. 단식투쟁에 나선 건 처음이지만, 그동안 동조단식으로 단련한 덕택인가 봅니다. 질기고 끈질기게 싸우고 싶기에 너무나 다행입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요구안 쟁취까지 이 몸이 버텨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바람이 참 선선합니다. 천막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거세게 불던 바람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바람은 어디로, 누굴 향해 가능 것일까,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헷갈려 어젯밤 잠을 설쳤습니다. 이 선선한 바람이 낯섭니다. 때아닌 순풍이 우리에게 부는 것이 아니면 어떡하지,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일을 위해 몸과 마음을 정돈하려 합니다.

김건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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