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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들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일곱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09 21:33

오늘은 좀 궁상떠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물론 그전부터 궁상 떨어오지 않았냐고 하면 할 말이야 없습니다. 제 성격이 원래 궁상 떠는 것을 좋아하고, 쉽게 호들갑을 떱니다. 학생운동권 중에서 가장 최악의 성격일 텝니다. 작은 일에도 언성 높이며 토론을 붙이는가 하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참지 못해 흥분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서 제 동료들이 많이 피곤할 겁니다. 그런 저를 동지로 받아주는 것이 언제나 감사합니다. 표현하지 못해 언제나 미안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와 사랑을 표하고 싶습니다.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저는 친근한 사람이 못 됩니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배신과 상처를 받았던 탓이라고 하면 남 탓이고 핑계일까요. 어쨌거나 한신을 다닌 동안 굳게 닫혀버린 제 마음속에 들어오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제 동료들은 그런 제게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그들에게 사랑을 주어서가 아닙니다. 반대로 제가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그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언제나 농성장이 붐벼 그것을 더욱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농성장을 찾아오는 동료들이 덕분에 하루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웃고 떠들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고공단식 농성이 있을까요.

고공단식을 결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동지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래서 제 고통과 고뇌는 여러분들로 인해서 솜같이 가벼워졌는데, 동지들은 어떠하신지.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내려가고 싶냐고 물으면, 딱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배가 고파서는 아니며, 힘들고 지쳐서는 더욱 아닙니다.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이 과분한 애정을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이 행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투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 감정이 제겐 가장 소중합니다. 어쩌면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옥상으로 올라왔는지도 모릅니다.

박노해 시인을 참 좋아합니다. 그가 쓴 유명한 시 <대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돈과 무력과 권력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으로 믿는
봉건적이고 독재적인 저들과
온 세상 관계가 평등과 사랑을 일치되어야 한다고 믿는
민주적으로 단결된 우리와의
이 팽팽한 대결
.......
인간으로
평등으로
민주주의로
통일로
솟구치는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 숙명적인 대결을
어찌한단 말이냐”

이 농성장은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는 사랑으로 더욱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일이 밝으면 다시금 솟구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결에 임할 것입니다. 총장을 비롯한 저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무엇으로 이 투쟁에 임합니까? 우리에 비견할 만한 뜨거움이 있습니까? 혹여 “돈과 무력과 권력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으로 믿는 봉건적이고 독재적인 저들”이 아니신지요. 차마 이 소중하고 뜨거운 마음을 포기할 수 없어 차리리 목숨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단식입니다. 그러한 간절함도 없이 우리를 이기려고 드는 것이라면 이제 그만 하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만우관 옥사에 올라와 고공단식 농성을 하게 되면서 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제 일기와 사진에 에큐메니안에 실리고 있습니다. 편집장님이 하루하루 사진 찍는 기술만 는다고 놀리십니다.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김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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