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칼럼
“가을처럼 온다”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여덟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10 21:51

우울함을 떨칠 수 없는 하루입니다. 갑자기 몸상태가 좋지 않아졌습니다. 그동안은 몸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넓은 하늘을 벗 삼아 답답함을 달랬지만 드디어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는 피로함에 휩싸이니 좁은 곳에 갇혀 있음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몸이 아파도 그저 허락된 공간에 누을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예고치 못한 변화가 오는 것을 두고 “가을처럼 온다”고 합니다. 뜨거운 여름에 허덕이다 금세 찾아오는 가을의 서늘한 바람을 생각하면 그 말이 틀리진 않는 듯합니다. 가을처럼 찾아온 고통이 밉고 힘듭니다. 한신 민주화를 위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구나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고통에 힘겨워하는 동안에 한신 민주화가 가을처럼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주변에서 너무 건강한 것 아니냐며 농담을 많이 건넸습니다. 그렇게 건강하면 학교 당국의 마음이 얼마나 편하겠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힘겨운 하루를 보냈고, 내일부턴 몸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글도 짧아지고, 말 수도 줄을 것입니다. 천천히 죽어가는 절 전시하며 학교 당국의 대답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4자협의회가 열립니다. 그에 앞서 저는 초긴장입니다. 의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동료들을 믿지 못해 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론이 좋지 않아 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로 끝을 맺어가고 있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아찔하고, 두렵습니다. 이 투쟁이 누굴 끝내게 될지, 내일 갈피가 잡힐 것입니다. 혹여나 제게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날은 아닐까, 내일 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아무래도 박노해 시인의 <대결>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친구가 찍은 사진입니다. 그림 같은 모습이 현실 속의 모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차차

김건수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관련기사 icon서럽습니다.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8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