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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총회 자체가 능멸 당했다”백석대신에 이어 통합측도 임보라 목사 이단 지정
이정훈 | 승인 2018.09.13 20:17

각 교단이 총회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이하, 백석대신)이 9월11일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이단”으로 지정했다. 백석대신 총회 산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김정만 위원장) 보고를 백석대신 총대들이 그대로 수용한 결과이다. 또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통합)도 임보라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임보라 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분주하다. 먼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무 이재천 목사)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최형묵 목사)와 ‘양성평등위원회’(위원장 이혜진 목사)가 성명서를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 지난 7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만나고 있는 임보라 목사. ⓒ임보라 목사 페이스북

“이단몰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예장 통합측의 결정에 대해서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단’과 ‘이단성’,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임보라 목사도 통합측의 결정에 대해 “합동·합신·고신·백석대신은 그려러니 했는데 통합은 아무리 근래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라며 당혹해 했다. 또한 “우리 기장을 고려해 수위를 낮춘다고 ‘이단성’이라고 한 것 같은데,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네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공식문건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겠지만, 이단성이 아주 많다고 논의된 것 같아요.”라며 또 다른 광풍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즉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무지개 예수” 내에 통합 측 목회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임보라 목사는 “예장 합동은 저에게 예고라도 있었는데, 백석대신이나 통합은 그런게 없었어요. 소명을 하든 안 하든, 그리고 그런 기회가 주어져 그런 자리에 참석을 하든 안 하든 그런 절차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에요.”라며 교단들의 폭력적인 행보에 표현을 잊은 것 같았다.

앞으로의 대책이나 계획에 대해서 임보라 목사는 “기장 여교역자회에서는 이미 성명서 초안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 교사위와 양평위가 성명을 내셨다고 알고 있어요.”라며 쉽게 넘어갈 상황이 아님을 예고했다.

기장 교단이 늦장 부리는 사이 이런 참사가

▲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목사. ⓒ에큐메니안

그리고 가장 먼저 성명서를 발표하며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는 기장 교사위 위원장인 최형묵 목사는 교단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기장 총회 자체가 능멸 당했다.”며 분노했다. 또한 “엄연한 공교회로서 한 교단의 일원에게 그렇게 심각한 판결을 내리고자 했다면 그에 필요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 기본 도리 아니겠냐”며 교단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어이없어 했다.

이어 교단 차원의 움직임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재천 총무님은 한국장로교총연합에서 이의를 제기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총회에서 우리 교단이 능멸 당한 것에 대해 비상한 결의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형묵 목사는 “현재 총회는 성소수자 교인 목회 관련 헌의안이 두 개 상정되어 있다(교사위와 경기노회에서 제출).”며 “우리가 그렇게 공론화를 하지 못하는 사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할 수 있고, 그것이 공감대를 이룬다면 최소한 연구위원회 구성에 대한 결의는 조심스럽게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냐”며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임을 암시했다.

빨갱이 대신 이단

지난 해에 이어 또 다시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시비는 한국 교회들의 광폭적인 우경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메카시즘적인 빨갱이 몰이를 할 수 없는 시대에 “기댈 수 있는 것이라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조장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목회자들을 이단”으로 몰고 가는 것이 전부가 아닌가 한다.

다음은 기장 교사위와 양평위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몰이 광풍을 멈춰라!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누가복음 6:37)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성적 소수자들을 돌보며 목회하는 본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몰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측은 이단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통합측은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로서 이 사태를 좌시할 수 없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우리는 임보라 목사에 대해 지난 2017년 6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측 이단대책위원회가 이단성 시비를 제기할 때부터 여론몰이를 통한 ‘마녀사냥’ 방식의 이단 정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성적 소수자를 감싸는 목회활동이 이단 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2017. 8. 7.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성명 참조). 그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측이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임보라 목사에 대해 이단으로 지정하는가 했더니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통합측마저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는 아연실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본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교회의 목회자를 문제시하는 사안은 먼저 본 교단에 정중히 문의했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정중한 절차를 통한 소명의 기회를 보장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당한 절차는 일체 없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임보라 목사의 활동과 발언을 단편적으로 취하면서 정확한 사실이 아닌 내용을 기초로 일방적으로 이단 지정을 확정하였을 뿐이다.

공교회적 질서에 대한 일말의 양식이 있다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측과 통합측은 신중했어야 했다. 그 결의로 한 지체가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수 있기에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는 있어야 했다. 엄연한 공교회의 일원인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소속교회 목회자를 문제시하면서도 그 모든 절차를 무시해버린 처사는 단지 한 개인을 정죄한 것에 그치지 않고 본 교단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무도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이웃을 정죄하지 말라고 한 예수님의 가르침(누가복음 6:37)을 거스른 것이며, 다양한 지체가 어울려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정신(고린도전서 12장)에 벗어나는 것이다. 그저 자기 의를 내세우는 독선의 발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자기 의에 가득 찬 그 독선이 한국교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가! 다른 지체를 정죄하기에 앞서 제발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측과 통합측이 그 결의를 철회할 뿐 아니라, 본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엄중히 요청한다.

또한, 우리는 이번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지정의 빌미가 된 성소수자를 위한 목회활동이 일방적으로 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교회 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그 다양한 의견들이 교회를 보호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입장을 취하든 소수자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목회적 돌봄이라는 사랑의 자세를 우선하는 것이 교회의 도리이다.

세계의 유수한 교회들이 이 문제로 진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여러 의견을 경청하는 까닭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단순히 정죄해버리면 그만인 사안이 아니기에 기도에 기도를 더하고, 숙의에 숙의를 더하며 오늘의 교회가 정면으로 다뤄야 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늘 성소수자의 문제는 세계의 모든 교회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에큐메니칼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그 상황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 까닭에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성소수자 교인을 위한 목회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공의회적 절차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고 한다.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측과 통합측의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몰이는, 성소수자 교인에 대한 목회지침의 필요성을 오히려 환기시켜 주고 있으며,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그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그 공론화 과정은 진통을 수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통을 겪으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교회로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그 과정을 통해 교회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고 그 권위를 인정받는 교회, 여러 소수자들이 위로를 받고 평안을 누리는 교회, 다양한 자매형제들이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8년 9월 13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이혜진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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