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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숨을 건 호소가 감동을 줄 수 있기를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열하루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13 20:25

핸드폰 요금을 제 때 내지 않아서 수신이 정지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긴 일입니다. 그간 요금납부를 재촉하는 전화를 ‘씹’고 있었던 터라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문자내역을 뒤져보니 오늘 새벽 4시부터 정지를 예고했더군요.

원룸 크기에 지나지 않는 이 공간에서 핸드폰 없으면 무료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 핸드폰으로 많은 것을 합니다. 페이스북을 뒤지며 바깥 세상을 구경하기도 하고, 직접 마주할 수 없는 사람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요새는 영화/드라마를 제공하는 컨텐츠가 많아서 그동안 바쁜 일상에 치여 보지 못했던 영화도 간간히 봅니다. 이런 일이 한순간에 중단되니 참으로 당황스럽고 힘들기까지 하더라고요.

가장 막막했던 건 제 메세지를 밖에 보낼 도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교수총회가 열리고, 오늘로 단식이 11일차에 접어들었으니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 어떤 말도 전달할 수 없게 되었으니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손으로 글을 써서 보내야 하나, 아니면 큰 목소리를 자랑삼아 옥상에서 우렁차게 소리라도 질러볼까. 조금은 남사스럽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때 그 생각이 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전파를 통한 말이 아니면 듣지 못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메일, 전화, 공문, 메신저, SNS. 이진법으로 만들어진 전파를 통한 말이 아니면 신뢰 하지도, 익숙해 하지도 못하는 지금의 시대에 제 단식이 어떤 신호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기가 없는 차가운 전파로만 대화하는 것이 익숙한 지금, 제 단식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엇일지 생각합니다. 제 목숨을 건 호소가 전파를 통해서도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갈수록 팍팍해지기만 이 세상에서 그런 기대를 품는 것이 어렵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단식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제 단식을 전파에 가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파를 통하지 않은 말은 신뢰 받지도 못하는 세상이지만, 아직 남은 생명의 온기로 세상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날이 춥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은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을이 온 것 같습니다. 농성장 안에서도 긴 팔을 입고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김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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