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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산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한신의 정경이지만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열셋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15 21:37

오늘로 제 단식이 13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번 일기에서 건강하다는 말을 삼가겠다고 했는데, 이젠 정말 건강하다는 말이 거짓말이 돼버리는 때가 되었습니다. 10일차 되기 전만 해도 몸에 아무런 무리가 없어 이상할 정도였던 몸이 슬슬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젠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는 해프닝도 아니고, 좋지 못한 소식을 들어 컨디션이 나빠지는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은 꼬박 앓아누워야만 하는 때가 된 것입니다.

그럴 때가 되었으니 당황하진 않았습니다. 무려 13일 동안이나 음식을 먹지 않은 몸에 고장이 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는 몸의 주인으로서 힘겨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어지러움과 복통을 흘러가는 시간에 맡겨둘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아, 이제 하루하루 버티는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돌아오는 주, 20일에 잡힌 4자 협의회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어 이곳에서 내려올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꼬박 추석을 넘겨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주말이라 쓸쓸한 농성장에서는 좋은 힌트도 얻을 수 없습니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천천히 죽음을 향해가는 제 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눈동자를 보며 밑의 상황을 유추하는 것입니다. 동료들의 눈동자에는 분명 승리를 향한 확신이 있습니다. 총장의 눈동자와 비교하여 누가 더 당당한지를 알아보고 싶지만, 의미 있는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총장과의 대화는 일단 ‘거부’입니다.

어제는 투쟁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단식투쟁을 지원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 선생님이 봐온 환자들에 비하면 제 단식 기간은 ‘애교’에 가깝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복직을 이뤄낸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정우님은 40여일을, 기륭전자의 김소연님은 90여일을 곡기를 끊으며 보냈습니다. 그런 분들을 봐오셔서 그런지 제게 “어이없이 무너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라”는 좋은 충고를 보내주셨습니다. 네, 전 굳건히 버티고 또 버텨서 총장의 신임평가를 쟁취하고서야 내려가겠습니다.

오늘로 농성장에서 맞는 두 번째 주말을 보냈습니다. 여전히 한산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한신의 정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오래 있다 보니 이곳에도 정이 듭니다. 그러나 춥습니다. 총장은 어찌할 수 있어도 날씨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너무 춥더라, 인생도 춥더라”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립니다. 그러나 제 인생은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그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제게 힌트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농성장에서 두 번째 주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잘 버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김건수

김건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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