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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남은 앙상한 몸한신대 만우관 옥상 고공단식 농성 열넷째날
김건수 | 승인 2018.09.16 21:02

비바람 치는 오늘 다들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전 오늘 하루 종일 잠에 빠져 살았습니다. 낮아진 혈압이 높아지지 않는 탓에 어제의 피로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침 8시에 일어난 지가 꽤 되었습니다. 알람을 맞춘 것도 아닌데 그때가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오늘도 아침 8시에 일어나 어제의 피로를 한 몸에 느꼈습니다. 피곤해서 눈이 떠지는 아침은, 단식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 다시 알게 해줍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조를 합니다. 혈압이 낮아졌다는 말은 곧 혈액순환이 평소보다 덜하다는 의미라서,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도와야 합니다. 격한 체조는 오히려 몸을 망치니 평소보다 1.5배는 느린 동작으로 체조를 합니다. 그래도 아직 머리가 아프고 속이 답답할 땐 심호흡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피를 다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머리로 다시 가슴과 다리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피를 돌게 할 기력도 없는 것인가, 아직 버텨야 할 날이 많기에 걱정스럽습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잠시 옷을 벗을 때 뼈만 남은 앙상한 몸을 봅니다. 정말 뼈만 남은 몸을 보면서 남은 기력이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일 것 같습니다. 단식을 오래하면 제 몸 갉아 먹듯, 구조조정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정말 필요한 것만 빼고는 몸을 유지하는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 몸은 어디서 나오는 에너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일지 궁금했습니다. 더 빼먹을 데가 어딨다고, 무릎이 아파서 체조를 하다 말았는데, 무릎의 연골도 써먹을 수 있는 것인가 싶습니다.

이런 몸상태라서 비바람이 조금은 무서웠습니다. 잠은 오고, 머리는 아픈데, 비바람이 천막을 흔드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이런 데에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잠시 흔들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비가 오면 젖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시간이 갈수록 지치는 것들의 연속. 이것이 제가 보내는 일상입니다.

하지만 비바람이 걷힌 저녁의 풍경을 보며 마음을 안도하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음에 감사합니다. 하루가 고단해진 뒤부터 노을이 반갑습니다. 지금도 늦은 저녁 어둠 속에서 글을 씁니다. 월요일부턴 다시 투쟁입니다. 밑에서 힘쓸 친구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 농성장 한 켠에 거미가 거미집을 지었습니다. 제가 외롭지 않도록 찾아와 준 것 같습니다. 서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 벗이 된 것 같습니다. ⓒ김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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