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젠 절 찾아오기 힘들게 됐습니다. 그간 찾아오시는 분들을 마다 하지 않고 오히려 반겼습니다. 친구, 선배, 학과 교수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 이름 모를 지지자.. 그렇게 수없이 많은 얼굴이 지나는 동안에 벌써 15일 차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몸이 허락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셔도 웃음으로 반기지 못할 몸이 되었고, 가시는 길 일어서서 마중 하기도 힘든 몸이 되었습니다.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데, 말을 섞는 것이 힘들어 얼굴빛이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이젠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멀리 가기 위해서 쉬는 것입니다. 말하는 시간 대신에 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하려 합니다. 언제까지 길어질 줄 모르겠는 현 상황을 지켜보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 더 있겠습니까. 천천히 기다리며 저 대신 시간을 죽이는 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전에는 버틴다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오늘부턴 생각을 고쳐 먹으려 합니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라고.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끝이 있는 싸움을 하고 있노라고 믿겠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겠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노래, 블루 파프리카의 <기다릴게>라는 노래를 계속 듣습니다. 그 가사엔 “기다릴게, 너무 멀리 가지마”라고 합니다. 민주주의와 양심과 진실을 잃었던 지난 세월 동안 그것들이 정녕 멀리로, 저 멀리로 가버렸을까요? 마냥 기다리는 것이 억울하고 불리한 것 같지만 어쩌겠습니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노랫말은 “언제나”입니다. 그 한마디의 힘을 믿습니다.

▲ 외로운 결정을 내리고 글을 쓰면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달이 보여서입니다. 그런데 달 안 보인다고 편징장님께 핀잔만 들었습니다, ㅋㅋㅋ ⓒ김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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