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8일 ‘한국기독교장로회 농어민선교목회연합회’(회장 이종덕 목사, 이하 기장 농목)와 한신대 신대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농촌교회와 목회> 두 번째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평화 영성’ 이었다.

▲ 임실 호안교회 김석봉 목사가 <농촌교회와 목회> 두 번째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되어 농촌교회에서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권이민수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동노회 소속 목사인 김석봉 목사(임실 호안교회)는 비폭력 평화 활동가로서의 다양한 경력을 언급하며 세미나의 주제인 평화 영성에 대해 언급했다. 평화영성이란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의 영성이 아닌 치열한 현장에서의 평화 영성임을 밝히며 세미나의 포문을 연 것이다.

먼저 김석봉 목사는 본인이 과거에 실수로 교통 법규를 위반함으로 교통경찰과 있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김 목사는 개인을 자극하는 말들이 생각과 감정의 강화를 거쳐 어떻게 공격적인 행동과 말로 반응하게 되는지를 설명했다.

특별히 내가 상대보다 힘이 있는 경우, 약자인 상대에게 공격적인 반응은 더욱더 강하고 빠르게 자동반응으로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격적인 자동반응이 소통의 문제와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자동반응으로 나오게 되는 공격적 반응은 일상 뿐 아니라 교회 내부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네가 나쁜거야’ 라는 착각

그러면서 김 목사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과 그를 위해 ‘오래참음’, ‘대화’, ‘사랑’ 등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는 있지만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루는 대상을 내가 아닌 타자(다른 사람)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평화를 위한 덕목을 상대적 약자인 다음 세대나 일반 성도들에게 지키라고만 할뿐 교회를 이끌어가고 구조를 만드는 목회자와 당회의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목사는 성도 개인이 교회 봉사를 시작할 때에는 기쁨과 감사로 하게 되지만, 봉사를 하지 않는 다른 이들에게 본인의 잣대를 들이밀게 되면서 선한 의도는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갈등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일반적인 교회의 상황을 예로 들면서 갈등상황을 만드는 감정의 책임은 오롯이 개인 자신의 책임이며 다른 누군가에게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평화는 타인의 문제가 아닌 본인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어 김 목사는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을 적이나 나쁜 사람 취급하는 것에 대해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이는 나는 옳고 상대방을 틀리기 때문에 상대방을 강압과 벌을 통해 바꾸거나 배제해 버리면 상황이 해결되리라는 기대에 그 근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평화는 단순히 대화와 소통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평화는 한 공동체의 문화와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동체 차원에서 어떻게 개개인이 가진 극과 극의 신념을 풀어낼지에 대한 수단과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석봉 목사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김석봉 목사는 끊임없이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평화 영성을 찾는데, 관용적인 경청과 열린 질문을 통해 평화영성을 훈련해야 함을 강조했다. 평화란 폭력의 부재로 보는 소극적인 평화의 관점이 있지만, 우리는 문화적, 구조적 문제에서 인간이 자유로워 질 때 이루어지는 적극적 평화를 지향해야 하며, 개인의 내면에서 사회로 나아와야 함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영성과 세속이 만나는 지점에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운동 선수의 발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발의 모양새에서 오는 것이 아닌 연습의 흔적인 굳은 살에서 오는 것처럼 우리도 현장에서 평화영성을 끊임없이 훈련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폭력 평화는 실재한다

김석봉 목사의 강의에 김예솔, 이예훈 학생이 논찬을 맡았다. 먼저 김예솔 학생은 사회가 개인을 “어두운 외면”,”내면의 궁지”로 몰아가기에 건강한 내면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며 건강하지 못한 개인이 평화적이고 건설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마태복음 7장 24-26절의 말씀처럼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지 않을지 우려를 표했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챙기느라 정작 내부의 교인을 챙기지 못한 교회 현실을 비판하며 사회비판의식과 영성은 비행기의 두날개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두날개의 균형이 맞아야 비행기가 날아오르 듯이 교회와 개인에게도 그 둘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예솔 학생은 건강하지 못한 개인이 평화를 이룩할수 있을지, 또 사회비판의식과 영성 이 두 날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갈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 농촌교회와 목회 세미나에 조금은 생소한 평화영성이라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열띤 참여를 보인 세미나 참석자들 ⓒ권이민수

이예훈 학생은 평화와 영성에 대해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으나 덕분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고 있어 좀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 교회가 평화에 대한 관심이 없음과 수련에 집중할 수 없는 삶의 문제에 아쉬움을 표했으며 그는 마지막으로 폭력에 언제나 비폭력으로 대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질문한 것이다.

김석봉 목사는 논찬에 통합적인 관점을 제시하였다. 평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차원, 사회적 차원, 국가적 차원, 지구적 차원등 다양한 차원이 있게 되는데 이들은 분리되서 나타나지 않고 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개인은 그 안에서 통합적으로 존재한다. 즉, 평화의 문제는 개인과 사회 중 어떤 것이 우선순위 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계속해서 김석봉 목사는 비폭력 평화는 실재하느냐는 질문에 비폭력 평화는 우리 삶의 가장 구체적인 실재라고 못박앗다. 때로 나는 상대방을 평화롭게 대하고 싶은데 상대는 나의 약점을 끊임없이 공격할 때가 있다. 그래서 상처받고 비폭력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석봉 목사에 따르면 나는 상대방에게 그 어떤 것도 강요할 수 없으며 상대방의 반응은 내 태도와 아무 상관이 없다. 비폭력은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폭력은 상대를 바꾸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인지하지 못할 수 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뿐이다. 

김석봉 목사는 마지막으로 농촌 교회에 평화 영성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겠냐는 송화재 학생의 질문에 목회자 개인의 영성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으며, 전문가라고 해서 그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목회자는 무언가를 하고 가르치고 말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말하기를 끝낼 때까지 계속해서 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흔들림없이 그리스도의 평화가 비폭력의 방식으로 이 땅 가운데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위해 영성이 필요한 것이다.

농촌교회의 어려운 현실 속에 구체적인 평화는 어디에

남북의 분단 현실과 다양한 혐오와 차별의 상황 아래에서 참된 평화에 대한 갈망은 날로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의 세미나는 갈등이 있는 지역과 사회를 우매한 민중으로 보고 끊임없이 개도하려 들었던 목회자들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에 대해, 그리고 그 평화를 위해 고민하며 선택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 날로 어려워져 가는 농촌과 농촌목회의 현실에서 비폭력 평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 모순과 제도적 현실에서 폭력에 노출된 농촌에서 평화를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평생을 일구워 온 땅에서 농사 지을 수 없는 현실 가운데 개인이 평화를 찾는다는 것, 교회 공동체가 평화를 찾고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권이민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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