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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지혜서에 대한 이해와 설교장일선, 『구약성서와 설교』 7
에큐메니안 | 승인 2018.09.26 21:01

구약성서 가운데 설교 본문으로 사용되기 어려운 책이 있다면 어느 것일까요?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교회 강단에서 설교 본문으로 사용되지 않는 책 중에 하나가 잠언과 전도서였습니다. 장일선 교수님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하셨습니다.

“구약성서의 지혜를 세속적이라고 여겨 그 동안 너무나 등한시해 왔다는 점이다. 지혜서가 신학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또 하나님의 이름을 자주 부르지 않는 만큼 그 내용이 특별히 이스라엘적이거나 또는 기독교적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의 정통 신앙에 위배된다고 보아 왔던 것이다.”

이제 장일선 교수님의 지혜서에 대한 신학적·설교학적 이해를 살펴보시고 어떻게 하면 설교 본문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지혜를 얻으셨으면 합니다.

지혜는 세상을 어떻게 보면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지혜는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짧은 격언의 형태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격언은 실제 생활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고대 근동 수메르 시대부터 격언은 전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혜자라는 집단이 있었다. 이들은 궁중에서 두 가지 기능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왕의 참모 역할을 한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왕의 자녀들에게 관료 체제의 교육을 시키는 일이었다. 이미 이들이 잠언 10-31장과 같은 격언집을 수집했을 것으로 보인다.

▲ ‘구스타프 도레’가 그린 “잠언을 쓰고 있는 솔로몬 왕” ⓒWikipedia

지혜서의 특징은 그 대상이 개인이라는 점이다. 즉 구약성서의 다른 부분과는 달리 공동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구약성서의 지혜서는 이스라엘인이나 그 밖의 어떤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의 특성은 지혜서가 신학적인 문제보다는 인간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지혜서는 한 사람의 건강, 행복, 장수, 성공, 명예 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 같은 생의 본질은 지혜자에게서 배우거나 생활 체험에서 터득되는 것이다. 구약성서 중에 욥기와 전도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지혜서는 대개 낙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대부분의 지혜서는 종교적이거나 신학적인 문제보다는 평범한 일상 생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 Walter Brueggemann, 『In Man We Trust』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구약성서의 지혜를 세속적이라고 여겨 그 동안 너무나 등한시해 왔다는 점이다. 지혜서가 신학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또 하나님의 이름을 자주 부르지 않는 만큼 그 내용이 특별히 이스라엘적이거나 또는 기독교적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의 정통 신앙에 위배된다고 보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정통 신앙이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즉 수직적인 관계만 잘 해결되면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하는 찬송만 부르면 교회라는 방주 안에서 자기와 자기 가족만이 구원을 받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들기가 쉬운 것이다. 브루거만은 구약의 지혜서가 이제까지 등한시되어 왔던 우리들의 새로운 신앙 차원이며 지혜서는 우리에게 인간의 책임성을 가르쳐 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책임의 신학”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한다(Walter Brueggermann, In Man We Trust, 『지혜 전승 연구』 [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1980]).

구약성서에 실린 지혜서는 격언 이외에 다른 양식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실태를 풍자한 요담의 우화(삿 9:7-21), 삼손의 수수께끼(삿 14:12-18), 교육용 수수께끼(잠 30:4. 15-16), 이사야의 포도원 비유(사 5:1-7), 그 외에 숫자 격언(잠 30:15-31)도 있다. 지혜자는 이 같은 양식을 교육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격언의 경우에는 말의 효과가 논리성보다 강할 때도 있다. 거의 절대성을 띠고 있어서 논쟁이나 질문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같은 본문은 설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이 단지 중간 중간에 삽입하여 좋은 예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화, 수수께끼, 비유 등도 조목 조목 따져서 논리적 전개를 할 것이 아니라, 내용을 요약하거나 정리하는 방편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설교자들에게 중요한 점은, 지혜자들은 그들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한 경험적인 진술을 발표하기에 그 내용이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자서전적인 요소는 지혜자의 삶에 대한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한 것이다. 설교자도 그런 면에서 지혜자의 입장에서 삶의 진리를 선포해야 하는 것이다. 구약의 지혜서 중 욥기와 전도서는 전통적인 지혜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하나님의 선하심, 공의성, 접근성, 고통의 문제, 인생의 의미 등을 캐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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