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의 핵심은 계급 질서인 카스트와 업을 뜻하는 카르마와 윤회를 의미하는 삼사라이다. 철학자들이나 종교학자들은 천 가지 만 가지 말로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고 미화하지만 맘모니즘이 그 바탕에 깊숙이 깔려 있다. 20세기 초에 전 세계 혁명을 선포하며 세상을 열광시켰으며 지금까지도 우리의 삶을 고무시키는 듯 제한하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상도 내 눈에는 배금주의 또 다른 표현이다.

자본주의를 개발과 인류 복지 향상으로 미화하든, 자유와 번영으로 설명하든 간에 그 바탕에는 배금주의가 있다. 현대인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스크린, 스포츠, 섹스도 그 깊이에 배금주의가 깔려 있다. 현대사회를 다양한 사상, 종교, 철학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다원사회라고 말하지만 배금주의가 그 중심에 있다. 배금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빚으로 지은 교회‘ 또한 배금주의의 또 따른 모양일 뿐이다.

빚으로 지은 교회, 그 뒤에는 하나님이 없다

“빚으로 지은 교회”라는 제목의 표현에는 문제가 있다. 교회는 신도들의 공동체이므로 결코 돈으로 지을 수가 있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교회“하면 우선적으로 건물을 연상하기 때문에 감히 그런 표현을 사용한다.

20년 전에 호주 애들레이드에 가서 몇 개월 머무른 적이 있었다. 그 인근에 술집을 겸한 카바레가 있었는데 교회 간판과 십자가가 그대로 있었다. 나는 그 곳을 지나갈 때 마다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지만 호주 크리스천들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듯 보였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술집으로 바뀐 호주교회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잊혀지지 않았고 마음 속에 우리 한국교회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생겼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있으므로 당분간 아니 최소한 내 생애 안에는 그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나의 믿음과는 다르게 ‘빚으로 지은 교회’의 도산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 왔다. 아! 시작이구나 하는 탄식의 말과 함께 호주교회가 떠올랐고 가슴이 아릿아릿 아파왔다.

내가 속해 있는 교단 소속의 중소도시에 있는 교회들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해서 팔렸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들었고 그 후로 도처에서 줄줄이 이단이나 타종교 기관에 팔렸다는 교회 도산 소식을 들어야 했다. 고향 인근에 있는 교회가 빚 때문에 팔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교회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안타까움과 충격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밖에서 일했던 나는 빚으로 지은 교회의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그러나 한국에 장기간 머물면서 이 문제가 몇 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교회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해 제언한 어느 책에서 이미 500여개의 교회가 빚으로 도산을 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도산할 것이라는 경고음을 들었다. 그 저자는 적극적 사고방식의 대명사였던 로버트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가 빚으로 도산하였으며 그의 몰락은 빚으로 지은 모든 교회에 대한 예표라고 하였다.

오늘날 교회와 목회자가 우리 사회의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 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한 화제가 아니고 악성 화제가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슈퍼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주역이 되는 악성 화제는 그대로 비기독교인들에게 한국교회를 공격하고 비난하며 부정하고 조롱하게 만드는 악성바이러스가 되고 있다. 특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빚으로 지은 교회 도산의 문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에 대하여, 기독교에 대하여 냉담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은 아직도 대형교회와 대형건물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빚으로 지은 교회의 도산은 단순히 한 개교회의 도산의 문제가 아니고 그리스도의 몸 전체와 관련이 되어 있어서 교회를 병들고 지치게 만들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빚으로 지은 교회는 세상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게 만들어 하나님의 이름이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빚으로 지은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가리고 있음에도 교회 지도자들이 그런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빚으로 지은 교회는 복음 전파를 방해하며 교회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선교를 중단케 만든다.

교회 도산이 빚는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존재하는 한 건물은 계속지어질 것이다. 성령의 인도 아래 믿음으로 지어지는 교회라면 염려할 것이 없다. 아름다운 교회가 세워질 것이고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시고 세상은 구원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종교적인 허영과 탐욕으로 짓는 교회는 도산에 이르며 영적인 파탄과 죽음을 몰고 올 것이며 세상에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 것이다. 교회의 도산이 가져오는 악영향을 심각하게 인식한 후부터 교회 건축 계획이 있는 교회 지도자를 만날 때 참으로 건방지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하였다.

빚으로 세워서는 안 된다고. 빚으로 지을 경우라면 교회 완성 후에 늦어도 5년 안에 빚을 갚을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고. 빚으로 지을 계획이라면 가능한 규모를 축소하여 빚을 적게 지는 것이 좋다고. 건물 교회를 짓는 것보다 사람교회를 짓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건물 교회를 짓는 것보다 복음을 전하며 세상을 섬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세상이 교회 건물을 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 성전을 본다고.

70여 억 원 규모의 교회를 기획하고 있는 어느 교회 지도자를 만나서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를 대략 30억 원은 준비되었고 20억 원은 건물이 완성된 후에 현 건물을 팔아서 갚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20억 원은 앞으로 온 교회가 협력하며 갚아 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희망에 흙탕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지만 나는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전파를 위해서라면 빚으로 굳이 그런 건물을 지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과 선교를 말했지만 그의 생각은 대형교회에 있었으며 그의 낙관은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지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교인들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있었다. 그러나 교회는 건축 후유증으로 분열되었고 기대했던 대로 새 교우들이 증가하지 않아서 온 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한 번은 어느 교회가 수백 억대의 건물을 지으면서 절반을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거라는 소문을 들었다. 나는 큰 일 났다는 생각에 그 교회를 찾아 갔다. 미친 사람 취급받을 각오를 하고 지도자들이 듣든지 말든지 그런 교회 건축을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아뿔싸! 교회는 이전을 하였고 옛 건물 자리는 이미 파헤쳐져 있었다. 판자로 높게 담을 친 건축 현장 앞에 수십 층의 건물 조감도와 건축기간, 규모 등등이 적혀있는 팻말이 당당하게 서있었다. 순간 긴장이 풀리고 허한 웃음이 나왔다. 곁에 있는 이웃들의 민원으로 작업이 중단되었다는 경고표지판을 읽으며 묵념을 하였다. 터덜터덜 돌아오면서 부흥과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이름으로 고층 임대 사무실들과 함께 지어지는 교회가 과연 교회로 존재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과 함께 바벨탑에 대한 묵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외쳐도 일개 초라한 에큐메니칼 코워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사람이 교회에 없겠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친 이발사처럼 빚으로 세워지는 교회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것이 교회에 대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으로 나는 감히 만용을 부리고 싶었다.

물론 빚으로 지어지는 교회가 다 바벨탑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빚으로 세우는 교회들이 바벨탑 방향을 지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감당 못할 빚으로 세우는 교회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빚이나 믿음으로 세우는 교회의 출발이 비슷하므로 진위가 불분명하지만 과정과 열매는 결코 같지 않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고 가시나무가 무화과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빚으로 교회를 건축하면 안 되는 이유들

빚으로 짓는 교회는 비단 개인의 신앙생활은 물론 교회와 기독교계 뿐만아니라 사회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며 지양되어야 한다. 빚으로 지은 교회는 교우들의 현재와 미래의 수입을 담보하여 앞당겨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교회와 공동체가 결정하고 의도한 대로 건축이 순조롭게 끝나고 교우들이 서로 협력해서 빚을 변제해 가고 신입 교우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빚 부담을 나누어지고 빚을 완전히 상환하게 되면 은혜롭다. 교회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지역사회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건축 후에 교회가 서로 갈등하며 싸우며 갈등하느라 이자만 겨우 내는 상황에서 원금을 전혀 상환하지 못한 채 10년, 15년, 20년 질질 끌게 되면 교회 활동이 압박으로 위축이 되고 교인들도 영적인 피로감에 빠지게 된다. 건축 후 5년이 지난 뒤에도 대책이 없는 교회 빚은 교회 자체에게도 치명적이지만 개개인들의 신앙생활에도 악성 바이러스가 되어 영적인 무관심과 냉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둘째로 빚으로 지은 교회는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 구조를 교회에 정착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그런 교회는 영적인 지도자에게 수적인 부흥과 양적인 발전을 요구하며 목회자를 교인의 숫자와 헌금 증가를 기준으로 초청, 추방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일반적인 교회보다 쉽게 반복할 수 있다. 교회 부흥이 안 되고 은행 빚 독촉에 쫓기게 되면 100명 교회를 하루아침에 1,000명 교회를 만들어낼 목회자를 찾게되고 또 뜻대로 안 되면 추방을 하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서 세우는 일을 반복한다.

세상에 그런 목회자도 없지만 그런 목회자에 대한 환상으로 목회자를 자주 교체하는 사이에 교인들은 골병이 들게 된다. 교회에는 반드시 억울하게 쫓겨나는 힘없는 목회자를 지지하는 그룹과 무능한 목회자를 나가게 하려는 장로를 지지하는 그룹이 생기기 마련이고, 두 그룹은 서로 갈등하며 정죄하며 다투느라 영이 마비되는 중병에 걸린다. 사탄은 이런 갈등 구조를 부추기며 분열의 틈새를 파고들어서 교회를 삼켜 버린다.

셋째로 빚으로 지은 교회는 교회 내 서열화를 촉진시켜서 카스트 구조를 새롭게 형성한다. 처음 조선 사회에 복음이 전파될 때 교회는 남녀의 차별, 사농공상의 차별, 종과 천인들의 카스트를 깨면서 해방의 기쁜 소식이 되어 조선 양반 유교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하나님 앞에서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평등하다는 복음이 조선사회를 흔들었고 근대사회와 근대시민 형성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교회를 아무나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독교인들이 아닌 사람들조차도 부자들만 다닐 수 있는 교회, 고학력자들의 교회, 출세한 자들의 교회, 진보 지식인들로 이루어진 교회를 알고 있다. 이런 특수한 계층의 교회는 존재 이유가 있고 일리가 있지만 교회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의 측면에서 닫힌 교회, 카스트 교회라고 볼 수밖에 없다.

목회자 사이의 서열화, 장로들의 서열화도 문제지만 교인들 안에 형성된 카스트 구조는 교회를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으로 만들어서 교회의 몰락을 재촉할 것이다. 특별히 빚으로 지은 교회는 교회 생존을 위해서 헌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더 환대할 수밖에 없게 되고 사회적으로 힘 있는 자를 교인으로 만들려고 힘을 쓰게 된다. 수 십 년 동안 성실하게 봉사하면서 교회를 섬긴 보통 교우들 보다 부자와 유력자를 장로나 교회의 요직을 맡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된다.

그리하여 교회 내에서 부자, 권력자, 고학력자가 우대를 받으며 상층 그룹을 형성하고 가난하고 힘이 없고 특별한 재능이 없는 갑남을녀들은 교회의 하층그룹으로 존재하게 되는 복음에 대한 반역, 이율배반, 모순이 일어난다. 교회 내부의 서열화, 교우들 간의 카스트 구조는 교회의 고혈압 현상으로 심혈을 기울여 치료하지 않으면 뇌졸중이 되어 교회를 마비시킬 것이다.

넷째로 빚으로 지은 교회는 십자가를 유보하며 맘모니즘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를 선포하며 회개를 촉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 교인들이 듣기 싫어한다. 진리를 위한 고난과 희생, 자기의 십자가를 지라고 말하면 부담을 느끼는 교인들이 많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돈을 버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가르쳐 양심의 부담을 덜어주면 교회가 대범하며 화통하고 은혜롭다고 한다. 그러니 빚을 갚아야 하는 교회로서는 교인들의 마음을 거리끼게 하는 말씀과 교육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보다는 교인들이 마음 편하게, 기분 좋게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코미디 쇼 같은 말씀과 감성을 터치하는 감미로운 찬양으로 즐거운 예배를 기획하며 이 땅에서 받는 축복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되는 축복의 강조는 배금주의를 지향하며 십자가를 교회에서 몰아내게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게 바벨탑이 되어가는 교회는 걸리적거리는 십자가를 한쪽으로 몰아내고 맘모니즘을 숭배하게 된다. 배금주의가 교회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되면 교회는 더 이상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다. 소금도 빛도 아니며 세상 속에서 떨어져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될 수 없다. 세상을 더 이상 죄악의 어둠에서 해방시키며 자유롭게 하는 진리의 담지자가 될 수 없다.

교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뒷거래를 하게 된다. 부자승계의 문제, 재산 분쟁, 공금 착복의 문제, 퇴직금 문제, 부정부패, 뇌물의 문제, 교회 지도자 선출의 문제 등으로 세상에 조롱거리가 되어서 오히려 부정부패 척결의 대상이 된다.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 혁명의 대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면 내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채찍을 드실 것이다.

그렇다고 성서의 축복을 결코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성서는 인간을 축복하는 하나님의 사랑의 편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서는 축복의 책이요, 교회는 축복의 전이다. 그러나 성서의 축복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세상에는 평화를 가져오며 함께 생육하며 번성하고 창대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 약속이다. 빚 때문에 십자가를 고의로 외면하게 되는 교회는 살았으나 죽은 교회가 되므로 신앙적으로 신학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째로 빚으로 지은 교회는 종교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가 되기 쉽다. 목회자가 경영자로서 사장으로 고용되고 장로들과 기타 교회 지도자들은 이사가 되어 교권을 장악하고 교인들은 주주 겸 생산자, 소비자가 된다. 교인들이 전도할 때도 복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나오게 되면 받게 될 이익과 좋은 점을 우선적으로 알린다. 그리고 목회자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방송출연 하고 있으며 학교에 나가 강의도 하는 고학력자이며 장로 중에는 사장이 많고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분이 많다는 것 등등의 것으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월급 사장으로 온 목회자도 빠른 시간에 빚을 갚기 위하여 비상의 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저주와 축복을 상품화하고, 영혼 구원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값싼 은혜, 행복과 평화와 함께 판다. 그러다 보면 성령의 은사도 상품화하게 되고 예언과 방언, 신유의 은사도 대담하게 상품화하여 거짓 예언과 거짓 통역으로 사람들을 미혹한다.

은사를 판매하다 보면 하나님을 대신해서 회개 없는 용서도 남발하게 된다. 대중이 좋아하는 심리상담과 행동과학과 마인드 컨트롤과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과 아첨, 각종 인간 분석과 훈련, 최면술, 게임과 레크레이션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고자 한다. 성경은 뒤로 돌려놓고 종교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 은사와 예언을 남발하여 교인들을 추종자를 만들어버리는 일은 아주 위험하고 비열한 종교 비즈니스의 일면이다. 그렇다고 종교 비즈니스를 자청하는 교회와 목회자가 다 빚 갚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목회가 불씨가 되어 교회가 소란해져 교회 도산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여섯째로 빚으로 지은 교회는 지역사회 속에서 섬으로 고립될 수 있다. 빚을 갚기 위해서 긴축 재정으로 모든 지출을 줄이고 빚 갚기에 전념을 하다보면 지역사회의 애경사와 불우한 교회 이웃에 대하여 냉담하게 된다. 교회 안과 밖의 나눔과 섬김을 유보하고 빚을 핑계 삼아서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와 국가와 사회문제에도 일체 반응하지 않게 된다. 참여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교회는 이기적인 존재로 주변에 비쳐지며 사람들은 교회를 섬으로 생각하며 외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교회 주변의 사람들은 섬처럼 존재하는 인정머리 없는 교회에 머리를 흔들게 되고 섬이 말하는 복음에 냉담하게 된다.

교회가 빚 때문에 지역사회와의 친교와 만남과 나눔을 포기하는 것은 성령이 임하시면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말씀과 참 대조적이다. 손으로는 교회 문을 굳게 닫아 걸으면서 입으로는 세상을 향해서 속히 오라고, 값없이 와서 영생의 말씀을 들으라고 초청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말이다. 오늘날 빚으로 지은 많은 교회들이 같은 실수를 무수히 반복하고 있으면서, 밤낮으로 부흥을 주시라고 기도하고 있으니 하나님도 답답하실 노릇이다.

이제 그만두자

지금은 심각하게 빚으로 지은 교회에 대한 회개와 반성할 시간이다.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교회 건물을 짓는 것을 믿음으로, 헌신으로 선포하며 강요했던 지도자들이 먼저 회개를 해야 한다. 빚으로 교회를 짓고자 했던 그 발상 배후에 맘모니즘이 없었는가! 그 배후에 영적인 영웅, 종교적인 스타가 되려는 유혹이 없었는가! 그 배후에 종교 비즈니스의 유혹이 없었는가! 그 배후에 실패한 목회를 만회해 보려는 만용과 욕망이 없었는가! 갈 갈이 찢겨진 교회 목회가 너무 힘들어서 교인들을 단합시키기 위한 비상의 수단으로 교회 건축을 시도하지 않았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빚으로 지어진 교회가 어디에선가 팔리고 있으며 교인들이 중심을 잃고 흩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영광 받지 못하고 성도들이 영적인 혼란과 고난을 당하는 일이 앞으로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교회를 짓는 일이 중단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교우들이 자기들의 교회는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빚으로 교회를 지을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스포츠 할 것 없이 모이는 때가 아니고 다 흩어지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며 일하는 시대는 흩어지는 사회다. 이제 교회도 이동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며, 정착 교회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흩어지는 사회에서 복음을 전할 목회방법과 전략이 나와야 한다. 흩어지는 사회, 흩어져 사는 사람들에 대한 목회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사회에 한 때, 빚으로 진 교회들이 대히트를 치며 대형교회가 되었던 호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그런 때가 아니다. 우리 지금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들이 그렇게 세워진 대형교회의 부작용과 부패, 영적인 독재와 폭력 때문에 싸잡아서 욕과 비난을 받으며 존재의 기로에 서서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대도시를 비롯한 중소도시들의 대형교회들이 독선과 부정부패, 정치적 보수성,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는 행위로 말미암아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 호국 기독교 망국론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호국기독교 망국론이 나올 정도면 한국교회가 그 동안 정치경제사회의 부패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말인데 아직도 나는 그 말을 전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군부독재 치하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인권, 민주화, 독재 타도와 평화통일의 문제 등등에 기독교인들이 고난을 자처하며 몸담고 활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비판을 귀담아 듣고 회개 반성을 하면서 3.1운동과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초창기 크리스천의 정신과 믿음으로 돌아가서 평화 공존의 시대,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는 새 시대의 씨알로 살고 싶다.

이이소  yiso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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