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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부패의 극복은 세계적 과제제12차 아시아-유럽민간포럼(AEPF) 참가기
김거성 | 승인 2018.10.10 20:45
2018년 9월 29일부터 사흘동안 벨기에 헨트에서 개최된 제12차 아시아-유럽민간포럼(AEPF) 참가기입니다. <오마이스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 필자 주

제12차 아시아-유럽민간포럼(Asia-Europe People's Forum 12)은 오는 10월 18-19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제12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Summit)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내는 기회로 조직된 행사다. 필자는 이 포럼에 초청을 받아 지난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하게 되었다.

1.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추석 연휴 기간, 아이들은 함께 놀아달라고 계속 성화였지만, 원고 하나를 작성하느라 계속 컴퓨터 앞에 붙어있어야 했다. 9월 28일 시간에 쫓겼던 원고를 보내고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8시 출발,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 도착하니 29일 토요일 아침 7시. 경유시간 포함 총 18시간이 걸렸지만 씻고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기차로 헨트(Ghent)에 도착, 다시 트램을 타고 행사장 근처에 내렸다. 하지만 나이든 어르신들만 계신데 주소와 장소 이름을 보여주어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어 짐가방을 끌고 울퉁불퉁한 돌들로 포장된 중세기풍 거리를 한참 헤맨 끝에야 겨우 University of Gent, Hed Pand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도착해 보니 행사장이 생각했던 규모와 전혀 달랐다. 2년 전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되었던 제11차 포럼은 몽골 대통령궁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행사장이려니 했던 선입견이 잘못이었고, 그것이 또한 사람들이 잘 몰랐던 까닭이기도 했다. 역시 유럽이구나 생각하도록 이번 포럼은 13세기 수도원에서 사용했던 오래된 건물에서 또 규모도 줄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 ASEM12 포스터 제1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 포스터 ⓒ김거성
▲ AEPF12 포스터 제12차 아시아-유럽민간포럼(AEPF12) 포스터 ⓒ김거성

하지만 참가자들의 열정과 세계를 바르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은 전혀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11차 포럼에서와 마찬가지로 개막식 행사에는 2012년 라오스에서 열린 9차 AEPF 현지 행사책임자였고 이후 강제 연행당해 실종된 솜밧 솜폰(Sombath Somphone)의 부인을 초청하여 다시 한 번 이를 규탄하면서 그를 기억하였다.

그는 라몬 막사이사이 상 수상자였으며, 실종 이후 2015년 5.18기념재단으로부터 광주인권상 특별상을 받기도 한 활동가다. 숙연함과 아울러 참가자들의 연대의식과 강인한 투쟁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AEPF12 개막식 제12차 아시아-유럽민간포럼(AEPF) 개막식이 벨기에 헨트에서 열렸다. ⓒ김거성

사흘 동안의 행사 개막식에 해당하는 오전 전체회의가 끝난 후, 오후에는 두 주제로 나뉘어 몇 사람의 발표를 듣고 참가자들이 몇 명씩 그룹으로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새로운 정치적 ‘정상’(the new political ‘normal’)”이란 제목에 끌려 참가했는데, 아시아와 유럽을 포함한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전체주의적인 독재체제, 대중인기영합주의와 인종차별, 이주와 강제퇴거, 정치적 행동과 시민권 적극 행사의 공간 침몰 등이 이어지면서 마치 정상인 것처럼 흐름을 이루고 있는 것을 빗댄 제목이었다.

2. 마음 속의 철조망을 걷어내어야

다음 이틀 동안 각각의 주제별로 묶여진 분과회의가 열렸다. 필자는 첫 번째로 평화와안전클러스터, 참여연대, 김대중평화센터, 일본 원수폭반대협의회(原水協), 국제평화협회 등이 조직한 “한반도: 최근 진전과 평화를 향한 새 희망”이란 주제를 골랐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이준규 객원연구위원과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이 최근 남북미 사이의 대화와 관계 변화를 소개하고 참가자들은 이를 환영하며 또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박정은 처장은 자신의 이름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같다고 소개하여 큰 웃음을 자아냈다.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분과 “한반도: 최근 진전과 평화를 향한 새 희망” 분과 참가자들이 회의 후 한반도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거성

1994년 문익환 목사님이 통일맞이칠천만겨레모임을 제안하고 돌아가셨는데 장례식 후 그 조직에 참여하여 초대 사무총장을, 그리고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1998년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사무처장을 맡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필자의 다섯 가지 논점과 요청 등을 정리해 보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제언

1) “미래를 위해 말하라”(Speak for the future): 상호비방과 적대시, 핵무장과 전쟁위협 등의 과거를 딛고 남북, 북미, 남북미 등이 대화와 화해, 협력을 통해 휴전 상태로부터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가는 데 대하여 환영과 지지를 바란다. 특히 평화가 먼저 나오고 번영이 뒤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
2) “민중의 입장에서 말하라”(Speak on behalf of the people): 특히 남북 관계가 통치자들의 입맛대로 재단되어서 개었다 흐렸다 하면 안된다. 반대로 남북 민중과 세계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고 부응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3) 후속적으로 동서독이 통일 이후 겪는 ‘머리 속의 장벽’(Mauer im Kopf) 문제처럼 남북에서도 ‘마음 속의 DMZ’(DMZ in mind)가 있을텐데, 이를 최소화하고 또 해체해 나갈 수 있도록 사회 각 분야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라고 또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4) 이를 위해 이번 벨기에 회의에서 아시아 유럽의 모든 국가 정상들이 이런 대화를 지지하고 또한 성공을 이끌어 내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밝힐 것을 기대한다.
5) 국제적으로 시민사회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을 성원하며 가능한 이니셔티브를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모자라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서 문익환 목사님이 통일맞이를 통해 이바지하고자 하셨던 3번 의제에 대해서만 집중해야 했다. 참가자들은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을 비핵지대화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3. 부패와 탐욕의 극복을 향하여

“기업의 탐욕에 맞선 공공의 건강”(Public health against corporate greed) 주제의 분과에서는 부패 구조가 어떻게 납세자의 돈을 조직적으로 빼가는가에 대한 필리핀, 중국 등의 여러 사례들이 소개되고 토론이 이어졌다. 필리핀에서 뎅기열 바이러스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구입, 접종한 Dengvaxia라는 백신 사례가 소개되었다.

이미 2014년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 방문시 해당 약품 제조사인 사노피(Sanofi Pasteur) 회사 부회장을 만난 이후 필리핀 식약청은 급작스레 이 백신 시판을 허가해 주었고, 필리핀 정부는 뎅기열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9세에서 40세에 이르는 3백만 명에게 접종하겠다며 2016년 1월 약 730억원(35억 페소)어치의 백신을 주문한다. 이 금액은 과연 필리핀 정부가 전체 예방 접종에 쓸 예산 중 얼마나 차지할까? 더구나 해당 예산 수립 과정에서 필수적인 절차들은 무시되었다고 한다.

▲ AEPF12 보건의약분과 제12차 아시아-유럽민간회의 보건의약분과 발표자들 ⓒ 김거성

그러나 2016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처음 접종시 혈청반응이 음성인 사람들에게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발표한다. 같은 해 7월에는 연령과 무관하게 그 접종을 받은 사람에게 자연적인 감염과 같은 증세가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지만 2017년 12월 현재 이미 필리핀 학생들을 중심으로 80만 명 정도가 접종을 받았고, 그들 중 9명이 사망했으며, 40명은 위중한 상태로 보고되었다. 필리핀 정부는 2018년 1월 사노피 사로부터 전체 백신 대금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미사용분 11.6억 페소에 대해 환불이 완료되었다고 발표한다. 현지 언론은 이 과정에서 고위층과 해당 회사의 커넥션이 있었음을 탐사 보도한 바 있다. 발표자들에게 한국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하니 이미 알고 있다고 한다.

▲ AEPF12 폐막식 제12차 아시아-유럽민간회의 페막식을 통해 논의 결과를 각국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인도네시아 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김거성

부패는 이른바 촌지나 커피 캔 하나의 선물, 3만원 넘는 접대 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지위나 권한을 남용하여 뒤에서 협잡하여 이권을 챙기고 대신에 정책과 판단을 그르쳐 납세자의 세금을 낭비하여 국민 다수의 이익을 배반하며, 나아가 오히려 사람들의 안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권력자들의 '정책 포획'(policy capture)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다녀본 100 차례 가까운 국제 행사 거의 대부분이 반부패 또는 이와 직접 연관된 주제로 개최된 것들이어서 이번 포럼에서는 다른 다양한 주제들을 접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부패 문제는 별도의 영역이 아니라 보건의약, 언론자유, 노동, 인권, 성평등, 환경, 평화, 부존자원, 개발, 핵문제 등을 포함한 많은 주제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이번 포럼에 참가하며 새삼스럽게 확인하였다. 짧은 사흘간의 포럼을 마치고 귀국하니 곧바로 이명박 전대통령의 부패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번 포럼 참가자들이 남성 소변기에 부착해 둔 아시아 지역 어떤 권력자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김거성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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