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원장 김주한 교수)가 주최한 10월11일 공개 목요강좌는 전 한신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이자 문화관광부장관을 역임했고 현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재 박사가 강사로 나섰다. 김 원장은 한반도 통일과 평화는 과거에 우리가 생각해온 패러다임과 전혀 다르고 전제했다. 그렇기 때문에 접근 방법 또한 달라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격과 긴 여정”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먼저 김 원장은 통일과 평화를 말하려면 분단의 원인과 성격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분단은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 대결로 인해 분할 점령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세로 인한 분단 뿐 아니라 독립 운동부터 있었던 이념 대결과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은 이미 민족 내적에 분열과 갈등을 심어 놓고 있었다고 한다.

▲ 10월11일 한신대 신학대학원이 주최한 공개 목요강좌에서 김대중 아카데미 김성재 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권이민수

김 원장에 의하면 이런 분단의 현실은 한반도로 하여금 외세에 의존적이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친일 청산의 실패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친일세력은 친미세력이 되고, 군사독재세력이 되어 종국엔 반공의 이름으로 탄탄한 기득권 카르텔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내부 무의식까지 잠식한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남과 북 정상이 협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분단의 모순과 왜곡의 현실을 극복하고 승화해 나감으로 새로운 민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통일과 아일랜드의 평화 프로세스

김 원장은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서 독일의 통일과 아일랜드의 평화 프로세스 과정을 참고했다. 먼저 독일의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흔히들 독일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합했다 정도로 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동독 내부의 모순 상황과 그로 인한 주민의 불만 폭증은 동독을 점점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여기에 1985년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정책으로 인한 소련 주둔군의 동독 철수는 결국 동독 주민들의 평화 시위의 확산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한 1990년 3월 동독의 정치 안정화를 위해 동독 정부는 자유총선거를 실시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선거에서 ‘즉각적인 통일’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기독교민주연합당의 승리하게 되면서 화폐통합과 함께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서독이 아닌 동독이 먼저 통일을 위해 손을 내민 것이다.

김 원장은 또한 독일이 조속하게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던 배경으로 연방 헌법으로의 편입으로 인해 새로운 헌법 제정의 문제가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극단적이지 않았던 이념 분쟁, 우리와 달리 전쟁이 없었던 점, 국제 사회의 지원 등을 꼽았다. 특히 교회가 갈라지지 않았던 점을 이야기하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 원장은 무엇보다 과거 독일이 벌였던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과 대책 마련으로 인해 통일을 언급하지 않고 오직 평화를 추구했던 점을 독일 통일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평화를 추구하던 끝에 통일을 선물로 얻은 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의 처음 감동에 비해 서독과 동독의 갈등과 어려움은 통일 이후 점차로 커져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독일 통일의 모순’이라 명했으며, 이런 어려움은 오늘날 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독일 통일에 비해 한반도의 상황은 더욱더 어렵다고 김 원장은 지적했다. 통일을 향한 간절한 바람은 단순히 감정적인 호소를 넘어 실재적인 현실의 문제임을 실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원장은 독일과 달리 아일랜드는 영국의 식민지배와 남북 내전을 거쳤기에 한반도의 상황과 유사점이 많다며 아일랜드의 평화 프로세스를 소개했다. 아일랜드는 오랜 테러전쟁과 평화 프로세스의 과정에서 통일을 포기하고 평화를 선택했고 영토를 포기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로 인해 다시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아일랜드는 평화 프로세스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다

계속해서 김 원장은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했던 경험들을 나누며 과거의 북한을 생각하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북한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비약의 시대”를 외치며 빠른 속도로 경제를 성장·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칙칙하고 뒤쳐진 평양은 다양한 색채와 모양의 고층 빌딩과 사람과 차로 복잡한 거리, 주민들의 밝은 표정 가운데 화려한 도시로 변모했다고 경험을 전했다.

흔히 북한과 남한의 경제적 차이가 매우 클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남녘 사람들은 경제 협력하자고 해놓고 저임금 노동자 임금 따먹기 하려고 하고, 우리 땅의 원자재만 가져가려고 그러고 우리와 산업을 어떻게 할까 기술협력은 어떻게 할까 그런 얘기는 하나도 안해요.”

김 원장은 남한의 경제협력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던 북한 주민의 이야기를 전하며 남한의 모습을 꼬집어 비판했다. 북한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더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북한은 이미 허구이기에 이제 우리는 새롭게 성장한 북한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독교는 정복적이고 전투적인 복음에서 사랑과 평화의 복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의와 평화를 외쳤던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점차 정복적이고 전투적인 복음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평화 통일을 위하여 헌신한다고 하면서 북한을 종교적으로 정복하려 하는 북한 선교행위는 또 다른 종교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와 교회는 예수의 사랑과 평화와 공유의 복음을 회복하고 실천하고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법적인 두 개의 한국?

강의가 끝나자 한반도의 평화를 두고 양측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접근해 가야할지 좀더 듣고싶다는 질문이 나왔다. 이 질문에 김 원장은 더욱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많지만 그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북한은 불법적으로 한반도를 점거하고 있는 불량 집단이 아닌 합법적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에 두 국가가 생기게 되는 것이고 우리는 영토 주권이 제한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냉험한 현실 앞에서 모든 가능성을 놓고 씨름하며 평화와 통일의 프로세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와 화해하고 미래를 위해 보수와 진보 상관없이 하나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구가 아닌 현실의 북한을

김 원장의 열정적인 강의에 감명받은 참석자들이 많았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통일신학회에서 활동하는 강민성 씨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컨벤션홀에서 10월11일 진행된 공개 목요강좌 ⓒ권이민수

“흔히 통일의 방안으로 평화를 이야기하는데 그 것이 아니라 평화 프로세스 전체 과정에 있어서 통일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생각의 패러다임 전환을 볼 수 있었고, 이 생각의 전환을 통해 통일은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발걸음에 지나지 않고 그 후에 우리는 평화와 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욱 나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김하나 전 학생회장은 “우리가 북한의 실상에 대해 너무 알지 못하고 있고, 허구적인 것들을 팩트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정책들이 북한의 입장에서 너무 터무니없고 남한 중심적이라는 사실을 들으면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취약하다고 부족하다고만 여기고 현실을 모르고 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며 “현실이 아닌 허구에 바탕한 평화주의는 오히려 평화에 방해가 되겠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바람이 날로 커져만 가는 요즘, 혹시 우리는 그저 감상과 이상적인 상상으로만 가득 찬 통일을 꿈꾸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독일과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사례들과 오늘날 북한의 실제적 모습을 살펴봄으로 현실적으로 직면하게 될 평화와 통일을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기독교와 교회는 이 평화 통일의 현실 가운데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큰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원장 김주한 교수)이 ‘한반도 통일과 교회의 평화’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공개목요강좌는 10월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한신대 신학대학원 컨벤션홀에서 개최된다. 이 공개목요강좌는 6개의 강좌로 이루어졌으며, 6인의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모색하며, 그 가운데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강연을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주최한 ‘한반도 통일과 교회의 평화’ 공개 목요강좌 일장과 주제 ⓒ권이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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