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혀 생태 영성적이지 않고요. 지극히 나약한 개인주의자입니다.” 

<농촌교회와 목회> 네 번째 세미나 시간을 맞이해 ‘농촌 목회와 생태영성’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줄 손님으로 초대된 정준영 목사가 자신을 소개한 말이다. 모든 이들의 기대를 깨뜨린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생태영성을 추구한다는 현세태에 경종을 울린 일성이 아닌가 했다. 정준영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동노회 진안단양교회에서 담임목사로 교회를 섬기며 시인으로 활동 중이다.

10월 16일 한신대 신대원과 ‘한국기독교장로회 농어민선교목회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농촌교회와 목회> 네 번째 세미나는 겸손하게 자기를 소개한 정준영 목사가 담담하게 자신의 강의록을 읽으며 시작되었다.

▲기장 농목과 한신대 신대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농총교회 목회> 네 번째 세미나가 10월16일 한신대 신대원에서 진행되었다. ⓒ권이민수

정준영 목사는 “해 아래 사는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없으며, 섬처럼 따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생명의 거대한 전체와 무관한 생명의 작은 개체는 없다.”고 주장했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이는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세계 질서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정 목사에 따르면 하나님 나라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잡으려는 균형과 조화, 창조세계질서와 생명공생원리가 서로 살림에 근거해서 정의롭고 평화롭게 실현되는 사회이며, 생태영성은 이러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생태 영성을 도식화 하여 세 가지의 길로써 이해하고자 했다.

경천과 애인 그리고 존지, 세 가지 생태영성의 길

정 목사는 먼저 경천(敬天)의 길에 대해 언급했다. 경천의 길이란 하나님을 경외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정 목사는 성서와 앞서 이 길을 걸어간 영성가들의 메시지를 통해, 무엇보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통해 이 길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목사는 이 길은 쉽게 알 수 없고 먼 길이기에 도달 할 때 까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묻는 것이 영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 목사는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란 곧 창조세계질서를 보전하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청지기이기에 하나님의 정원이자 우리 삶의 터전인 창조세계질서를 보존하고 후대에 잘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창조세계질서를 보존한다는 것은 단순한 자연보호가 아니다. 보다 더 적극적인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전북 진안에서 농촌교회를 담임하며 시를 쓰고 있는 정준영 목사가 생태영성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권이민수

이어 정 목사는 두 번째로 애인(愛人)의 길을 이야기했다. 정 목사는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경천의 길은 곧 애인의 길로 이어진다고 했다. 애인이란 타인을 사랑하는 것으로 “참되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사는 사람의 자세와 모습 속에는 타자를 남으로 여기지 않고 또 다른 하나님의 자녀”로 여기며, “나와 남의 구별이 없어지게”되는 것이다. 정 목사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한 가족(familia Dei)이며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고 있으며,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면, 어떠한 경계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태영성의 세 번째에 정 목사는 존지(尊地)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존지는 땅을 존중하는 것이다. 정 목사는 인간중심의 문법을 탈피하여 사물로 여겨지는 땅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공동체의 평화는 사람만 모여 산다고 성취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에도 평화가 있어야 참된 평화이며 진정한 생태영성이라는 것이다. 정 목사는 특히 농촌에서 농업을 짓고 사는 농민들에게 농토는 생명처이며, 삶의 토대이고, 강과 시내는 젖줄과도 같기에 땅을 경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수탈만 당하는 대지가 이제는 숨통을 틔일 수 있도록 하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거대한 방향전환이 필요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정준영 목사는 한국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교회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살지 못하고 인간중심주의와 교회중심주의 매몰되어 정작 돌보고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들을 잃고 있는 것이 한국 교회의 오늘이라고 진단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생태영성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고 대지 위의 모든 동식물들과 교감하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 목사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두 가지 계명에 세 번째 계명을 추가해야 한다며, 그 세 번째 계명이란 ‘자연(창조세계질서)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세 차례의 세미나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개념의 명확성 보다 감수성을 강조하는 정준영 목사의 이야기에 실천에 관한 질문으로 응답했다. ⓒ권이민수

정준영 목사의 강의에 신현숙 학생은 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언급하며 현재 정준영 목사의 사역과 삶에서 생태영성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서 교육이 이뤄져야 할지를 논찬과 함께 질문했다. 이에 정 목사는 획일화된 프로그램 교육은 폭력이라 생각한다며, 각자가 각자의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걷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등 본인의 방법들을 예시로 들며 참된 영성이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며, 이로써 타인에 공감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개념 추구보다 감수성과 경이로움을

정준영 목사의 강의는 그간의 강의와 사뭇 달랐다. 스스로 학문적이지 않다고 밝힌 그의 강의는 정확한 개념과 이해를 추구하기보다 생명에의 감수성과 신앙의 경이에 공감할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강의였다. 정준영 목사는 영성이란 모호한 것이기에 개념 정리 할 수 없으며, 누군가가 이미 정리해 놓은 영성 개념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이에 함몰되어 획일화시킬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질문 시간도 여타 강의와는 달리 개념에 대한 질문보다는 삶과 실천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이에 정준영 목사는 자신의 목회의 경험과 생태영성을 추구해온 시간들을 공유하며 학생들 자신이 다른 존재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독려했다. 목회를 준비하는, 혹은 목회현장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며 부품이 되어버릴 가능성에 직면한 신대원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으로 들렸다.

정확한 개념정리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시처럼 모호한 언어들도 필요하다. 시어는 모호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 담긴 의미는 그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주고 영감을 얻게 하는 힘을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생태영성도 때론 모호하고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러한 생태영성을 추구하는 삶의 형태에 파국을 향해 내달리는 이 지구를 멈추게 하는 힘이 있지는 않을지 두고 볼 일이다.

권이민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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