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화된 사회주의는 삶의 이해와 성향이기보다는 정치적 이론이다. 그리고 그 정치적 이론은 정치 권력을 획득하는 전술이 되었다.

정치 권력의 추구

그러므로 사회주의는 정치 권력을 획득하려고 노력하며, 비인간적 상태를 변혁하기 위하여 도덕적 힘들보다는 정치 권력을 더욱 신뢰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완전히 배타적인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한 정치 권력의 정복론이다.” 그리고 마르크스 자신이 말한 것 같이 “노동운동은 이상들을 실현해서는 안 된다.”(미주 85) 사회주의가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본질적 원인은 “사회주의적 이념의 힘에 대한 불신앙”과(미주 86) “삶과 역사에서 섭리하는 도덕적 힘들에 대한 불신앙”이다.(미주 87)

마르크스는 정치적 권력 투쟁에서 부르주아적-자본주의적 이상들에 깊이 물들어 있는 대중이 참으로 혁명 이후의 어느 날에 갑자기 노동을 기뻐하고, 자존적이며, 책임적이며, 사회적 봉사 의지를 가진 인간들이 될 수 있는지, 즉 그들이 혁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간과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오히려 대중을 거의 신비적이고 거룩한 어떤 것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개인의 행위는 노동자 대대의 대행진 속에 그 가치를 상실한다.

▲ 레온하르트 라가츠 ⓒGetty Image

마르크스주의는 대중을 우상화함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진리의 한 극인 개인주의를 상실하며 또한 정치적 권력을 추구함으로서 인간의 변화 없는 정치적·사회적 변혁만을 추진한다. 그것이 마르크스주의가 극복하여야 할 문제이다. 부르주아화된 사회주의의 정치적 권력의 추구는 사회주의의 이념의 훼손이며 또한 지속적인 사회주의적 과업, 사회주의적 자기 교육, 사회주의적 성향과 행위가 아니라 일회적인 정치적 변혁을 통해서 모든 것을 구원하려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비극이다.(미주 88)

그러나 사회주의의 정치적 권력의 추구에 대한 라가츠의 비판은 정치적 혁명의 거절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부르주아화된 사회주의가 인간의 변화 없이 정치적 권력의 추구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인간의 변화를 강조한다.

비도덕주의

사회주의는 라가츠에 의하면 부르주아적-자본주의적 세계관과의 결합을 통해서 비도덕주의에 떨어졌다. 라가츠는 그 원인을 마르크스주의의 정신사적·종교적 본질에서 찾는다. 마르크스주의는 정신사적으로 독일 관념론에서 유래한다. 관념론은 칸트와 계몽주의 시대와는 달리 이성과 도덕적 진리를 ‘당위성’이 아니라 ‘존재’라로 주장한다. 이성과 도덕적 진리는 그 자신의 내적 필연성에 의해서 관철되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이성의 간지를 역사 속에서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관념론적 사고 방식은 현존의 것을 정당화하며, 또한 그것을 설명할 뿐 변화시키지 못한다. 관념론에는 현존의 폐지가 없다. 헤겔의 악평이 자자한 다음 문장은 이러한 사고방식의 결과이다.

“모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며, 모든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이러한 현존에 대한 관념론적 신성화의 위험에 반항한다. 그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철학자는 세상을 단지 상이하게 해석했다. 그러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마르크스주의와 독일 관념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라가츠는 마르크스주의에서 헤겔의 관념론과 동일한 관념론적 사고방식을 인식한다. 왜냐하면 이성과 도덕적 진리가 마르크스주의에서도, 예를 들면 마르크스의 ‘노동자는 이상들을 실현해서는 안 된다’라는 표현에서처럼, 당위성이 아니라 존재이기 때문이다. 라가츠는 이러한 의미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관념론과 관념론의 자녀로 특징짓는다. 마르크스주의의 도덕적 힘들의 거절과 정치적 권력 추구는 바로 이러한 마르크스주의의 관념론적 사고방식에서 유래한다.(미주 90) 그로부터 마르크스주의의 비도덕적 성격이 나온다.

마르크스주의의 비도덕적 태도는 그의 종교적 본질과 관련이 있다. 마르크스주의의 고유한 영혼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정치적 형태의 메시아주의다. 그의 메시아주의적 메시지는 대중을 위한 복음으로서 매우 종말론적이다. 마르크스주의는 프롤레타리아에게 사회주의의 도래에 대한 종말론적 희망을 준다.

이 종말론적 특징이 마르크스주의의 비밀이다. 마르크스주의의 비도덕적 태도는 바로 이 종말론적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의 비도덕적 태도는 라가츠에 의하면 마르크스주의의 메시아주의적 요소의 변질에서 기인한다. 마르크스주의의 메시아주의가 순수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저 관념론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는 현실 속에서 단절, 존재에 날카롭고 압도적으로 대립하는 당위성, 실제적으로 창조하는 행위를 알지 못하며, 소위 선악을 넘어서 의로운 것을 가져오는 발전만을 단순히 인식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의 메시아주의와 기독교의 메시아주의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 기독교의 메시아주의는 현존하는 세계의 냉혹한 부정이다. 그러므로 그의 약속은 즉시 도덕적 요청으로 변한다. 그러나 자유주의로부터 도덕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비도덕주의가 마르크스주의의 변질된 메시아주의에서 발생하며 그리고 그로부터 도덕적 정신적 생명력을 파괴하는 자연주의적 사고 방식이 발생한다.(미주 93) 사회주의적 삶과 문화의 이상은 이러한 방식으로 과학적 사회주의에서 부르주아화 되었다.

사회주의는 결국 부르주아적 도덕과 결합되었다. 라가츠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그것은 “저 관념론적 변증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소위 그의 아킬레스건을 누설하는 현상”이다.(미주 95) 라가츠는 이미 제 1차 세계 전쟁에서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도덕적 붕괴를 보았다.

라가츠는 마르크스주의의 정당함과 부당함 및 진리와 비진리를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요약하여 표현한다.

마르크스주의와 그것과 결합된 사회주의, 즉 과학적 사회주의의 근본 오류는 그의 관념론적-종교적 영혼과 자연주의적-물질주의적 육체의 모순에서 발생한다. 그 오류는, 마르크스주의가 종교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지적 토론, 학문과 심리학의 근거들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의 모든 권리를 포함하고 있고, 초월적 진리와 능력을 대표하는 종교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미주 97)

라가츠는 이미 제1차 세계 전쟁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자연과학적 세계관의 붕괴를 보았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타락한 육체로부터 그의 메시아주의적 영혼을 새롭고 강한 생명으로 해방하는 것을 사회주의의 위기 속에서 그의 임무로 받아들인다.(미주 98)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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