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미국에 9.11 사건이 난 날 일본은 총선을 실시했다. 그 총선의 결과는 고이즈미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그 총선이 고이즈미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에 ‘일본의 9.11 사건’이 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극장’이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이번 선거가 난장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한 현실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으로서는 다른 것은 논외로 하고 선거 결과를 두고 축하가 아닌 우려를 더 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고이즈미 극장'이라 불린 일본 총선

우리가 우선 걱정하는 것은 개헌선이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로 고이즈미로서는 자기 정당 인사들 80% 이상이 당선하여 정치하기 좋아졌을 수는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대게 일본의 평화헌법을 고쳐 재 무장하자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데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정권 교채의 기회를 놓친 민주당의 타격을 논할 겨를이 없다.  ‘우정 민영화’를 잇슈로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의 구도로 연출한 것이 주효했다는 해석이다.

‘일본형 포퓰리즘’의 저자인 오타케 히데오 교토대 정치학 교수는 ‘일본의 포률리즘(대중 연합정치)은 부정부패 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바탕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라며 ‘두드러진 사건도 없는 상황에서 선악의 이분법을 성공시킨 것은 전후 일본 역사에서 전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의석 80%의 승리, 평화헌법 개정을 경계한다

‘전례가 없는’ 것은 80% 이상의 여당 자민당 의원들이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충분한 숫자라는 점이다. 이것을 일본의 이웃 나라들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

일본 국회는 물론 주권국가로서 그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불행을 볼 때 평화헌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본으로 보아서 크게 행복하고 번영을 누릴 수 있고 이웃 나라들도 화를 면한다는 의미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만일 일본이 평화헌법을 고쳐 주권 국가로서 제반 권리를 가지는 것을 위시하여 일본 재무장 기회로 삼는다면 이는 일본을 불행하게 할 것이다. 일본군은 방어만이 아니라 공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일본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느 나라든지 군비 경쟁을 하는 자는 어리석은 짓이다. 일본이 이번에 평화헌법을 개정할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일본의 불행해 지고 일본의 이웃 나라들도 불행을 겪을 것이다.

총선 승리가 과거사를 잊게 하면 일본의 불행은 시작될 것

그 다음 일본은 지금까지 해 오던 고이즈미 수상의 신사참배를 계속한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대로 일본 신사는 일본을 지켜온 의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2차 대전의 전범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기도 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바다. 이러한 곳을 일본 수상이 공식 참배를 계속한다면 이는 일본이 과거 전쟁과 특히 2차 대전을 미화하는 것이 된다.

전쟁 60년 후에 일본이 그 전쟁을 미화한다면 이는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예찬하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도 이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본이 과거 일본 조상들의 잘못으로 이웃 나라들이 불행을 겪었고 일본 역시 패망한 것을 철저히 반성한다면 후손들이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 역사책을 왜곡하여 썼기 때문에 후손들이 이런 잘못을 고칠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고이즈미는 이라크 파병시한을 연장하고 일.미 군사동맹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역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순간부터 일본의 불행은 시작될 것이다. 

 일본이 개헌선이 넘어섰지만, 개헌을 하지 않는 것이 ‘일본의 9.11 사건’이 나지 않는 길이다. 이 불행한 사건은 일본인이 스스로 택하는 법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이웃 나라들이 선린국일 때 일본은 비로소 행복하다.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번영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홍근수  keunsooho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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