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랑 교수님은 한신대학교 신학과에서 1949년부터 1984년까지 35년 동안 조직신학 교수로서 강의와 교육과 연구와 저서 활동을 하시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시기까지 평생 동안 한결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그리고 비범한 제자직을 수행하셨습니다. 천품이 매우 온유 겸손하셨습니다. 교수님은 마음속에 장로교의 근본원리인 개혁신학의 진리의 등불을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환히 밝히시고, 겸손과 의의 띠를 허리에 띠셨습니다.

온화하고 고결한 성품을 지니셨던 교수

교수님의 달처럼 밝은 환한 얼굴은 제자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이해의 웃음과 미소로 넘쳤습니다. 교수님의 입에서는 복음의 진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습니다. 교수님의 손에 들린 분필에서 개혁신학자들의 깊은 사상과 철학자들의 사상들이 빛을 발하면서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강의실과 세미나실은 환희와 감격과 새로운 깨달음으로 넘쳤습니다. 교수님은 영원한 진리와 생명과 빛 자체인 삼위일체 하나님 자신을 늘 사모하셨고, 마음과 뜻과 정성과 모든 지성을 다하여 주 하나님을 섬기시면서, 개혁신학의 높은 학문의 탑을 쌓으셨습니다. 박 교수님은 주로 한신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셨지만, 또 연신대학에서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건대에서 그리고 강남대학에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셨습니다.

박 교수님의 가정 출생과 학업과정

교수님은 1918년 9월 3일에 평양시 신양리 8번지에서 출생했습니다. 교수님의 기록에 교수님의 집은 상당히 부요했고, 부모님들은 경건한 신앙으로써 열심히 교회를 섬기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교회의 장로님으로 최선을 다하여 교회를 섬기시고 목사님을 존중하셨고, 어머님도 아주 경건한 믿음을 지닌 교회의 집사님으로서 온 정성을 다하여 교회를 섬겼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어려서부터 신앙의 젖을 먹고 자라나셨다고 하셨습니다. 교회는 교수님의 어린 시절에 포근한 어머니의 품속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떠나서 교수님의 삶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회와 목사님의 삶은 본질적으로 태생적으로 끊을 수 없는 은혜의 밧줄로 묶여있습니다.

교수님은 평양숭실중학교 시절에 이른바 회심의 체험을 하셨습니다. 중학교 부흥회 시간에 선교사의 서투른 한국말 설교를 통하여 찔림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을 고백하였습니다.

▲ 장준하 선생 졸업식. 한국신학대학 졸업식 모습(오른쪽부터 장준하, 송창근, 박봉랑). ⓒ복음동지회 20주년 앨범 스캔

교수님은 당시 5원에 산 책값을 6원이라고 부엌에서 어머님에게 말씀드리면서 잘못하였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런 것을 말하느냐 하고 웃으시면서 부엌에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중학생 박봉랑은 그것을 고백한 후 어머님의 용서를 받고 나니 그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고 마음에서 놀라운 자유와 해방감을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일본 신학교 유학과 경찰서에 사상범으로 수감생활

박 교수님은 1938년 숭실학교를 졸업하시고 목회자의 소명을 얻으시고 신학을 공부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러다 선배와 동려의 권유를 받으시고 1938년에 일본신학과에 예과에 입학했습니다. 원래 영어는 잘 하셨고 일본 신학교에서 독일어와 희랍어 히브리어를 열심히 공부하셨습니다.

일본신학교의 교수들의 강의의 수준과 논문들이 너무 깊고 높아서 그 강의들과 논문들을 잘 이해하려고 열심히 학업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방학이 되어서 쉬려고 귀국하셨는데 두 형사가 집으로 와서 잠간 조사할 일이 있다고 하여 교수님을 경찰서로 연행하였습니다. 교수님은 사상범으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서 9개월 동안 경찰서에서 구속되었습니다.

원래 건강하지 못하였던 신학생 박봉랑은 경찰서에서 준 옥수수와 보리밥만으로 건강을 지탱할 수 없어서 쓰러졌습니다. 경찰서 유치장은 돼지우리 같은 곳이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사모님과 어머님께서 교수님을 위하여 40리길을 왕복하면서 밥을 가지고 와서 목사님께 드렸고 9개월 후에 석방되었습니다.

교수님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왜 하나님께서 그를 다니엘의 사자굴과 같은 곳으로 밀어 넣으셨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깨달은 신학생 박봉랑

신학생 박봉랑이 석방된 후, 신문을 보니 대문짝만한 기사들이 실렸습니다. 그것은 함께 신학공부를 하던 많은 신학생들이 장준하, 김관석 등이 일본군으로 끌려가서 죽고 부상당하고 살아나온 동기생들에 관한 가시였습니다. 그때에 신학생 박봉랑은 신비한 하나님의 섭리, 그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몸이 약한 박봉랑을 보호하시려고 다니엘의 사자 굴로 미리서, 보내셨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그 후에 박 교수님은 하나님이 섭리에 대한 깊고 놀라운 신앙의 깨달음을 간증하시고 글로도 썼습니다. 박봉랑 교수님 소천15 주기를 맞아서 그의 제자들이 역어낸 교수님의 “마직막 증언”이라는 책에 자세히 기록되어있습니다.(대한기독교서회, 2016)

송창근 학장과의 만남 그리고 바르트의 신학

▲ 조선신학교 설립 시절 송창근 목사(가운데)

박 교수님은 1947년 29세에 월남하시게 됩니다. 그리고 경신고등학교에서 독일어 교사를 하시면서 당시 조신신학교 (동자동 성남교회) 편·입학해서 신학공부를 계속하셨습니다. 조선신학교를 졸업하신 후, 목회를 해야 하지만, 목회를 못하여 심적인 큰 부담을 느끼면서 괴로워하던 중에 전주중앙교회의 청빙을 받았습니다.

박 교수님은 기쁨으로 목회지를 향하여 떠나려고 하면서 송창근 당시 조선신학 학장님에게 송별인사차 들렸습니다. 그때에 송창근 학장님이 박봉랑 교수님의 손을 붙들고 간곡한 호소를 하였다고 합니다.

“앞으로 조선교회와 신학계가 민족과 사회를 향하여 바르게 복음의 빛을 발하려면 반드시 칼빈과 칼 바르트라는 위대한 개혁신학사상을 아주 깊이 폭넓게 연구하고 교육할 교수가 꼭 필요합니다. 박봉랑 목사가 이 학문적인 사명을 감당할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 나가면서 미국신학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바르트의 신학을 깊이 연구하고 돌아와서 조선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을 그것을 가르치고 연구하여 한국교계와 신학계가 바르게 나갈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박 교수님은 송창근 학장님의 권유를 받아들여서 1949년에 조선신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1952년에 미국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서 1958년에 하버드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귀국하셨습니다. 그 이후 1984년까지 한신대학에서 조직신학교수로 봉직하셨습니다.

그 동안 건대에서 1964-1969년 동안 교수하시면서 학생처장직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연세대학교 이대와 장신대학교에서 박 교수님을 교수로 청빙하였으나 모두 거절하시고 한신에서 35년 동안 교수생활을 하시다가 은퇴하셨습니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저술활동을 꾸준히 하시다가 2001년 4월 25일에 83세를 일기로 소천하셨습니다.

오영석 명예교수(한신대)  ofre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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