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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 내 시민권 논쟁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3
이정훈 | 승인 2018.10.29 20:22

1990년대 이후 유럽통합 그리고 냉전의 해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등 복합적 상황에서 이민자의 통합 문제는 개별 국가들에게는 주요한 사회문제이자 정치적 이슈였다. 세계대전 전후 이민과 관련한 문제가 주요하게는 노동시장 및 주거 문제와 관련해 쟁점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이민자 문제는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다.

유럽통합 이후 자국 내 이민자들의 문제

프랑스에서는 2004년 2월과 3월 ‘종교적 상징물을 학교 안에서 드러내 놓는 것을 금지’ 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그리고 하원과 상원에서 여야 의원 대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학교에서 히잡(이슬람 여성 머리가리개)이나 커파(유대교 남성용 모자) 혹은 커다란 십자가 등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독일에서도 1998년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 Württemberg) 주의 한 실업학교는 아프카니스탄 계 독일 국적의 교사가 히잡을 착용하고 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 자격을 박탈했다. 비록 연방헌법재판소는 히잡을 종교적 상정물로 볼 수 없으며 또한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된 것도 아니고 타의에 의한 강제적 착용이 아니므로 개인 신앙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만 히잡 문제와 관련된 법적인 근거가 존재한다면 교사의 해고가 가능하다고 판결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리고 몇 개의 주에서 그러한 법안을 마련했다.

벨기에 하원은 2010년 4월 29일 부 르카와 니카브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프랑스에서 역시 유사법안이 통과되어 적용되기 시작했다. 부르카, 니카브 등의 착용이 얼굴 확인을 어렵게 함으로써 테러방지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민자들이 느끼는 유럽 상황

이상의 몇몇 사례들은 최근 유럽에서 벌어지는 이슬람 혹은 이방인에 대한 배타적 법안과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유럽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은 유럽을 ‘폐쇄된 기독교 집단’이라고 묘사하고 있다.80%의 이슬람교도들은 최큰 위협과 차별을 느낀다고 조사되었다.

그것은 2000년에 35%가 그렇게 느꼈던 것에 비교한다면 급속한 증가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2001년에 있었던 9.11사건과 그 이후의 세계정세의 변화속에서 더욱 강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미 이러한 경향은 1980년대 들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현실을 일정하게 반영한 제도화된 법률들이 이러한 배타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 현실은 훨씬 더 배타적일 수 있을 것이다.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암스테르담 조약 그리고 구체적으로 유로(Euro)화를 출범시키는 시점까지 유럽연합의 통합의 방식은 그 내용을 충실히 다지는 듯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동유럽 회원국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양적인 확대를 해 나가면서 유럽연합의 성격을 툴러싼 논의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질적 통합의 강화라가보다는 양적 확대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함께 일어났다.

유럽 내 시민권 논의의 배경

유럽헌법안이 부결되면서 약화된 방식의 정치적 통합 안을 제시한 리스본조약(2009년 12월 I일 발효)이 그나마 정치적 통합의 명분을 세웠을 뿐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유럽 연합 회원국들의 경제위기는 그나마 위안을 삼았던 경제적 통합의 이점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구도 속에서도 유럽 정체성의 문제는 불가피하게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국민국가 시기 주권의 배타적 권력을 인정하는 가운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정체성을 논의 하면서 기존 국민국가의 민족주의는 문화적 인종주의로 전환되어 등장하면서 배제의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의 사회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회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시민권에 대한 논의를 이해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번역하고 있는 해외 저술 자체가 영국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핵심 개념들 자체는 사회학의 일반적인 항목들이지만, 그 항목에 대한 설명과 발전은 영국 사회학계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음을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다. 다른 항목보다 이 시민권 항목을 먼저 번역하게 된 것은 이제 한국사회도 이민자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 문제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Getty Image

엄격한 법률 용어로, 시민권은 국적을 부여하기 위한 규칙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민권은 혈통(jus sanguinis)이나 영토(jus soli), 또는 이 둘의 조합에 의해 다양하게 근거된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대부분의 학문적인 논의는 ‘토마스 험프리 마샬’(T. H. Marshall)(미주 1)의 고전적 저술인 ‘시민권과 사회 계급(Citizenship and Social Class)’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이 연구에서 정립된 의제(agenda)를 더욱 확장 발전시키고 있다.

마샬의 저술은 그 자체가 ‘레오날드 홉하우스’(Leonard Hobhouse)(미주 2)의 초기 설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샬이 다루고 있는 논의의 주요 특징은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영국의 시민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 권리 발전에 대한 암시적인 진화론적 설명이었다. 그러나 마샬의 주된 관심은 자본과 시민권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는 사회적 권리의 역할에 대한 연구였다. 또한 마샬은 (시민권을 통한) 평등한 지위가 사회 계급들 간의 물질적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에 관심을 두었다.

마샬은 의무에서 권리로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향이라고 믿었지만, 특히 노동에 대한 의무를 포함해 권리에 대한 필수불가결한 상대적인 개념인 의무에 관해서는 비교적 간결하게 언급했다. 마샬은 또한 시민권에 대한 이상적인 사상들은 불완전하게 성취 되었으며, 시민권과 관련된 권리들 자체가 다양한 종류의 불평등의 기초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마샬이 제기했던 흥미로운 질문들 가운데 하나는 현대 사회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평등을 향한 행진을 넘어설 수 있는 제한’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였다.

▲ 시민권 연구로 탁월한 성취를 이룬 영국의 사회학자 토마스 험프리 마샬 ⓒGetty Image

마샬의 주장은 진화론적인 가정과 시민권 논의의 과정과 투쟁의 무시, 영국 내에서 목격한 경험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리고 성별, 문화, 인종과 성의 특수성과 국가 공동체 내에서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는 지위에 대한 무시와 그에 상응하는 초국적 권력들에 대한 무시 등 다양한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마샬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이러한 비판을 어느 정도 반영한 구체적인 발전이 있기도 했다.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1950년 유럽연합의 기본권 헌장(ECHR)의 발효와 1966년 동시에 발표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경제적ㆍ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두 가지 주요 국제 협약이다.

또한, 최근 모든 유럽 국가에서 이민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었지만, 다양한 비-시민권자 그룹의, 그 중 다수는 앞서 언급된 협약에 구체화된 권리를 주장하면서, 유럽 각국 내 장기적인 거주는 증가되어 왔다. 우리는 그러한 권리들과 실재 상황 간의 주목할만한 모순을 목격했다. 야세민 소이잘(Yasemin Soysal)(미주 3)은 시민권이 장기 체류가 가능한 지위와 탈국민적(postnational) 자격이라는 신생 모델로 대체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반면에 로저스 브루베이커(Rogers Brubaker)(미주 4)와 리디아 모리스(Lydia Morris)(미주 5)는 오히려 차별화된 지위와 계층화된 권리에 기초한 부분적 자격에 대한 지위로 확대되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 시민권 자체가 계층화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한 영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록우드 ⓒGetty Image

리다아 모리스의 논의는 데이비드 록우드(David Lockwood)(미주 6)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록우드는 국가가 부여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시민권에 기초한 불평등 체계인 ‘시민 계층화’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계급 형성이 어떻게 사회적 통합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전통적인 질문을 역전시키고 오히려 사회적 통합이 계층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다.

록우드의 연구는 시민권 제도 그 자체가 합법적인 불평등의 기초가 된다는 마샬의 인식을 발전시킨 것이다. 마샬의 처음 논문에서는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부분이다. 또한 록우드는 시민권과 관련해, 두 쌍의 서로 대비되는 개념을 구별해 냈다. 첫 번째는 시민의 확대와 배제라는 개념인데, 이것은 시민권에 대한 공식적인 소유 자격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시민권을 획득했을 때의 이익과 손해라는 개념이다. 이것은 시민권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오명이나 시민권을 소유한 사람이 가지게 될 특권을 가리킨다. 실제적인 측면에서 권리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거나 제한되는 것을 언급한다. 이러한 연구가 시민권 기능이 발생시키는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회학적으로 다루어야 할 시민권에 대한 더 광범위한 기초를 포함하고 있다.

미주

(미주 1) 시민권의 문제와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의 관계의 문제를 다룬 영국의 역사가이자 사회학자이다. 복지와 같은 정치적 권리와 자본주의가 형성한 계급적 불평등 사이에는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고, 계급적 불평등의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관계, 정치적 민주주의가 계급적 불평등의 기초를 위협하는 사실을 연구하고, 그것이 시민권과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시민권과 계급』(1950), 『사회정책』(1965) 등의 저서가 있다.
(미주 2) 영국의 사회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서, 『사회학 평론』의 편집자이다. 사회적 진보에 대한 극단적 이론을 거부하고, 진보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제의 증대로부터 오며 협동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성취된다고 보았다.
(미주 3) 미국 LA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이다. 인종, 민족, 그리고 시민권에 대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미주 4) 독일 출신의 미국 사회학자이다. 1994년에 펴낸 <시민권의 한계-유럽에서의 이민자와 탈국민적 멤버십> 등이 있다.
(미주 5) 영국 엑세스 대학의 사회학 교수이다. 인류학적 배경의 사회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주 6) 영국의 사회학자이다. 그는 막스 베버의 시장과 노동 상황 간의 차이점에 근거한 이론을 이용해 사회 계층화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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