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한국에서 ‘88올림픽’이 개최되던 때에 네팔의 한 청년은 우연히 손에 잡힌 신문에서 ‘남산타워’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사진에 매료된 청년은 1992년 2월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처음 3년 동안 의정부 일대의 식당, 그 후 10여년 넘게 가스 벨브 공장, 김치공장, 봉제공장 등에서 일을 했다. 한국말이 서툴고 생활이 어려웠지만, 주변의 도움과 성실함으로 한국생활에 적응해 갔다. 열심히 일하는 그에게 사장님은 퇴직금도 챙겨주었고, 그 역시 자신의 일이 끝나면 다른 사람들의 잔업까지 도와 줄 정도로 살뜰했다.

또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한국가요를 즐겨 불렀고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1998년에는 ‘열린 시민가요제’에 참가해서 대상을 받기도 했고, KBS의 ‘외국인 예능경연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해 문화부장관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노래는 이주의 고달픔을 달래 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한국인들에게는 이주민에 대한 친밀감을 전달해 주는 산파 역할을 해 주었다.

그런 그에게 위기와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그 이전까지 아무런 제도적 장치(실상 산업연수생이 있었지만 무용지물로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던 제도가 있었음)가 없던 상황에서 2003년 현행의 고용허가제가 법률로 통과되면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고, 미등록이주노동자 중 10여 명이 자살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런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성공회의 대성당 마당에서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반대’ 농성’에 돌입하였고, 여기에서 그는 다국적 밴드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을 결성하게 된다. 그가 바로 밴드의 보컬 미누(미노드 목탄)이다.

2003년 12월에 드디어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1집 [친구여 잘 가시오] 앨범이 나오게 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이 한국사회 민낯으로 들어나면서 스탑크랙다운은 한국사회 이주노동문화의 한 아이콘으로 상징화되었다.

故 노무현대 통령이 참석했던 ‘인권의 날’ 행사에서 공연, ‘박노해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 음반’에 자작곡 “손무덤” 수록, ‘손현숙&스탑크랙다운(Stopcrackdown) 인권 콘서트’, ‘이주노동자를 찾아 가는 울타리 없는 노래’ 등 한국사회에서 묻혀 졌던 다문화 뒷모습, 아픔, 사랑을 담은 미누의 목소리와 ‘스탑크랙다운’의 음악은 점점 한국사회에 울림이 되었다. 언론, 방송사, 학자들은 이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누는 2005년에 시민방송 RTV의 지원받아 이주노동자방송 ‘MWTV’이름으로 ‘이주노동자의 세상’을 방송하게 되었다. 미누는 이주민들의 목소리와 삶을 영상에 담아 차별 없는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주민들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 한국인과 이주민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했다. 2007년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다문화 토크프로그램 ‘좋아 좋아’를 최초로 시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이주민 2%, 2008 대한민국>,<좋은 친구 마붑 알엄, 한국사회와 소통하다>, 뮤직비디오 <월급날> 감독을 맡았다.

▲ 미누 씨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그룹 스탑 크랙다운의 1집 음반 표지

미누는 “이주민과 한국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미디어라는 새로운 매체를 선택했고, 한국사회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했으면 좋겠다. 이는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통해서 극복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활동을 하던 2009년 민주주의와 인권이 퇴행하던 이명박 정부의 눈에는 미누는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다. 17년 간 이주노동자로, 이주민 미디어 활동가로 그리고 이주노동 음악가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한국사회 다문화의 변화를 갈망하며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미누를 결국에는 2009년 10월 8일 법무부 출입국은 표적 단속하여 외국인보호소의 철창에 가두었다.

그때 미누에게 전화상으로 “미누 동지가 정말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때 미누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미누라는 한 개인의 문제를 떠나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생각에 대해 대답해 달라?”라고 되물었다. 그의 물음에 한참 동안을 말없이 있다가 전화를 끊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미누는 한국땅을 떠났다. 미누는 네팔로 돌아가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나눔 활동과 커피공정무역을 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안녕, 미누>가 상영되면서 9월 13일에 미누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일정이 맞지 않아 미누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지인을 통해 미누가 보내 준 공정무역커피 트립티 원두를 받았다. 미누가 떠나기 전날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참석한 후 네팔로 간 미누가 10월 15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 미누 씨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그룹 스탑 크랙다운의 2집 음반 표지

이영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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