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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찾지 못한 노동자들의 눈물, 앞으로 찾아야 할 노동자들의 눈물영등포산선 60주년 기념, 역사화보집 출간 기념행사
윤병희 | 승인 2018.11.05 01:26

한국 기독교 노동운동의 산실 영등포산업선교회(이하, 영등포산선)가 지나온 60년을 사진으로 담아 역사화보집 기념도서를 펴냈다. 11월4일 영등포산업선교회(총무 진방주 목사)는 감사예식과 기념행사를 갖고 책에 담긴 사진들을 통해 한국현대사에서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기여한 자신의 역할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길을 모색했다.

특히 감사예식 순서를 마치며 영등포산선의 2대 총무를 역임했던 인명진 목사는 축하의 인사를 통해 “민주의 함성을 외치던 곳, 이곳에서 지난 60년을 기억하며 나사렛으로, 성문밖으로 나갑시다.”라며 새로운 출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직도 드러나지 못한 얼굴들

이어진 화보집 출간 축하행사에서 영등포산선은 화보집을 출간하면서도 아직 발굴되지 못한 숱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날의 사진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순조롭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70년대와 80년대의 장면들은 당시 노조결성을 위한 파업투쟁의 장면들이 경찰의 손에 넘어가면 당사자들이 체포될 증거자료가 되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을 꺼렸다고 한다.

▲ 영등포산선 60주년 기념 역사화보집에 실린 사진. 1970년 추수감사예배 때 각 사업장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예배단에 드린 모습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김경락 목사. ⓒ영등포산선 제공/윤병희

특히 역사화보집의 자료수집과 편집을 맡은 양명득 목사(호주선교동역자)는 이와 같이 사진 수집 과정의 애로를 털어놓으며 더 많은 사진과 자료를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무명의 얼굴들이 무수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학술적 연구와 저작권 등록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양명득 목사는 화보집 사진 중 1970년 추수감사예배 사진이 기독교사에서 유례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진은 각 사업장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제단에 드린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역사적 사진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홍윤경 소장의 남다른 눈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

홍윤경 소장(영등포산선 산하 기관 쉼힐링센터)은 “이 자리의 주인공은 사실상 이곳을 밟고 이곳에서 자고 투쟁하고 울고 했던 노동자들”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투쟁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최장기 투쟁 중인 콜트 방종운 지회장, 콜텍 이인근 지회장, 열병합발전소 굴뚝 고공농성에 함께하는 파인텍 노동조합 김옥배 노조원, 최근에 해결된 쌍용자동차 지부 김정욱 사무국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홍 소장은 참석자들을 소개하며 올해 안에 꼭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한 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의 눈물이 남달랐던 이유는 영등포산선이 앞서 소개한 비정규직 장기투쟁노동자들의 숙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등포산선의 존재이유이기도 했지만, 이들의 축사는 찾아볼 수 없었기도 했다.

▲ 홍윤경 소장이 선교회관 재건축을 위해 '벽돌한장 프로제트'를 소개하고 있다. ⓒ윤병희

이를 의식한듯 축하 자리에 초대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의 목소리는 여타 초대 손님들과 다른 색조를 띄고 있었다.

“24년 전 이곳에 왔었다. 많이 변했다. 길을 잃을 뻔 했다. 보기 좋은 빌딩이 많이 생겼다. 그 빌딩의 이익은 어디로 가나. 양극화는 심화되고 비정규직이 많다. 영등포산선이 새롭게 될 것이며 민주노총도 그렇게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 인사 전해

이 밖에 교계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회장 정진우 목사, 에큐메니컬 운동의 대부 안재웅 목사(전 CCA 총무, YMCA 이사장), 김용복 박사, 예장 통합 총회장 림형석 목사 등이 참석했다.

특히 안재웅 목사는 축사를 통해 “산업선교 운동의 전 세계적 대오가 이제는 다 흩어져 현재 유일하게 독보적으로 영등포산선이 남아 있어 자랑거리다. 영등포산선의 모델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폭넓은 식견으로 평가하며 그렇게 생존하는 힘의 원천은 “아버지가 일하니 나도 일한다는 말씀에서 나온 것”이라며 교회의 역할을 부각해서 조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역사적 기여를 반증하듯,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타이틀이 보여주고 있다.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박원순 서울시장, 직전 고용노동부장관이자 현재 영등포구갑 국회의원인 김영주 의원 등이 참석해 모두 영등포산선과 맺은 인연과 영등포산선에 빚진 부채의식을 드러냈다. 이용선 수석은 자신이 80년대에 이곳에 와서 많이도 싸웠노라고 후일담을 내비친 후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용선 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영등포산선의 등불이 우리 사회를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저소득층과 함께 해온 영등포산선에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의 60년을 준비한다

이어진 기념 토크쇼는 영등포산선을 거쳐온 세대별 대표자들 5명이 모여 “다시 길을 묻다”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과 전망을 나누었다. 30년 전 나우정밀노동조합원으로 영등포산선을 기억하고 있는 정경화 씨(서울노동권익센터), 15년간 목회자로서 영등포산선을 지킨 전 총무 손은정 목사, 1973년 창립된 신용협동조합을 계승하고 있는 현재 신협(다람쥐회)의 이용희 회장, 6년 전부터 노숙자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노느매기’(“물건 따위를 여러 몫으로 나눔”을 뜻하는 순우리말)의 이응철 실무자 등이 대담자로 무대에 올라 영등포 산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다. 

오는 11월13일(화) 오후2시 선교회관에서 “노동생명살림 선교”, “도시지역생명살림 선교”, “아시아생명살림 선교” 등 다각화된 주제로 산선의 미래를 밝힐 60주년 기념 심포지움이 열린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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