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계·교회 보도
장애인, 평화를 실천하게 하는 존재제9회 한일NCC장애인합동교류회 열띤 발표와 토론
이정훈 | 승인 2018.11.07 22:47

한일NCC장애인합동교류회 둘째날은 장애인이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주체일 수 있는가에 대한 발표와 토론으로 열띤 하루를 보냈다. 전쟁에 대한 경험, 사회 속의 경험, 그리고 신학과 사회학의 접목과 조화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특히 NCCJ 장해자와 교회문제위원회 나카무라 유스케 전 위원장의 전쟁 경험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용기 있는 만남이 평화의 시작

먼저, 둘째 날의 시작은 아침 예배로 시작되었다. 미야이 타케노리 목사가 마태복음 5장과 26장의 본문으로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성서 묵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타케노리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군비를 증가를 주장하며 힘으로 누르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평화를 위한 무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 제9회 한일NCC 장애인합동교류회 둘째날 아침예배에 설교를 맡은 미야이 타케노리 목사(사진 왼쪽)와 통역을 맡은 김선희 일본 성공회 사제 ⓒ김지목

또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이 첫 걸음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것은 용기를 필요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서로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고 나누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최선의 길임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타케노리 목사는 한일NCC합동장애인교류회에 참석할 때마다 묵상하게 되는 말씀이 시편 133편의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라며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앉을 때 실현되는 평화를 보게 된다고 언급했다.

연약한 지체, 장애인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

이어 오전과 오후 시간은 빡빡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주제강연은 이범성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이범성 교수가 “장애인,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신학과 사회학의 접목을 통해 장애인이 어떻게 평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논증했다. 특히 유엔장애인인권선언에서 두드러지게 강조된, ‘통합(Integration)’ 개념과 이를 넘어선 ‘포용(Inclusion)’ 개념으로 접근했다.

이 교수는 이 사회적 ‘포용’과 동일한 개념을 신학에서는 미국 예일대학의 미로슬라브 볼프가 그의 책, “배제와 포용”에서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볼프가 사용한 개념, ‘포용(Inclusion)’은 인류 사회에 평화를 가져오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사회-신학적 용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두 곳에서 사용되는 ‘포용’ 개념이 장애인 신학을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 주제강연을 하고 있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이범성 교수(사진 왼쪽)과 사회를 맡은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동소속 이영석 집사(사진 오른쪽) ⓒ김지목

또한 이 교수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12:12-31에는 사회의 건강한 구성, 즉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몸에 많은 지체>가 있다는 것이다. 몸은 하나이지만 그 하나의 질서,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 지체는 다양해야 하며, 그 다양성은 보전되어야 하는데, 보전되는 방법으로 약한 지체에게 더욱 배려하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연약한 지체로 지칭될 수 있는 장애인이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장애인이 무엇을 하게 하는 존재이기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갑을규칙이 지배하는 경쟁사회가 아니라, 평화, 소통, 상생, 배려가 통하는 공존사회의 모습을 이루는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물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의 존재 자체가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전쟁 속 죽음의 공포가 나를 평화운동으로 이끌었다

이 교수의 주제 강연에 이어, NCCJ 장해자와 교회문제위원회 나카무라 유스케 전 위원장은 “평화를 만드는 자가 되고 싶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유스케 전 위원장은 먼저 자신이 얼마 없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 남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왜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애쓰게 되었는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사람들 중 생존해 있는 몇 안 되는 생존자인 나카무라 유스케 전 NCCJ 장해자와 교회문제위원회 위원장 ⓒ김지목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안심하고 안전한 생활이란 것은 어디론가 달아나고 없습니다. 매일 공습 경보 사이렌 소리에 떨었고, <동경 대공습>을 체험하면서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픔에 고통을 당하고 정말 비참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러한 체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에 전쟁을 경험한 자로서 열심히 평화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전쟁이 끝난 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독일에서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엄격히 차별해 배제할 목적으로 <정신 장애인>을 배우 태우고 배를 침몰시킨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했다고 고백했다. 유스케 전 위원장은 이어 일본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장애인 당사자로서 전쟁 중에 끊임없이 죽음에 직면해 살아남았고 이러한 경험이 장애인임에도 평화운동에 투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함께 사회적 인정의 장으로 가야 할 교회의 역할

유스케 전 위원장의 발표에 이어 이정훈 에큐메니안 편집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 편집장은 “인정투쟁과 평화구축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편집장은 먼저 2015년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한 사건을 소개했다.

빈 학교에 발달장애인 직업 체험 학교 건립을 둘러싸고 그곳 거주자들이 어떻게 행동했으며 정부와 미디어가 보인 행태를 소개한 것이다. 이야기를 소개하며 한국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 현상을 소개했다. 정부나 지자체, 미디어가 이러한 현상들을 혐오 범죄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혐오 범죄로 정의하지 않은 것을 질타했다.

또한 한국교회가 한국의 어느 조직들보다 차별과 배제, 혐오의 근거지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런 행태를 계속했다가는 사회로부터 격리되거나 급기야는 교회라는 존재 자체가 소멸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이 편집장은 독일의 사회학자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을 소개하며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서 일어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를 통한 장애인 무시 현상을 중재할 수 있는 평화구축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일본 사회 내 증오와 배제사상, 사회적 불안과 권력층의 부추김

세 번째 발표는 NCCJ에서 서기를 맡고 있는 김신야 목사가 “증오와 배제 시대에 화해를 생각하며”라는 주제로 일본에서 2016년 발생한 “야마유리원 사건”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야마유리원 사건은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 한 명이 장애인 입소자들을 살해한 사건이었다. 김 목사는 이 사건의 배후에는 일본 내 뿌리깊은 <증오/배제 사상>이 있음을 지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 네 번째 발표를 맡은 박대열 목사, 세 번째를 발표를 맡은 김신야 목사 그리고 사회를 맡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정광서 목사 ⓒ김지목

이러한 <증오/배제사상>은 “자신이 언젠가는 몰락하는 것이 아닌 하는 두려움에서 사회 불안”과 “보수층이 꾸준히 담론을 생산해 온 일본회의를 비롯한 민족주의 풀뿌리 운동이 보수 정권 뿐만 아니라 많은 야당 의원과 오랫동안 밀월상태에 있는 것, 그리고 미디어 전략을 포함한 대중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즉 개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불안과 기득권측이 날조해 유포해 온 전략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결국 개인의 불안에 편승해 불안을 제거하지 않고 부추겨 온 일본의 권력층에게 비판의 화살을 겨냥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나에게 미워하는(hate) 감정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과 내가 화해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에 자신을 돌아본다고 언급했다. 그런 가운데 <화해>라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확고한 의지나 권력에 의한 어떤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화해는 <부르심>을 받아 <모이>게 되는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모두가 장애인

이날 마지막 발표는 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대열 목사의 “한국교회 장애인 선교 현황”이었다. 최 목사는 이 발표에서 기독교 신학의 오랜 주제였던 하나님의 삼위일체 속성에 근거한 하나님의 친교 모델과 독일의 신학자 유르겐 몰트만 교수의 “장애인 신학”을 소개했다. 특히 몰트만 교수의 “장애인 신학” 소개가 주를 이뤘다.

특히 최 목사는 몰트만 교수가 언급한 장애인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장애’라는 특성보다는 ‘사람’이라는 보편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나는 근본적으로 ‘장애인’이란 없으며, 있다면 오직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다. 건강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사회가 그것을 근거로 그들을 가리켜 ‘장애인’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에 따라서 그들을 공적인 삶으로부터 배제시켜 버린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각자 사람이며 다른 모든 사람들과 동일한 인간의 존엄성과 동일한 인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최 목사는 몰트만의 이러한 주장이 사람을 보편적인 개념으로 추상화시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실제적인 인간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복음서에서 예수가 만났던 병들고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바로 그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몰트만 교수는 질병이란 인간에게서 이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본질이라고 언급했다며 몰트만 교수의 또 다른 주장을 소개했다.

“건강한 사람과 장애인 사이에는 어떤 구분도 없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그 한계와 약점과 연약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태어나고 어쩔 도리 없이 죽는 운명이다. 그러므로 사실 장애 없는 삶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인간의 일부분이 장애를 입었다고 비난 하는 강자들이 만들어낸 건강에 대한 단지 이념일 뿐이다.”

즉 절대적으로 무장애적 존재는 오직 하나님을 뿐이며 모든 인간은 장애를 가진 존재라고 최 목사는 지적했다.

식사 시간과 두 개의 발표가 한 세션을 이루며 진행되는 중간 중간 10여분씩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참석자들에게서 한치의 흐트러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장애인 당사자라고 하는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참석자들의 진지함을 이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또한 지면을 통해 다 소개할 수 없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평화의 주체로서 평화구축에 장애인들이 기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은 실천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 제9회 한일NCC 장애인합동교류회 둘째날 점심 식사 후 참석자 70여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영락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8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