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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고요함은 천하를 바르게 한다” - 淸靜爲天下正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45
이병일 | 승인 2018.11.12 20:40
“크게 이룸은 모자란 듯하나, 그 쓰임은 끊어지지 않고, 가득 참은 텅 빈 듯하나, 그 쓰임은 다하지 않는다. 크게 곧음은 휘어진 듯하고, 큰 재주는 질박한 듯하고, 크게 변론함은 어눌한 듯하다. 움직임은 추움을 이기고, 잠잠함은 더움을 이기니, 맑고 고요함은 천하를 바르게 한다.”
- 노자, 『도덕경』, 45장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靜勝躁, 寒勝熟, 淸靜爲天下正

제대로 이루었다고 하는 것은 모자라는 듯하고, 가득 차 있는 것은 비어 있는 듯해야 한다. 모자라고 텅 빈 듯하지만 계속해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크게 곧은 것은 휘어진 듯이 보이고 큰 재주는 질박한 듯 보이는 것처럼 욕망이 없는 다스림은 부족하고 어눌해 보인다. 그러나 바른 정치는 상식에 어긋나 보일 때도 있지만 오히려 이치가 있다. 결국에는 다스리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는 정치가 거꾸로 유익하다.

ⓒGetty Image

이는 많은 사람들이 추울 때에는 움직이지 않고, 더울 때에는 열이 나서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러나 추울 때 뛰고 더울 때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유익하다. 이처럼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욕망으로 일을 하면 유익함이 사라진다. 맑고 고요함을 유지하면서 일을 하면 천하를 바르게 할 수 있다. 맑고 고요함이란 욕망이 없이 다스리는 도가의 정치도덕이다. 맑고 고요함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끈임없이 자기를 돌아보아야 한다.

문득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본다
왠가 꼭 잘못 들어선 것만 같은
이 길

가는 곳은 저기 저 계곡의 끝
그 계곡의 흙인데
나는 왜 매일매일
이 무거운 다리를 끌며
가고 있는 것인가

아, 돌아갈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는
이 길.
- 이영춘, “길”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맑고 고요함을 유지할 수 없고, 스스로 맑고 고요하지 않은 생각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 하여 맑고 고요하지 않은 다스림은 강요하고 왜곡하게 마련이다. 예수님 당시에 바리새파 사람들이 율법의 조항을 백성들에게 강요하고, 약한 사람들이 살기 어렵게 만든 것도 그렇다.

성서에서 가장 연약한 자로 상징되는 사람들이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들이다. 90% 이상이 절대빈곤으로 굶주림 속에서 살았던 시절에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이혼당한 여자는 바닥에서 살 수밖에 없다. 과부는 차라리 동정이라도 받았지만, 이혼당한 여자에게는 멸시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소유권이 전남편에게 있기 때문에 창녀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모세는 이혼증서를 써주어서 차라리 자유하게 되었음을 선언해 주어라고 명령한 것이다.

모세의 율법에서 이혼증서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이것은 이혼을 옹호하거나 금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이것은 고대사회를 전제하고 생각할 때에 더 분명해 진다. 그 당시에 이혼당한 여자는 아무 데도 의지할 데가 없었다. 그러나 이혼증서가 있는 여자는 떳떳하게 재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율법의 목적이다. 그 당시 그 사회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율법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합법과 불법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법의 형평성입니다. 법의 여신은 칼과 양팔저울을 들고 있습니다. 칼은 법의 엄격한 적용을 상징하고 양팔저울은 형평성(공정성)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눈은 가려져 있거나 감고 있습니다. 주관성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라는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들고 있는 저울을 향하고 있는 눈이 가려져 있다는 것은 잘못인 것 같습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저울이 기울어져 있지 않는지 똑바로 보아야 됩니다.
돈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불리한 법이 오늘 우리의 현실입니다. 굳은 마음의 특징, 완악함의 가장 큰 특징은 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정해 놓은 규정에 따라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외고집으로 일관하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냉담하게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말을 완고하게 거절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이러한 성향 때문에 하느님은 율법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 규정을 왜곡하여 약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하느님이 율법을 주신 목적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만의 규정과 법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법과 정의와 합리라는 이름으로, 자기의 규정을 근거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더욱 굳어지고 완고해질 것입니다. 법과 삶의 규칙은 먼저 나에게 적용하여 내 삶을 돌아볼 때에 의미가 있습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이혼증서-합법을 가장한 불법” 중에서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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