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전까지 기농원의 선교 개념이 농민을 중심으로 의식화 사업과 활동가를 양성시키는데 주력하는 인간 중심의 선교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농민을 넘어 농촌이라는 지역적 개념, 생태적 개념으로 하는 우주적 관점의 선교로 확장되었습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원장 김주한 교수)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촌교회와 목회> 세미나 시간에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 ‘기독교농촌개발원’(이하, 기농원) 원장 김승환 목사가 밝힌 기농원의 선교개념이었다. 농민 선교와 농촌사회 발전이라는 취지 아래 세워진 기농원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변화가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기농원은 그렇게 변화의 한 가운데 있었다.

▲ 기독교농촌개발원 원장 김승환 목사가 기장 농목과 한신대 신학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농촌교회와 목회> 세미나 시간에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되어 기농원 역사와 과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곽이민수

11월20일 한국기독교장로회 농어민선교목회연합회’(회장 이종덕 목사, 이하 기장 농목)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날 세미나 주제는 이러한 변화 가운데 있는 ‘농촌교회와 기독교농촌개발원의 역사와 과제’였다. 이야기 손님은 기독교농촌개발원 원장인 김승환 목사였다.

기농원의 발자취를 따라

김 목사는 먼저 기농원의 역사를 총 3기로 나누어 정리했다. 1기는 ‘농업기술 보급 및 마을 개발 사업’이었다. 기농원의 전신인 ‘이리 높은뫼 농장’은 1957년 주한 캐나다 선교회가 전북지구 이리에서 농촌 선교를 위해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을을 개발하고 농장을 운영하며, 마을의 농산물 수확을 도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전에도 농촌은 수익이 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2기는 사회구조적 변혁을 위한 ‘교육 사업’이었다. 농민 지도자를 양성했던 2기 시기에는 한때 국가기관의 방해로 어려움도 겪었으나 당시 총회 보고된 바에 따르면 교육 사업이 957회에 이를 만큼 많은 이들이 이 교육의 혜택을 입었다고 했다. 그에 따라 기농원의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김 목사는 당시 기농원이 한국 농민 운동에 큰 역할을 했다며 자부심을 감추지 못했다. 기농원은 농민 뿐 아니라 목회자와 평신도, 신학생 교육도 함께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를 통해 감리교와 예수교 장로회, 기독교 장로회 등 세 교단의 농목 출범의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 3기는 2000년대 이후로, 기농원은 시대의 변화와 해외원조 중단으로 인한 자금 부족, 다른 각 조직들에서 자체 교육이 가능해짐과 같은 이유로 역할이 축소되어 졌다고 한다. 그러나 김 목사는 후에 기농원 사역 및 규모의 축소를 두고 이는 농민 선교에서 농촌 선교로 바뀌면서 오히려 인식적 확장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전에는 농민을 중심으로 의식화 사업과 활동가를 양성시키는데 주력하는 인간 중심의 선교였으나 이제는 농민을 넘어 농촌이라는 지역적 개념, 생태적 개념으로 하는 우주적 관점의 선교라는 것이다.

기농원의 새로운 자기정체성 ‘일과 기도’

김 목사는 기농원이 3기를 지나며 새로운 정체성의 확립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를 위한 신학적 작업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기농원의 신앙고백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김 목사는 기농원의 첫 번째 신앙고백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물신주의가 팽배하고 수많은 교회가 그에 걸려 무너지는 오늘, 교회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에게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고백 뿐 아니라 오늘 시대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우리의 신앙고백이 필요하다고도 이야기했다.

그 고백으로서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김 목사는 강조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더 이상 기복적으로 자본과 커다란 이득을 요구하는 기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것이다. 이를 넘어 자발적 가난을 추구하며 하루의 일용할 양식과 마음의 양식을 달라는 기도가 요구된다고 김 목사는 주장했다.

기농원의 두 번째 신앙고백은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었다. 김 목사는 이러한 신앙고백의 근원을 성서에서 찾았다. 왜 안식일에 일하냐는 유대인들의 질문에 예수는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답하셨다는 성서의 이야기로 예를 든 것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들 또한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김 목사는 강조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삶에서 선한 청지기직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살아계신 하나님과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은 ‘일과 기도’라는 기농원의 모토를 낳게 했다.

▲ 매주 농촌교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농촌목회에 관해 고민하게 되는 세미나 시간이다. 이러한 고민이 현실 상황에 얼마나 접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권이민수

현재 기농원은 새로운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열심히 사역 중이다. 모토와 동일한 제목인 ‘일과 기도’라는 평신도 신앙지도 출판 중이며, 역시 동일한 제목의 영성 수련회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농촌 교회와 농촌 목회자들을 위한 전국 기도순례를 통해 농촌의 현실과 문제점을 참가자로 하여금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돕는 등, 다양한 소통의 장도 만들어 가려고 노력중이다.

김 목사는 “농촌의 문제는 농촌에만 집중된다고 해결될 수 없다.”며 “도시와 농촌이 유기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

김 목사의 이야기 순서가 끝나고 논찬자들의 논찬과 질문이 이어졌다. 한 논찬자는 기농원에서 계획 중인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인 ‘기살림’에 대해 질문했다. 기살림이 여타 다른 생협들과 차이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일본을 예를 들며 설명했다. 일본의 생협은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그러한 먹거리를 생산할 농민을 직접 찾아 나서게 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생협은 그 반대의 경우로, 농민이 농산물을 구매해줄 소비자를 찾으면서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판매의 주도권이 농민이 아닌 소비자에게 있게 되며 그로 인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기살림은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농민들로 하여금 판매가를 정하도록 한다고 했다. 또한 생태 신학적 관점으로 농민의 삶뿐 아니라 땅을 살리고자 하는 취지도 가지고 있으며, 유기농 농업의 전환 과정에서 겪는 수고로움도 목회자 인정제를 통해 인정해주는 점에서 다른 생협과 차이를 보인다고 김 목사는 주장했다.

그 외에도 유기농 농법과 농업 기술, 생협과 그 구조, 농촌 목회와 농촌의 현실 등 다양하고 실제적인 질문들과 구체적인 답변들로 세미나는 화기애애했다. 김 목사는 세미나 마지막에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교회 내의 신도만이 아닌 그 지역을 대상으로 목회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그 지역 목회란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들이라며 그 과정을 중시하라고도 했다. 그리고 도시로 하여금 농촌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줄 것을 부탁했다.

권이민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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