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츠는 계급투쟁을 경제적 발전을 통해서 나타난 이미 현존하는 역사의 명백한 사실로 간주한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최후의 계급투쟁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모든 계급 지배 체제를 전복하여 계급 없는 사회를 건설하는 세계사적 소명을 지고 있다. 그것은 라가츠에 의하면 성서관 즉 메시아주의와 종교적 사회적 변혁이 한결 같이 밑으로부터 일어나며 또한 민중에 의해서 즉 정신적으로 가난한 자들, 희망하는 자들, 열망하는 자들이 되는 무식한 자들, 억압당하는 자들, 무산자들에 의해서 일어나야 한다는 역사의 경험에 상응한다.(미주 1)

라가츠의 현실 사회주의의 계급투쟁론 비판

진정한 마르크스주의가 사용하는 계급과 계급투쟁이라는 개념은 라가츠에 의하면 원초적으로 성서에서 유래하며, 계급투쟁의 역사를 극복하는 것이 성서의 근본 주제를 형성한다.

마르크스가 부르주아 계급의 날인이 찍혀 있는 우리의 모든 문화, 교육, 학문, 우선적으로 우리의 정치, 도덕, 종교의 이데올로기적 본질을 폭로했다는 것은 마르크스의 위대한 공헌이다. 계급 투쟁이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한, 라가츠는 그것을 노예 상태와 우둠함으로부터 프롤레타리아트의 높임으로, 권리와 사랑을 위한 분투로, 새로운 세계로의 전진의 충동으로 긍정한다.

계급투쟁은 가장 가난한 자들과 비천한 자들에게 그 나라를 약속하는 메시아주의적 복음에 관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계급투쟁의 신비적-종교적 형태이다. 그러나 계급 투쟁은 본질적으로 그의 메시아주의적 관념론적 세계관과 모순되는 물질주의적 또는 자연주의적 세계관과의 결합을 통해서 변질되어졌다.

계급투쟁은 그와 함께 계급 증오 곧 가능한 한 모든 경우에 상대방을 경멸하고 나쁘게 만드는 계급 질투가 되었다. 계급투쟁은 결국 폭력에 대한 신앙과 결합되었다. 투쟁은 그것에 의해서 점점 더 전쟁이 되었다.

▲ 1917년 러시아의 푸칠로프공장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혁명집회를 열고 있다. ⓒGetty Image

라가츠는 이 사회주의적 폭력 신앙을 “계급투쟁의 제국주의적-군국주의적 형태”라고 부른다. 그것은 “바라바의 메시아주의이지, 십자가의 메시아주의가 아니다.”(미주 5) 라가츠는 이러한 관점에서 계급투쟁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왜냐하면 폭력은 본질적으로 사회주의적, 즉 도덕적 세계관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계급투쟁에서 폭력의 문제는 라가츠에게 있어서는 볼셰비즘의 핵심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사회주의의 중심 문제이다. 그 때문에 라가츠는 폭력의 문제를 종교적 사회주의의 근본 주제로 취급한다.

라가츠의 현실사회주의의 폭력의 문제 비판

폭력의 문제는 점점 더 라가츠의 윤리적, 신학적, 정치적 사상의 핵심이 되었다. 라가츠는 그의 생애의 마지막까지 폭력의 문제를 깊이 생각했다. 그의 자서전은 그의 생애의 모든 투쟁들과 경험들을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는다.

라가츠는 그렇게 평화주의자로, 곧 반군국주의자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폭력의 문제를 이론적인 관심에서가 아니라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의 운명에 대한 깊은 책임감에서” 취급한다. 그러나 이 표현은 라가츠가 폭력의 문제를 양심의 일로 취급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폭력의 문제는 라가츠에게는 항상 투쟁의 과정에서 실천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미주 8) 라가츠는 이미 1934년 바르멘 신학적 선언 이전에 파시즘을 폭력의 체제로,(미주 9) 국가사회주의를 “인종적 자기 숭배” 와 “증오와 폭력의 표징”(미주 10)으로 규정한다. 라가츠와 종교적 사회주의자들은 더 나아가 국가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요구한다.(미주 11)

라가츠는 폭력의 형태가 아니라 폭행과 권리, 자유, 인간성의 억압을 의미하는 폭력의 원리를 더 문제시한다.

그러므로 라가츠는 구조적 폭력보다 정신적 폭력을, 폭력의 형태보다 폭력의 사용을 선 또는 악으로 만드는 ‘동기’에 더 주목한다. 그리고 그는 혁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응 폭력과 변화의 폭력을 원칙적으로 거부한다.(미주 13) 그러나 그는 비폭력을 교의화하지 않는다. 폭력의 원칙상 거부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라가츠는 “무정부적 폭력” 및 “전횡적 폭력”과 “정의에 봉사하는 폭력”을 구별한다.(미주 14) 그는 이와 관련해서 합법적 폭력을 긍정하지만 톨스토이와 간디식의 비폭력은 거절한다.

이러한 라가츠의 폭력 문제에 대한 이율배반적 입장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의 종말론적 투쟁의 구조에 근거한다. 하나님 나라는 원칙적으로 “영과 사랑의 나라”로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거절한다.(미주 17) 그러나 그 원칙은 사랑의 나라와 폭력의 나라 사이에 투쟁의 과정에 교의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폭력의 문제는 그와 함께 전술적 문제, 곧 사회주의적 전술의 문제와 관련된다.

사회주의적 전술은 물질주의적 세계관의 극복을 전제한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는 물질주의적 세계관과의 결합을 통해서 폭력을 동반한 정치적 권력자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주의적 전술을 변질시키는 사회주의적 군국주의가 발생한다.

그 때문에 라가츠는 사회주의적 전술의 세 가지 규칙을 서술한다.

첫째, 사회주의적 전술은 인간의 거룩성과 그것에 근거한 사회의 도덕적 요청과 그것에 대한 도덕적 신앙에서 유래해야 한다.(미주 18)

둘째, 사회주의적 전술은 사회주의적 원리에 맞는 형태를 취해야만 한다. 사회주의적 전술이 볼셰비즘의 군국주의처럼 사회주의적 원리를 배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사회주의적 전술은 우선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고려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물질주의가 그의 메시아주의적 성격을 포기하자마자 영혼을 부인하였기 때문이다.(미주 19) 진정한 전술은 투쟁의 과정에서 관대함과 예리함 즉 개혁주의와 급진주의의 새로운 결합이다. 사회주의는 이러한 방법으로 실제로 한 계급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복음이 되며, 동시에 현존하는 여론들과 질서들에 대항한다. 이러한 전술을 지향하는 사회주의는 폭력적인 정치권력에 대한 신앙을 거절하며, 그는 도덕적 태도, 신앙과 성향이 된다.

라가츠는 자본주의의 사회주의로의 비폭력적 이행이 이러한 전술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폭력은 원칙적으로 사회주의와 한 짝을 이룰 수 없으며, 현실 사회주의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는 자유롭고, 형제적인 공동체로서 폭력이 지배하는 곳을 통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인간의 인간됨의 길이며, 자유 운동이다.

자본주의가 폭행을 통해서 인간을 착취하는 폭력의 나라와 물질의 세계라면 사회주의 자체는 자유의 나라와 정신의 세계이다. 사회주의적 혁명의 과정에서 폭력의 사용은 사회주의의 목적과 가장 날카롭게 모순된다. 폭력의 사용은 오히려 폭력의 악순환만을 생산한다.(미주 20) 사회주의는 하나님의 아버지됨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됨과 인간의 형제됨이 완성되는 가족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러나 사회주의로의 길에서 폭력의 사용은 하나님의 요구와 법의 무한성을 부정하기 때문에 인간의 거룩성을 파괴한다. 폭력은 하나님의 자녀됨과 인간의 형제됨을 파멸시키는 주원인이다. 그러므로 폭력은 “인간의 연대성에 대한 죄”가(미주 21) 된다. 폭력의 정신을 그 자신 안에 담고 있는 사회주의는 사실은 자본주의의 한 형태이다.(미주 22)

라가츠는 사회주의적 혁명에서 민주주의적 방법과 볼셰비즘적 방법을 구별한다. 볼셰비즘적 방법은 부르주아 독재를 폭력을 통해서 분쇄하기를 원하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서 첨예화되어진다. 그것은 조악한 방법이며, 내적이고 외적인 이중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 외적인 위험은, 적대자를 내적으로 설복시키지 못하는 폭력을 통한 적대자의 외적인 진압은 그의 내적 반항을 강하하기 때문에, 승리자가 점차로 반혁명에 빠진다는 것이며, 내적인 위험은 폭력의 사용은 폭력을 사용하는 인간 자신을 파괴시킨다는 것이다.(미주 23)

민주주의적 방법은 원칙적으로 도덕적 세계관에 근거한다. 진리는 어떤 폭력의 사용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자의 자유로운 신념, 즉 타자의 내적인 자유에 대한 존중을 통해서, 타자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 자체라는 그의 특성과 인식에 대한 경외를 통해서, 다시 말하면, 형제됨의 실현을 통해서 승리한다. 민주주의적 방법의 주관심사는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서 정치적 힘을 과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교육을 통해서 인간을 자유롭게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의 교육은 민중의 잠자는 정치적 사회적 의식을 일깨우는 억압당하는 자들의 이데올로기적 교육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의 교육은 민주주의적 원리를 의미한다. 그것은 자유의 원천인 진리에 대한 큰 신앙이다. 그것은 정치적 사회적 각성이 될 수 있는 종교적 각성과 정신적 계몽을 가져온다.(미주 24)

라가츠는 끝으로 폭력의 종교적 뿌리를 말한다. 폭력은 근원적으로 살아 있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에서 유래한다.

그러므로 폭력은 하나님과 같아지려는 의지를 통해서 하나님을 대신하는 자아의 신격화이다. 오늘날 폭력의 통치는 하나님을 경외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다는 명확한 표징이며, 폭력자의 신격화는 우상 숭배이다.

라가츠의 폭력에 대한 입장은 수동적이고 나약한 인상을 풍기고, 사랑과 평화를 잘못 이해하도록 하는 톨스토이적 비폭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눅 12:49). 라가츠는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의 투쟁에서 “야훼의 종말론적 폭력”을(미주 26) 긍정한다.

류장현 교수(한신대 신학부/조직신학)  jen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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